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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릴 땐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지?'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전 건망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사실 기억력이 좋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한 번 읽은 책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을 기억 못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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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건망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사실 기억력이 좋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한 번 읽은 책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을 기억 못하는 편입니다. 재밌게 본 책은 곧바로 한 번 더 읽는 습관이 생긴 것도 어쩌면 이런 부분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유년시절 잘못된 독서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남보다 떨어지는 집중력 때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인정하긴 싫지만 머리가 몹시 나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유년시절 읽었던 소설이나 위인전에 대해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성인이 되어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두고는 어느쪽이 제제와 뽀르뚜가의 이야기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 몹시 난처해하며 다시 한 번 책을 들고 읽을 기회를 가졌던 때가 기억나네요.

솔직히 얘기하면 어린시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기억하는 저에겐 ‘제제의 성장소설’일뿐 큰 감동을 주거나 재미를 준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하게 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매우 큰 상실감과 공허감을 안겨주어 몇 일 동안 나사 풀린 사람처럼 멍하게 지낼 수 밖에 없이 만들어주었는데요.

'왜 어릴 땐 이런 가슴 시린 느낌을 받지 못했지?' 라며 깊이 생각해보고 결론 내린 점은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라 많은 경험을 해본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받았던 상처 그리고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잃었을때의 상실감 또는 공허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너져내릴 수 밖에 없는 시름과 비탄 등등을 그때는 전혀 이해 할 수 없었기에 주인공 제제의 슬픔을 깊게 공유할 수 없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뭐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해도 어쩌면 한 번 읽은 책은 잘 기억 못하는 저의 독서습관 또는 떨어지는 기억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후후

하지만 분명한 건,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나 상황들에 대해 상상만으로 깊이 공유한다는 건 힘들었기에 성인이 되어 다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접하신지 오래된 분들은 한 번쯤 다시 읽어보시며 제제를 좀 더 이해하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가슴 속 깊이 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 M. 바스콘셀로스 저/박동원 역 | 동녘

브라질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바스콘셀로스의 대표적 작품이자, 세계 21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성장소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다섯 살 소년 '제제'를 통해 사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인간과 사물 또는 자연의 교감, 어른과 아이의 우정 등을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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