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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이고 전복적인 걸그룹의 눈빛, 위키미키(Weki Meki) 김도연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김도연
여성 아이돌 김도연의 얼굴에서 당신은 밀레니얼과 그 윗세대를 아우르는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없이 편견에 도전하는. (2020.10.15)
걸그룹 위키미키의 신곡 ‘COOL’의 도입부를 여는 김도연의 모습은 그동안 위키미키가 보여주었던 ‘틴크러쉬(10대들의 마음을 흔들어 사로잡는다는 의미)’의 정의와는 사뭇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거둬내고 위키미키는 최근에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걸그룹들의 당차고 화려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 곡의 콘셉트 안에서 김도연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며 화려하게 빛난다. 10대뿐만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의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면서.
장신에 긴 팔과 다리, 큰 눈, 높은 코와 모양이 야무지게 잡힌 입술까지 어느 한 곳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는 그의 외모는 누구의 시선이든 단번에 잡아둘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었다. 하지만 데뷔곡 ‘I’don’t like your Firlfriend’에서부터 ‘La La La’, ‘Crush’, ‘Tiki-Taka (99%)’ 등 여러 곡을 발표하면서도 늘 발랄하고 명랑한 이미지를 고수하는 팀의 성격 때문에 김도연의 화려한 외모와 큰 키가 지닌 장점은 본의 아니게 가둬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COOL’에서 위키미키 멤버들은 교복을 연상시켰던 발랄하고 명랑한 이미지의 착장을 벗어나 미캐닉(Mechanic)을 연상시키는 흰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이 옷을 입고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에 등장해 “날 보고 첫마디가 Cool Cool Cool / 얌전히 따라가지 않아 / 내가 만들어가 New rules”라고 읊조리듯 랩을 하는 김도연의 모습은 터프한 팔다리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COOL’의 안무가 그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한 키포인트임을 금세 알아차리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의 말미에 등장하는 김도연의 화려한 스타일링은 앞에서 보여주었던 미캐닉 스타일의 착장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 대비는 최후의 만찬을 모두 망치고 엎어버린 여성들의 잔치라는 메시지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기에 이르고, 김도연은 그 중심에서 가장 도전적인 눈빛으로 전복적인 태도를 취한다. 예쁘게 생겼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칠고 터프한 아우라를 뽐내며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찬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자기 식대로 모든 음식을 먹고 마시는 위키미키 멤버들은 김도연을 필두로 “재미없는 규칙은 다 벗어나 / 우리가 바꿔버리면 되니까”라고 외친다. 몇 개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면서 그가 보여주었던 당돌하고 차가운 얼굴이야말로 ‘COOL’이라는 다소 진부한 노래 제목과 가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김도연의 얼굴은 10대의 마음 외에도 많은 것들을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랑 방식부터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느낄 법한 동경의 마음. 여기에 여성의 외모를 얘기할 때 흔히 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부순 솔직하고 강한 그만의 어조는 편견을 깬다. 그의 얼굴을 보고 그저 “예쁘다”는 말로 모든 표현을 대신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미(美)’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치게 한정된 어휘 안에 갇힌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 여성 아이돌 김도연의 얼굴에서 당신은 밀레니얼과 그 윗세대를 아우르는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없이 편견에 도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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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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