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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의 제목은 아마도 가족이 되리라

나는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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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부모의 이야기가 이 시 ‘소설’처럼 두 권 일종의 책으로 나오는 모습을, 작가는 과학을, 부모는 정원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어느 서점의 가판대에 나란히 기대 서 놓인 모습을. (2019.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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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직후 잠시 기자 생활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마감을 해야 하는 치의학신문이었다. 대학에서 문창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기사 쓰는 법을 배우지는 않았다 보니, 제대로 자료 조사를 하거나 취재를 하지 않고 적당히 문장을 구겨 넣는 기분으로 기사를 적다가 늘 혼이 났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그럭저럭 해내는 건 인터뷰였다. 치의학 관련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기사로 적는 것은 취재 없이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라, 잔머리 굴리기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조차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채널예스>에 연재 중인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를 보자니 이때의 일이 떠올랐다. ‘아, 나도 저건 그럭저럭 할 줄 아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인터뷰 자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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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봄비가 오던 날의 일이다. 카페 홈즈로 작가 조진호를 초청했다. 작가는 과학만화,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픽 노블을 그린다.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  『게놈 익스프레스』 에 이어 『아톰 익스프레스』  까지, 말 그대로 중력과 유전자와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첫 장면부터 사로잡는 그림과 글로 솜씨 좋게 풀어낸다.

 

시리즈를 시작할 무렵 작가는 아직 교사였다. 원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주말이면 단골 커피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조금씩 펜을 놀려 그림을 그린 것이 익스프레스 시리즈가 되었다. 그 전에 작가는 게임을 만들었다. 작가가 대학시절 개발한 게임은 누구나 들으면 “아, 그거.” 하는 리니지다.

 

게임을 개발하다가, 원주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돌연 만화가가 되었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히 인터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이상을, 정확히 말하자면 그보다 더 놀라운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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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건 작가의 부모에게 들어맞는 말이다. 작가의 부모는 은퇴 후 충북 단양으로 귀촌해 600평의 땅을 가꿔 정원으로 꾸몄다. 봄이면 꽃이 여름이면 온통 매미가 가을이면 단풍이 지고 겨울이면 설원이 펼쳐지는 정원을 배경으로 작가의 부모는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개최했다. (이 모든 기록은 작가의 부모가 운영하는 블로그 ‘꽃피는 집’ //blog.naver.com/daria720 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작가와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보자니 언젠가 새벽에 지은 시 ‘소설’이 떠올랐다.

 

소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그 생을 고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서재에서 길이길이 남을 한 권의 삶을 고를란다.
그이에게 죽을 때까지 사랑받다,
함께 묻힐란다.
그러고도 우리에게 신이 내생을 약속한다면,
우리에게 그 생을 고르라 한다면,
한 권으로 다 못할 이야기를 상하 두 권으로 풀어내는 소설이 좋겠다.
서로 등을 부대끼고 평생을 살,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너와 나는,
그런 두 권의 일종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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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한다. 작가와 부모의 이야기가 이 시 ‘소설’처럼 두 권 일종의 책으로 나오는 모습을, 작가는 과학을, 부모는 정원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두 권의 책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어느 서점의 가판대에 나란히 기대 서 놓인 모습을. 그런 모습을 본다면 나는 또 한 편의 시를 지을 지도 모르겠다. 그 시의 제목은 아마도 가족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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