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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내가 만든 책, 내가 홍보하는 즐거움 - 강윤정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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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한 푼 안 들이고 내가 만든 책 내가 홍보할 수 있다는 것,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 하나 퐁 떨어뜨리는 것일지 몰라도 그 파문의 동심원들이 조금씩 커지고 넓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 같달까요. (2019.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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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독서 에세이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를 쓴 강윤정 씨는 ‘문학동네’에서 국내 소설과 시, 에세이를 편집하고 있는 13년차 편집자다.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김현주입니다> 금요일 신간 소개 코너 ‘색감 있는 책 읽기’에 출연하고 있고, 최근에는 ‘편집자K’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책을 만드는 일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편집자K’ 반응이 좋아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인스타그램에 종종 책에 대한 피드를 올려요. 제가 읽은 책뿐만 아니라 제가 편집하고 있는 책에 대해서도요. 어떤 작가와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나 표지 시안이 이렇게 나왔다, 인쇄 중이다 등등 그 과정들을 책 좋아하는 분들이 흥미롭게 여기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 책이 나온다는 데 놀라워하고요. 나아가 그 책을 구매했다 말씀하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그 과정을 알고 보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하면서. 저로선 신기하고 감사한 순간들이고요.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영상으로는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내가 만든 책들의 비하인드스토리,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작가나 번역가, 마케터와 디자이너 등)과 나누는 책 이야기, 내가 독자로서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촬영, 편집도 혼자 하시나요?

 

기획, 촬영, 편집 전 과정을 혼자 하고 있어요. 제가 심각한 기계치인데다 영상 편집에 대해서는 1도 몰랐어요. 편집 프로그램 용량이 엄청 큰데 문서 작업용으로만 쓰던 노트북에 그게 안 깔리는 걸 이해 못해서 포털 사이트에 문의하기도 했고요. 그때 들은 대답은 ‘님 노트북 사양이 쓰레기네요’였습니다.(주먹 울음) 그렇게 시작해 “컷 편집은 어떻게…” “자막은 어떻게…” 이렇게 하나하나 유튜브에 검색해서 배워가고 있어요.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웃음)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는 <책읽아웃>의 고정 멘트인데요. ‘편집자K’는 일찌감치 구독을 했기 때문에 이제 ‘좋아요’를 자주 누르는 것으로 반응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책이 뭐길래’ 질문을 시작할게요.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최근에 좋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 작가님의  『글자 풍경』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책을 편집할 때도 서체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유튜브 영상에 쓰이는 자막이나 썸네일 문구용 서체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요. 책에는 가독성이 높고 피로도가 낮은, 그러면서도 안정된 서체가 어울리고 영상엔 보다 직관적인 서체가 어울리는지라 이런저런 서체를 써보고 있어요.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러면서 어떻게 다 다를 수 있는지! 정말 멋진 세계입니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비중을 달리 하는 가운데 역사, 문화적 특징은 고스란히 담은 글자들. 그 디테일들이 주는 매력이 근사했던 책입니다.
 
지금은 최근 출간된 백수린 작가님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과 김세희 작가님의  『가만한 나날』  을 읽고 있어요. 편집하고 있는 책,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소개할 책들만 해도 적지 않지만 이렇게 기대하며 기다리던 책을 읽는 설렘은 따라올 수 없죠. 바로 이 시대의 한국 소설, 지금 한국소설의 문장들을 읽는 기쁨이 커요. 모쪼록 두 분 다 오래오래, 즐겁게, 많이! 써주시면 좋겠어요. 아, 오늘내일이면 구병모 작가님 신작 『버드 스트라이크』 도 도착하겠네요. 신난다!
 
그 책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글자 풍경』  은 온라인 서점에서 보자마자 한눈에 꽂혔어요. 관심 있는 분야였는데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미리보기로 조금 읽고 바로 주문했고요. 『친애하고, 친애하는』  과 『가만한 나날』  은 작가님들이 서명본을 보내주었어요. 국내 문학 편집자로 일하다보니 서명본 받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서명본은 반드시 읽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인데, 제가 막상 이 질문을 받으니 답이 탁 떠오르질 않네요.(당황) 그때그때 기준이 다른 것 같아요. 국내 문학은 제 일이기도 하여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이 읽습니다. 논픽션은 ‘김명남, 노승영’ 두 분 번역가를 신뢰하여 두 분 이름을 검색해 찾아 읽어요. 봄날의책과 어크로스에서 나오는 책들은 출판사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네요. 의외로 표지가 좋아서 사는 책은 적어요. 디자이너 이름을 기억해두죠.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직접 독자들을 만나고 계세요. SNS는 편집자(작가)님께 어떤 수단인가요?
 
요샌 트위터는 거의 안 하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정도인데요, 저에게는 일종의 취향 공동체를 만드는 공간 같아요.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 좋은 신간이나 책과 관련된 다양한 장소, 이벤트들을 발 빠르게 소개하고 싶고, 숨은 좋은 책, 잊히기에 아까운 책도 먼지 잘 털어 알리고 싶어요. 물론 편집하고 있는 책이나 저희 팀, 저희 회사에서 나온 책들을 홍보하는 채널이기도 하고요. 개인의 영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같아요. 광고비 한 푼 안 들이고 내가 만든 책 내가 홍보할 수 있다는 것,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 하나 퐁 떨어뜨리는 것일지 몰라도 그 파문의 동심원들이 조금씩 커지고 넓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 같달까요.
 
책은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하시나요? 오프라인으로 사시나요?

 

온라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5:5 정도 되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새로 생긴 오프라인 서점들에 가보는데, 그때마다 몰랐던 책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구매한 책들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매월 10만원의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어떤 책을 많이 사실 것 같나요?
 
일단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광대가 씰룩이고 있어요. 벽돌책 탐이 좀 있어서 아마 두꺼운 책들에 손이 가지 싶어요. 얇은 시집이나 한 손에 가뿐히 잡히는 소설을 만들면서 갖고 싶어하는 건 벽돌책이라니… 인생이 다 그런 것이겠죠.(웃음)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늘 너무 많습니다. 독자로서도 편집자로서도(다들 보고 계십니까…?). 지금 떠오르는 세 사람만 이야기해본다면, 일러스트레이터 이새벽 작가님 신작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그림일기』  ,  『고양이 임보일기』  둘 다 제 서재 ‘고양이책 zone’ 상석에 모셔둔, 정말 아끼는 책이에요. 독일 작가 모니카 마론을 좋아하는데 한국에 번역본이 몇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업계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보선 시인의 산문집이죠. 제가 만들고 있는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음?)

 

강윤정 편집자님의 두 번째 책을 기다려도 될까요?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꼭… 네… 제가 잘할 게요. (웃음)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장으뜸, 강윤정 저 | 난다
이들 부부의 책일기 속에 책을 통한 생활이 듬뿍 묻어 있다. 책을 너무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책을 어떻게 제 일상에 새기는지 그 과정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훈풍에 자주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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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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