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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 라 하바스, 힘 좋은 작가주의 앨범

리앤 라 하바스 < Lianne La Hav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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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 라 하바스의 이름이 (어쩌면) 낯설 수도 있다. 주류 팝 차트에서는 물론이고 그가 토대로 삼고 있는 재즈, 알앤비 등의 장르는 대중의 곁을 떠난 지 오래다.(2020.09.09)


5년 만에 등장했지만 그 어떤 고루함도 없다. 셀프 타이틀을 기치로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겪은 이별과 그를 통해 깨우친 감정을 더도 덜도 없이 담백한 어조로 노래한다. 2012년 발매한 첫 정규 <Is Your Love Big Enough?>와 소포모어 <Blood>(2015)가 이미 평단의 너른 찬사를 받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제대로 투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음반은 '헤어짐'에서 발원한 상실의 가치를 또렷하게 그리며 정확하고 적확한 함의를 획득한다.

리앤 라 하바스의 이름이 (어쩌면) 낯설 수도 있다. 주류 팝 차트에서는 물론이고 그가 토대로 삼고 있는 재즈, 알앤비 등의 장르는 대중의 곁을 떠난 지 오래다. 하지만 그가 협업한 뮤지션 알리샤 키스, 본 이베어,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커리어 많은 영향을 미친 프린스의 존재 앞에서 그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뮤지션이 먼저 알아 본 뮤지션. 몇몇 평론지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의 보컬은 미국의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 조니 미첼에 비견되게 깊고 알리샤 키스 같이 허스키하다. 한번 들으면 혼을 쏙 빼놓는 보이스 칼라와 밀도 있게 압축된 곡의 구성까지 그를 주목해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7년 영화 <러빙 빈센트>의 OST이자 돈 맥클린의 히트곡 'Starry starry night'으로 한 차례 대중의 관심을 샀다. 또한 같은 해 우리나라의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를 찾아 선 굵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전체 앨범의 지향은 첫 곡 'Bittersweet'부터 확실하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Shaft>의 사운드트랙 제작자로 유명한 아이작 헤이즈의 곡 'Medley: Ike's Rap III / Your Love Is So Doggone Good'을 샘플링해 속도를 높이고 리드미컬함을 살렸다.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쓰라림과 달콤함. 2016년 선배이자 동료 뮤지션 프린스를 떠나보내고 비슷한 시기 할머니와 애인을 잃은 상실감이 인생을 회고하는 계기가 된다. 그 고민의 결과가 이 노래에 선연히 새겨졌고 전체 수록곡은 그 주장을 알차게 묘사한다.

편곡 자체의 질감은 이전의 두 디스코그래피보다 가벼우나 응집력은 여전하다. 비요크가 연상될 만큼 자유로운 창법이 돋보이는 'Read me mind', 수려한 보컬이 단조로운 여백을 완벽히 상쇄하는 'Green papaya',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대표곡 'Misread'의 기분 좋은 낭만이 연상되는 'Seven times' 등 사운드를 비우고 그 자리를 코러스와 가창으로 채웠다. 알앤비를 바탕으로 영국의 프로듀서 무라 마사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Can't fight', 클랩비트와 아프리카 타악기로 신비함을 살린 'Sour flower'도 놓칠 수 없는 필청 트랙이다.

음악이 빠르게 소비되고 증발되는 시대다. 한 걸음, 거리에서 자주 들려오는 바운스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시 또 한 걸음 무겁지 않은 진행으로 듣는 즐거움을 전달한다. 옹골차게 써내려간 삶의 지향과 전곡 작사, 작곡을 넘어 프로듀싱에까지 참여한 이번 음반의 승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쓰인다. 집중력 있게 설계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장악력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게 없는 힘 좋은 작가주의 앨범이다. 타이틀로 내건 본명이 반짝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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