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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뮤지컬 <최후진술>, 최성욱 배우
<월간 채널예스> 2019년 4월호 파란의 ACE
무대가 체질인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생각하지 못했던 에너지가 나와요. 연습실보다 무대가,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만날 때가 편하고요. (2019. 04. 05)
뮤지컬 <최후진술> 이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했다. 재작년 초연된 2인극 <최후진술> 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로 익숙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다.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이가 생을 마감한 뒤 천국과 지옥행을 가르는 재판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15)64년생 동갑내기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가 무대에서 조우한 셈이다. 이번 공연에는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로 각각 4명의 배우가 열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최성욱 씨다. 파란의 ACE로 익숙한 그는 그동안 밴드가 등장하거나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음악이 중심인 작품에 주로 참여해 왔는데, <최후진술> 을 통해 첫 2인극에 도전한 것이다.
뮤지컬 <1446>부터 연기선이 굵어진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2인극, 배우로서 한 단계 넘어섰다는 얘기 아닐까요(웃음)?
맞아요, 4~5년 걸렸네요(웃음). 무대에서 노래는 많이 했지만 연기할 때는 긴장하곤 했는데, 조금씩 여유도 찾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작품은 저에게 도전이죠. 두 배우가 전체 극을 끌고 가야 하는데, 저를 믿어주셨다는 점에서 감사해요. 그만큼 욕심도 나고 더 열심히 해야죠. 저를 아시는 분들이 <최후진술>을 보면 ‘최성욱에게 저런 면도 있구나!’ 생각하며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갈릴레이 역과 달리 셰익스피어 역은 다른 인물도 함께 연기하잖아요.
1인 6역이에요. 모두 동시대 인물인데 셰익스피어부터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프레디라고 신도 등장하고요. 뮤지컬 <1446> 때 1인 2역을 처음 해봤는데 <최후진술> 에서는 더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니까 부담스러웠어요. 특히 프레디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관객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많아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지만, 지금까지 제가 해보지 않은 연기고 끼나 순발력도 많이 필요하니까요.
첫 2인극이고 전작들과는 성격도 많이 다른데,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일단 지금까지 2인극을 했던 모든 분들이 존경스러워요(웃음). 저희 작품도 정말 힘들다고 ‘다이어트 공연’이라고 하는데, 초연했던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상대역이 4명이고 사람마다 성향도 다르지만 연습하다 보니 호흡이 맞춰지더라고요.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안무가 힘들었어요. 안무가 멋있는데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아요. 대사나 노래는 어떻게든 외우겠는데, 동작이 많아지니까 한꺼번에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갈릴레이, 셰익스피어 등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내용이 쉽지는 않습니다.
메시지는 확실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지만 결국 거짓된 삶을 살지 말고 진실하게 살자, 그렇게 자신의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거든요.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에 배우로서도 목표가 있었나요(웃음)?
아니요, 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음악에만 미쳐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치 않게 뮤지컬을 하게 됐는데,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가수로서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는 많이 달랐어요.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관객분들이 무척 환호하는데, 배우가 무대에 서면 조용해지잖아요. 정적이 흐르는 그 분위기가 독특하고 좋았어요. 따로 연기를 공부한 건 아니라서 초반에는 50번 이상 오디션에 떨어졌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지원했더니 2인극까지 하게 된 거예요. 정말 믿기지 않는데, 이번에 잘해야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겠죠.
그럼 지금은 가수, 배우라는 타이틀 중 어느 게 더 익숙한가요?
글쎄요. 가수로 시작해서 아무래도 가수 이미지가 클 텐데, 뮤지컬배우로도 인정받고 싶어요. 계속 무대에 서고 싶거든요. 저는 무대가 체질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혼자 조용히 있는 편인데, 무대에 서면 생각하지 못했던 에너지가 나와요. 연습실보다 무대가,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만날 때가 편하고요. 파란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도 밴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뮤지컬배우 최성욱’이라고도 불러주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이미지가 아직은 옅어서 그만큼 입힐 수 있는 배역이 많을 텐데,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팝적인 음악 스타일의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킹키부츠>나 <헤드윅>의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함부로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니까 멀리 보고 언젠가 도전해야죠. 또 창작뮤지컬만 해봤는데 라이선스 공연도 해보고 싶고, 음악으로 쭉 이어지는 성스루 뮤지컬, 음악이 없는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무대에 서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했는데,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요?
연기적으로 배울 게 많아서 천천히 갈 생각인데, 그때쯤에는 극을 완전히 이끌어가는 주인공도 해보고 싶고, 매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미지와 목소리가 매칭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제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뮤지컬 <난쟁이들>로 예를 들면 ‘생긴 건 찰리인데, 목소리는 빌’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5년 뒤에는 저도 좀 중후해져서 목소리와 어울리는 역할을 더 많이 맡게 되지 않을까요?!
관련태그: 뮤지컬 최후진술, 최성욱 배우, 파란, 에너지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