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홍콩의 뒷골목에 선 형제들 -뮤지컬 <영웅본색>
자호와 자걸, 마크의 우애가 펼쳐지는 홍콩을 무대 위에 화려하게 펼쳐냈다.
조직에 몸담았던 자호는 경찰을 꿈꾸는 동생 자걸을 위해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2019. 12. 26)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 입에 문 성냥개비 등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영화 <영웅본색>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영웅본색> 은 홍콩 느와르 물의 시초가 되었던 영화로 1987년에 1편이 개봉해 꾸준한 인기를 끌었으며, 총 4편까지 제작되었다. 뮤지컬 <영웅본색> 은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1, 2편의 줄거리를 본따왔다. 자걸과 자호 형제와 마크, 아성, 페기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형제와 친구 사이
홍콩의 밤거리를 휘어잡고 있는 조직폭력단의 중간 보스인 송자호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마크와 함께 위조지폐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자호는 동생 자걸의 학비와 집안을 위해 조직 일에 몸 담고, 위조 지폐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자걸이 경찰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형제의 아버지는 자호에게 이제 그 일을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한다.
동생 자걸은 형이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걸이 경찰이 되어 형이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실망할까 걱정한다. 자호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대만에 다녀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 그러나 대만에 간 사이 누군가 자호 일행을 배신했고,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사이 괴한이 아버지의 병실을 찾아 아버지를 죽이고, 경찰이 된 자호는 전과자를 가족으로 두었다는 이유로 늘 진급에서 제외된다. 우애가 깊었던 형제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감성을 담아 탄생한 뮤지컬
뮤지컬 <영웅본색> 은 영화의 화면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생각될 만큼 장면마다 계속해서 배경이 바뀐다. 쉴새없이 바뀌는 무대 배경은 1000장이 넘는 LED 패널로 구현됐다. LED 패널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설치되었다. 패널들은 장면이 발뀔 때마다 접히고, 펼쳐지면서 무대 설치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디테일한 설정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한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뮤지컬을 보는 내내 등장인물들과 같은 장소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홍콩의 밤거리, 한낮의 도심, 거대한 육교 위, 위조지폐 작업장, 교도소, 카센터, 대만, 조선소 등의 배경이 실감나게 표현된다.
영화를 보지 않고 뮤지컬만을 접한다고 해도 극의 흐름이 이해되지 않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모두 직관적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영화 <영웅본색>의 팬들에게 반가운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자호가 감옥에 들어간 사실을 알게 된 마크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거리에 놓인 육교 위에서 성냥을 입에 물고 홀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이나 자호의 복수를 하기 위해 대만을 찾아 총격신을 벌이는 것, 자신들을 배신한 아성을 기다리며 자호가 ‘신을 믿냐’고 묻자 마크가 ‘자기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신’이라고 대답하는 장면 등은 영화를 그대로 재현했다.
영화를 대표하는 OST인 ‘당년정’과 ‘분향미래일자’ 등도 뮤지컬 넘버로 활용된다. 시리즈의 감성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뮤지컬 <영웅본색> 은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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