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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계절로 돌아온 레드벨벳의 Queendom
레드벨벳 <Queendom>
이번 <Queendom>은 어느덧 데뷔 7주년을 맞은 레드벨벳의 컴백을 화려하게 알리는 축제의 의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타이틀곡을 중심으로 여름의 향취를 품으며 익숙한 반가움을 더했다. (2021.10.25)
오랜 기다림이었다. 레드벨벳은 2019년 연말 'Psycho'로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거듭된 난항을 겪으며 1년 8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보냈다. 하지만 본디 그들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을 복귀 시점으로 택하며 '빨간 맛', 'Power up', '음파음파'로 이어져 왔던 흥행 가도를 잇고자 한다. <Queendom>은 어느덧 데뷔 7주년을 맞은 레드벨벳의 컴백을 화려하게 알리는 축제의 의미를 표현함과 동시에 타이틀곡을 중심으로 여름의 향취를 품으며 익숙한 반가움을 더했다.
'레드'와 '벨벳'으로 구분되는 변화무쌍한 콘셉트와 독특한 사운드의 흐름이 지금까지의 레드벨벳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면 'Queendom'은 철저하게 곡이 함의하는 메시지와 감성에 초점을 둔다. '다시 한번 시작해볼까' 같은 식의 가사는 현재의 레드벨벳이 맞이한 국면과 동일한 맥락을 취하며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웬디의 시원한 고음 코러스를 필두로 멤버들의 하모니가 벅차오르는 감성을 더하며 곡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든다.
가사에 담긴 의미와 음악의 매력적인 요인은 별개로 작용한다. 늦여름과 어울리는 무난한 댄스 팝 장르의 곡이지만 레드벨벳이 7년간 시도해 온 다채로운 사운드와 과감한 실험들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다. 그룹 특유의 청량함과 'Ladida-do Ba-badida'라는 주문을 외는 캐치한 후렴구로 강조점을 두었지만 모호한 콘셉트의 곡과 시너지를 이루지 않고, 멜로디 전반에 깔린 밋밋한 인상 또한 상쇄시키지 못한다.
유니크한 콘셉트와 그에 적합한 수록곡들로 탄탄한 유기성을 구현했던 기존 앨범들에 반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무난한 만듦새를 취했으나 인상적인 트랙이 부재하다. 저물어가는 여름날의 잔상을 흩뿌린 발라드 '다시, 여름'과 톡톡 튀는 신시사이저 리듬이 돋보인 'Knock on wood'는 그룹의 익숙한 스타일과 맞닿아 있어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에스닉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다이내믹한 변주를 그린 'Pose', 아이린과 슬기의 유닛을 떠올리게 하며 매혹을 떨군 'Better be'만이 임팩트를 남기며 아쉬움을 달랜다.
<Queendom>은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레드벨벳을 그리워했을 대중에게 반갑게 다가가는 음반으로서는 성공적이나 어떠한 콘셉트를 소화하더라도 늘 주체적인 개성을 발휘하던 그룹의 기량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케 한다. 모두가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앞세워 힘찬 응원가의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정작 앨범의 주인공이어야 할 이들의 정체성은 흐릿하다. 무던한 완성도와 안전함을 추구한 작품은 레드벨벳이 공고히 쌓아온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사운드를 모두 담기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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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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