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꼭 가야할 전시공간 3
1세대 대안공간으로 불리는 루프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전시 공간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생의 길을 다방면 모색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홍대 앞을 지나친다면 꼭 한 번 가보면 좋을 만한 공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모두가 다 아는 홍대 앞 !
모두가 다 아는 홍대 앞!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대학으로 알려진 홍익대학교가 있는 거리는 옛 대학가 신촌 거리의 명성을 이어받아 90년대 초부터 서울의 가장 핫한 거리의 고유 명사 ‘홍대 앞’이 되었죠. 40년이 넘도록 2030세대들이 모여드는 용광로 같은 이 거리는 홍대 전철역을 기준으로 연남동 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1세대 대안공간으로 불리는 루프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전시 공간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생의 길을 다방면 모색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홍대 앞을 지나친다면 꼭 한 번 가보면 좋을 만한 공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 120 일심빌딩 2층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2007년 설립된 재단법인 일심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 이하 CR)입니다.
평화운동가 함석헌 선생님의 *씨알사상을 쫓아 설립하게 된 CR은 ‘개인’이 지닌 잠재력과 상상력을 매개로 움직이며 함께 나누는 ‘공동체 활동’을 지향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 씨알사상 : ‘씨알’ 의미는 순수한 사람됨을 지향하는 민중을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로서, 사람 안에 영원하고 불멸한 심적 생명이 있다고 보고, 사회적 규정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사람 그 자체가 역사와 사회의 바탕이자 주체라고 여기는 사상.
씨알콜렉티브는 씨알 복합문화공간(CR Cultural Complex), 씨알 교외학교(CR Out-of-School), 씨알 옥상정원(CR Rooftop Garden)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운영됩니다. 이렇듯 주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매해 시의성 있는 기획전,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차별화된 언어를 극대화하는 학예 지원 및 부스팅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만큼 홍대 일대에 있는 전시장들 가운데 각종 실험적인 전시, 공연이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장 화이트 큐브 다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히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인 만큼 모든 일정, 참여 작가, 기획 전시의 내용, 공모 등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이곳은 4번의 개인전과 1번의 기획전 등 연 5회의 전시를 진행합니다. 4번의 개인전 중 1번은 공모를 통해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기회를 주고 있는데요. 모든 전시들은 준비 기간과 전시 기간을 포함하여 약 2개월의 시간을 할당받아 진행됩니다. 일반적인 갤러리의 2주-1개월의 전시 간격에 비해, CR의 배당된 시간만 보아도 전시의 기획에 따라 넉넉하게 운영할 수 있는 일정임을 알 수 있죠.
사실 1년에 5개의 전시를 한다는 의미는 하나하나의 전시마다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인다는 뜻으로 이해해 볼 수 도 있는데요. 이는 참여하는 작가로서는 씨알 콜렉티브에서의 전시를 그 해의 핵심 활동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죠. 모두가 정성 들이는 시간만큼 방문하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일대의 전시 투어에서 가장 우선 방문해야 하는 스팟으로 고려해 볼만하죠?
위치 :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54
챕터투는 (주)유 파인 메드가 갤러리바톤과의 협업해 국내외 미술가들과 기획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문화 공간입니다. 이 공동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준비가 완료된 작가들이 사회로 향하는 장소와 공간, 그들의 두 번째 장이 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한데요.
특히 이곳은 깔끔한 전시장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 안에 작가들에서 작업실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또한 함께 제공해 좀 더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전시장과 함께 운영되는 카페 ‘벌스투 VERSE II ‘또한 전시를 보거나 작가를 만나러 방문한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공간이 되어 주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길 건너에 위치한 서점 ‘스프링 플레어’ 또한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예술 서적과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문화와 예술에 특화되어 있기에 대형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소규모 출판물도 다소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아지트가 되어줍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제시하는 챕터 투에서 만나는 작가와 전시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절로 생겨나는데요. 아마도 홍대 일대의 나 홀로 전시 투어를 생각하는 분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준비를 마친 것 같죠?
위치 :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온수공간은 서교동의 오랜 역사를 가진 주택을 개조해 남다른 외관에서부터 눈길을 이끄는데요. 서교동에 1969년 지어진 50년 된 주택의 건물 외관과 구조를 보존하는 증축과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9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온수공간은 외부의 특별한 후원이나 지원 없이 대관사업을 중심으로 운영의 동력을 삼고 있습니다. 2명의 개인이 매개적 문화공간의 의지를 품고 운영하는 ‘근린 생활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온수공간은 전시가 가능한 ‘스페이스 온수’와 상업공간 ‘온수 스토어’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심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스페이스 온수는 일반적인 전시 형태보다는 대중적, 상업적 형태의 공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요. 기업 및 개인, 단체나 기관의 전시와 팝업 스토어, 브랜드 런칭 등의 다양한 행사를 위한 일반 대관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죠.
필자가 2023년에 접한 전시는 최민혜, 설고은, 장예빈, 방예은, 임현하 작가가 참여한 《원본 없는 판타지》라는 전시였는데요. 테라스 공간에서 소소하지만 알차게 준비한 와인과 함께 관람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작가들의 작업 또한 일반적인 화이트큐브가 아닌 공간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로웠죠. 상업공간으로 운영되는 온수 스토어는 코야코히 카페가 영업을 하며 관람객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단, 전시 공간의 대관은 기획안을 바탕으로 전층의 공간 구성 형식을 자유롭게 사전 논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온수공간과 시너지가 날 만한 기획안이라면 더욱 좋은 혜택이 기다린다는 사실! 공간에 매력을 느껴 전시를 원하는 작가들이 있다면 상업적 목적이 없는 프로젝트일 경우, 대관료는 일반 행사 대관의 30~40% 정도로 책정된다는 점인데요.
또한 대관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간의 공간 사용을 지원하기도 하고, 7일 이상의 장기 공간 지원은 공모를 통해 연 2-3회 선정하기도 하니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겠죠?
이처럼 미술계 안에는 많은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그곳은 전시라고 하는 최종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일견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운영되는 방식이나 목적을 살펴보면 꾀나 차이가 있기도 하죠.
다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공간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확인하며 고군분투 중입니다. 어떤 형태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 현재는 명확하지 않지만, 다양한 관객과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려는 목적은 동일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홍대 전역을 뻗어나가는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 가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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