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들이 있었다
온 방향으로 걷기 3화
수많은 발걸음들 사이에서 꽃다발이나 화분 그리고 케이크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설렌다. 특별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을 얼굴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소소한 행복을 내 손에도 한 움큼 쥐어본다. (2021.03.03)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만남!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
어둑어둑해진 저녁 퇴근길. 내 앞에 걸어가던 아저씨의 손에 자르지 않은 통으로 된 식빵이 들려 있었다. 왼쪽 옆에서 걸어가던 여자의 손에 들린 검정 비닐봉지 속에는 삐져나온 식물이 보였다. 그날 퇴근길을 함께한 사람들은 일상을 손에 꽉 움켜쥐고 걸었다.
수많은 발걸음들 사이에서 꽃다발이나 화분 그리고 케이크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설렌다. 특별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을 얼굴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소소한 행복을 내 손에도 한 움큼 쥐어본다. 그런 저녁을 따라 걸었다.
집 근처를 자주 걷는다. 우리 동네에는 미로 찾기 같은 굽이진 골목들이 많다. 일자로 뚫려 있는 직선이 아닌, 꺾인 곡선 형태의 길들. 그래서 눈앞의 길이 아닌, 건물을 바라보며 다음을 예측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건물 사이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무심결에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마치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걷다가 마주한 이층집 주택. 꼭대기를 바라보니 새 몇 마리가 우두커니 솟아 있었다. ‘솟대라니!’ 혼잣말이 불쑥 튀어나올 만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은 쉽게 만나기 힘든 단어를 눈으로 만나는 일은 즐겁고 반갑다. 언제부터 저렇게 있었을까?
출퇴근길에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다. 대문을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 감나무집. 화분이 가득한 꽃집. 문을 여는 정육점. 과일가게 좌판에 놓인 색색의 과일과 채소. 건축사사무소 입구에 곤히 자고 있는 개 두 마리.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모두 자기만의 일상을 지키고 유지해나가고 있다. 가끔은 이 반복적인 장면들이 나의 하루를 이루는 퍼즐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그 자리에서 내 일상을 완성시켜주는 모습들에 감사하다.
-궁금하거나 가봐야 할 것만 같은 공간들을 담은 지도 만들기
-출퇴근길에 매일 봐도 안 질리는 장면과 대상들 기억하기
(개, 나무, 가게 안의 분위기, 조명 등)
-동네에서 나만의 '단골 집' 만드는 법: 종종 시간을 보내게 되는 무인빨래방,
집 근처 자주 드나드는 카페, 제일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종종가는 우체국,
매번 테이크아웃하게 되는 식당, 주기적으로 가는 헬스장 등
자신만의 동네 루틴 기록하기
*이진슬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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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방향으로 걸음이 향하고 마음이 향하는 곳들이 쌓여간다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똑같은 하루. 늘 지나다니는 별다를 것 없는 길의 풍경. 요즘처럼 어디 나가기도 힘든 날에는 일상이 무료하기만 하다. 아쉬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밤,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