우아한 레이디가 선택한 패딩룩

이번 패딩 유행에 동참하고 싶다면 두 가지만 따르면 된다.

톤온톤 배색으로 스타일링 할 것(스키니진에 매치하든, 니랭스 스커트를 입든 드레스를 고르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비슷한 컬러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겨울을 맞이한 이 시대 여성들이 원하는 이미지는 아무리 춥다 하더라도 두터운 아우터에 휘둘리기보다는 ‘날씬한 겨울여자’가 되는 편이 낫겠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으로 날씬한 이미지를 추구한다 해도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필수품은 아쉽게도 굉장히 볼륨감 있는 스타일이다.

언제나 날씬하고 길어 보이는 스타일을 추구할지라도 결국 환경 앞에서 인간은 굴복하게 마련. 나 또한 지난해까지 주구주창 신고 다녔던 어그부츠를 이번 해에는 그 뭉툭함과 특유의 뚱뚱함이 느껴져 절대로 다시는 신지 않겠다 맹세하기도 했지만, 다시 나는 헌 어그부츠 대신 새 어그부츠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가격비교를 한다. 어그부츠가 비록 말 그대로 어글리(ugly)한 외형을 가졌을지언정 너무 포근해서 한겨울 함께 보내기엔 두말할 것 없이 좋았던 것.

옷으로 치자면 패딩재킷이 어그부츠와 같은 역할을 할지 모르겠다. 사실 패딩만큼 가벼우면서도 굉장히 따뜻한 겨울 아우터가 실로 없다. 코트의 엄청난 무게와 1% 부족한 따뜻함에 짓눌리다가 패딩의 매력을 알게 되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위에는 늘 패딩을 찾아 걸치게 되니깐.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만 가능한 것.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이라면 패딩은 결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패딩이란 실로 우아함과 일억 광년 떨어진 캐주얼웨어로 스키와 보드족들에겐 없어서 안 될 필수품이고, 지금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노스페이스 패딩점퍼는 제2의 교복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온 가족이 겨울 필수품으로 다 가지고 있는 것도 패딩. 패딩의 단점이었던 뚱뚱해 보인다는 문제는 기존의 다운점퍼의 풍성함과 대조적으로 누빔을 얇게 한 스타일이 더 강세를 보이면서 해결되었다. 풍성한 패딩은 이제 힙합 스타일의 전유물로만 존재할 듯 보이며, 랄프 로렌과 같은 중산층 이상의 패밀리 스타일을 보여주는 브랜드에서는 패딩의 단정함과 실용성이 무엇인지 확실히 어필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패딩은 단지 캐주얼한 느낌만으로 그저 가족 나들이에나 적합한 그런 심심한 것에 불과할까? 물론 절대적으로 아니라는 것을 디자이너들은 늘 특유의 실루엣 실험으로 보여준다. 모든 스타일이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패딩도 로맨틱해질 수 있으며 엘레강스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

블루마린에서 선보인 패딩 재킷은 절대적으로 드레시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너를 아주 드레시하게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틴 소재의 글래머러스한 드레스에 아무렇게나 생긴 커다란 패딩을 걸치면 그런 느낌은 고사하고 혹독한 추위에서 촬영 중인 배우의 휴식시간과 같은 몰골이 될 뿐이다.

블루마린의 패딩이 충분히 페미닌했던 것은 바로 비슷한 톤의 즉, 톤온톤 배색의 패딩을 선택했기 때문. 니트의 유행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번 시즌 스타일 공식 중 하나인 톤온톤 배색은 패딩에도 접목되었다. 물론 블랙과 화이트 블라우스라는 매우 차분하고 건조한 룩에는 핑크색 패딩베스트로 약간의 위트를 더한 것도 흥미진진한 시도.

파리에서 선보인 지암 바티스타 발리의 컬렉션에는 패딩 드레스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번 시즌 발리가 강조한 둥근 어깨선은 퍼(fur) 소재 뿐만 아니라 크림 컬러의 패딩을 이용해서도 선보여졌던 것. 지독하게 깡마르지 않고서는 결코 소화해 낼 수 없는 오직 런웨이를 위한 옷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웨이스트 라인까지 오는 짧고 귀여운 몽타일의 패딩에 같은 톤의 니랭스 스커트를 매치한 것이 훨씬 현실적인 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장 폴 고티에의 지브라 패턴은 으레 겨울이 되면 사랑받고 있는 애니멀 프린트의 귀환이 반가울 뿐. 마치 지브라 패턴을 선택한 자체만으로도 한겨울 패션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역설적인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패딩 유행에 동참하고 싶다면 두 가지만 따르면 된다. 톤온톤 배색으로 스타일링할 것(스키니진에 매치하든, 니랭스 스커트를 입든 드레스를 고르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비슷한 컬러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짧고 몸에 딱 맞는 느낌이 드는 패딩을 고르는 것이 넉넉한 스타일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만약 우아한 레이디 스타일을 추구하다가 힙합 뮤지션으로 전향할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