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최근 들어 이메일로 진로상담 하는 친구들이 부쩍 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일 관련 메일이 아니면 온통 광고뿐이었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답장을 보내주고 있습니다만, 인생에서 소중한 첫 분기점에 조언을 해주기엔 제가 너무 어리고 그림에 대한 테크닉이나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하기엔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계의 시장구조를 설명하기엔 경험도 많이 부족하고 아직 저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는 부분이 많은 곳이라 대충 얼버무리게 되고 말이죠. 보통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전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수입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인데요. 물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금전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진로 결정에 예민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저한테 질문해도 딱히 해줄 말도 없거니와 제 코가 석 자인지라 ‘하기 나름’이란 식으로 답변을 해주곤 합니다.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림을 시작하는 것이 타의가 아닌 자의여야 한다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필연적’인 부분이지 계산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위 환경에 흔들린다든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할 여유도 없을 만큼 지금 이 순간 무척 즐거워서 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채울 수밖에 없고,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그릴 수밖에 없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계획이나 목표, 그에 따른 방향성보단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자신 때문에 필연적으로 되는 것이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금전적인 이유로 신음하는 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달려왔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라톤의 출발지점에서 신발끈 묶으며 ‘완주하면 내 심장이 터져버리는 게 아닐까?’란 걱정을 하기보단 “자, 열심히 달려보자!”라며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용감히 달려가는 게 멋지고 현명한 다짐이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죠. 사실 이번 회엔 아무런 광고나 언론에 영향받지 않고 ‘필연적으로 구입하게 된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저는 아무 정보도 없이 서점에 갔다 디자인도 맘에 안 들고 제목도 별로지만 왠지 읽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에 구입했던 책이 무척 많은 편인데요. 물론 그중엔 ‘실패’했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별로인 책도 많았지만, ‘이 책은 많이 팔려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흡족한 책도 많았습니다. 그중 한 권이 르네 바르자벨의 『야수의 허기』인데요. 프랑스 SF 문학은 처음이었던지라 신선했던 것도 있고 매일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하나의 세계가 다른 작가의 머릿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흥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읽어본 SF 소설이라곤 커트 보네거트가 전부여서 더 재밌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요. 또 98년쯤엔 수입음반 가게 앞을 지나다 압도적인 디자인에 눈이 멀어 구입한 CD가 Ray Charles의 〈What'd I Say〉였는데(당시 레이 찰스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마이크 앞에 서 있는 모습 하나만 보고 산 음반이 무척이나 훌륭한 나머지 ‘난 뽑기의 천재’라며 팔짝팔짝 뛰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여러분도 우연한 계기나 필연적으로 구입한 책 중에 남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리플로 남겨주세요. 하루하루 광고에 둘러싸여 묻혀버리는 좋은 책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취지라 생각합니다. | ||
<르네 바르자벨> 저/<장석훈> 역10,800원(10% + 5%)
『야수의 허기』는 프랑스 SF문학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이 쓴 과학 에세이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서이며 1973년 인류에 공헌한 과학 저작에 수여되는 르콩트 뒤 누이 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나의 모든 저작과 바꿀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인 바 있는 이 책은 생명, ..
Ray Charles14,300원(18%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