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스산한 바람이 감돌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재킷을 찾게 된다. 머플러나 카디건도 좋지만 “갖춰 입은” 느낌을 주면서 어깨에 힘을 실어 주는 데는 재킷만 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트렌치코트, 카디건과 더불어 가을을 나기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인 재킷! 이 재킷을 최근 들어 누가 가장 멋지게 입었냐고 물어 보신다면…… 단연코 프랑스의 영부인인 카를라 브루니다.
우리가 흔히 재킷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테일러드 재킷이 아닌 칠부소매의 플랫칼라 쇼트재킷을 입은 카를라 브루니를 왜? 라고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시즌 변덕쟁이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핫”한 재킷은 재클린 케네디나 심프슨 부인처럼 세기의 아이콘(icon)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복고풍의 “아이코닉 재킷(iconic jacket)”이기 때문이다.
재클린 케네디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7부 소매의 텐트라인 재킷은 이미 패션의 고전이 된 지 오래지만 슈퍼모델 출신의 영부인인 카를라 브루니가 입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묘하게도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디자이너들은 영민하게 아이코닉 재킷을 선보였고 대선 후보들의 부인들은 미국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는 재키의 이미지를 차용하기위해 서둘러 재키 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등장하고 있다.
카를라 브루니 역시 우아한 재키 스타일 재킷을 입음으로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라는 사생활과 핀업 퍼스트 레이디 라는 언론의 비아냥거림을 조용히 잠재웠다.
이러한 복고적인 분위기를 타고 등장한 또 다른 재킷 트렌드는
“라운드 쉐이프(Round Shape), 커비 실루엣(Curvy Silhouette)”이다. 마치 둥근 공을 걸친 듯한 이 재킷들은 디자이너 발렌시아가의 위대한 유산을 재해석한 재킷들로, 아름다운 조형미와 곡선미를 뽐내는 조각 같은 재킷들이다.
“앗, 저런 재킷을 어떻게 입어야 하지?”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달걀 같은 실루엣 앞에서 너무 난감해 하지는 말자. 좀 더 입기 쉬운 둥근 어깨선을 선보인 루이비통, 재킷 앞섶을 둥글게 커팅해낸 니나리찌와 지방시의 재킷을 참고하면 곡선미를 가진 재킷을 손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달걀 같은 발렌시아가 재킷을 고르든 흐르는 듯한 니나리찌의 재킷을 고르든 중요한 것은 현재 재킷트렌드의 정점이 둥글고 부드러운 실루엣이라는 것!
트렌디한 재킷도 좋지만 영원불멸의 클래식 아이템인
“블랙 테일러드 재킷”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트렌드라고 말하기엔 어색할 만큼,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으며 꼭 필요한 재킷인 블랙 테일러드 재킷은 졸업이나 입학, 면접과 취업 등 격식 있는 옷차림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이처럼 중요한 존재이기에 화려함의 극을 달리는 로베르토 카발리부터 장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캘빈 클라인까지 공통되게 볼 수 있는 신기한 아이템이 블랙 테일러드 재킷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둔탁한 교복재킷을 빨리 벗어던지고 날렵한 블랙재킷을 입고 싶어서 안달 나 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블랙 테일러드 재킷을 입으면 어른이 될 거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만큼 블랙 테일러드 재킷은 흔한 존재 일지 모르지만 변치 않는 클래식 아이템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차, 가을을 맞이하면서 체크 재킷을 빼놓을 수 없다. 블랙 테일러드 재킷처럼 클래식 아이템이 되어버린 체크재킷은 브리티쉬 룩을 연출할 때 빠지지 않는 아이템으로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럭셔리한 트위드 소재의 체크재킷을 발표한 샤넬, 테디 보이(teddy boy) 실루엣의 클로에, 호사스러운 컨트리 무드의 랄프로렌, 런던 길거리에서 딱 마주 칠거 같은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체크재킷까지 무궁무진하다. 이중에서 하나 고른다면 올겨울 많이 등장할 박시한 테디보이 실루엣을 가진 클로에의 체크 재킷을 추천한다.
가을은 정말이지 재킷의 계절임이 확실하다. 추워지면 코트에 밀려 그 빛이 바래질 테니까.
스산한 바람이 어깨를 감도는 지금, 잘 고른 재킷 한 점이 필요할 때다.
제공: 아이스타일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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