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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 사랑이 담긴 음반
리조(Lizzo) - 『Cuz I Love You』
검정 배경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홀로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커버의 무게감과 달리 음반은 파워풀하게 달려나가고 화려하게 뛰어논다. (2019. 05. 22)
다소 편향되어 홍보되기는 했지만 이 음반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에 관한 사랑이 말이다. 다만 '내가 이렇게 잘 나가는 건 내 잘못이 아니야. 흘러넘치는 내 매력을 탓해'라는 자신감 넘치는 가사로 SNS를 타고 큰 인기를 끈 싱글 'Juice'가 보여주는 것처럼 앨범의 우뚝 솟은 관점은 차별과 고정관념 깨부수기이다. 여기에는 흑인이자 큰 사이즈의 옷을 입는 여성으로 상당 부분 비주류로 귀속된 뮤지션 리조의 입장이 담겨 있다.
교회에 다니던 가족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래퍼이자, 플루티스트로,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2013년 데뷔로 몇 년간 언더그라운드 신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2016년 대형 레이블과 손을 잡고 한 장의 EP <Coconut Oil>과 최근 한 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한다. 그 신보가 바로 이번 앨범으로 이는 개인 통산 세 번째 풀랭스 작품이다.
검정 배경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홀로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커버의 무게감과 달리 음반은 파워풀하게 달려나가고 화려하게 뛰어논다. 도입 곡 'Cuz I love you'나 'Juice', 'Better in color'에서처럼 피아노, 관악기, 플롯, 백 코러스를 두텁게 뒤섞어 1970년대 펑크(Funk)를 소환하고 여기에 'Crybaby', 'Tempo'에서 느껴지듯 때로는 프린스가 연상되는 관능적인 기타 톤을 가미해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린다.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창법도 돋보인다. 유행에서 살짝 멀어진 트랩 비트에 저음의 래핑을 얹은 'Soulmate', 'Tempo', 소울풀한 보컬의 'Exactly how I feel'을 지나 나긋하게 힘을 푼 끝 곡 'Lingerie'는 리조 보이스 칼라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관악기, 보컬이 완전한 합일을 보여주며 즐기지 않고는 못 배길 음반의 대표 킬링 곡 'Juice'는 '나를 사랑하는' 자기애 넘치는 메시지와 생동감 넘치는 보컬로 이번 음반의 지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건 상기했다시피 사랑이다. 'Like a girl'은 여성 억압적인 사회에 반기를 든 그룹 TLC의 대표 음반 <CrazySexyCool>을 가져와 '여자처럼 느껴진다면 세상을 이끌어라!' 토해내고, 'Soulmate', 'Exactly how I feel'은 본인을 Thick(두꺼운) girl이라 칭하며 외양과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Better in color'는 인종 구분 없는 사랑을, 'Cuz I love you', 'Jerome', 'Lingerie'는 만남 뒤 이별을, 야릇한 감정을 풀어내며 이성 간의 사랑을 노래한다. <Cuz I Love You>의 '너'가 지칭하는 건 구분 없는, 차별 없는 존재 그 자체다.
11개의 수록곡. 33분 남짓의 러닝타임. 그리 길지 않은 음반은 다시 한번 리얼 악기 중심의 활력을 불어온다. 블루지함과 발끝을 까닥거릴 펑키함. 리드미컬하게 끌고 가는 보컬과 강한 인상을 남기는 래핑 사이 남는 건 흥겨움이요 자리하는 건 의미 있는 시선과 목소리다. 물론 후반부 비슷한 복고 톤과 사운드 구성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일단은 매력적인 중독성에 귓전을 잡아끄는 등장이다. 군데군데 메간 트레이너, 프린스, 브루노 마스, 자넬모네 풍의 작법이 느껴지기는 하나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구역을 구축했다. 빌보드 앨범 차트 6위란 데뷔 이후 가장 큰 성과가 그의 안정적 자리 잡음을 보여준다.
관련태그: 리조, Cuz I Love You, Coconut Oil, Juice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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