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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소설 쓰는 모임에서 시에 푹 빠졌어요 - 노혜진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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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든 뭐든 여유가 생기기만 하면 조금씩이라도 읽고 쓰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뭔가를 가지게 되면 그것을 좋아하거나 끌리는 것에 쏟아 붓게 되는데, 저는 책이거나 쓰는 것이었어요. (2019.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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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반갑습니다.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된 노혜진입니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읽고 쓰고 쉬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이십 대에는 명랑, 그 이후에는 주로 차분한 사람으로 살고 있어요.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상대에 맞는 제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쓰는 노혜진, 인간 노혜진, 회사원 노혜진 등을 모두 최대한 분리해 놓고 사는 편이었습니다. 당선에 대해 주변에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서 아직은 어색하고 그렇답니다.


시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여쭐게요.

 

태어나서 경험해 본 일들 중 가장 놀랍고 감사한 사건입니다. 시험처럼 점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쓰면서도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 것일까’하는 막막함이 있거든요. 내 시를 내가 보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판단, 상상을 해야 해요. 그리고 1000명, 500명, 이런 숫자들을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이라는 단어만 떠올랐어요. ‘정말 오래도록 바라고 노력하면 되는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시간이든 뭐든 여유가 생기기만 하면 조금씩이라도 읽고 쓰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뭔가를 가지게 되면 그것을 좋아하거나 끌리는 것에 쏟아 붓게 되는데, 저는 책이거나 쓰는 것이었어요. 그런 기간들이 반복되다 보니 안되겠다 싶었는지 몇 년 전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주로 소설을 읽고 쓰는 모임이었는데, 저는 오히려 그곳에서 시에 완전히 반하게 되었구요. 다른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 쓸 때 저도 읽고 썼지만 주로 시와 시인에 반한 상태로 지냈어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시’가 ‘쓰고 싶은 시’일 가능성이 많아요. 여기서 ‘지금’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조금씩 따라다니며 쓰다가 어떤 하나의 굵직한 세계를 완성하고 싶네요.


좋아하는 시집, 좋아하는 시도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에 시를 읽게 되었을 때 강렬하게 반했던 시집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김수영 전집 1, 2』 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두꺼운 양장본을 펼쳐 읽고, 침대에 쭈그리고 엎드려 읽으며 밑줄 긋고 그랬습니다. 좋아하는 시집과 시가 많아서 하나를 꼽기가 쉽지 않아요. 이번 겨울에 새삼 몇 번을 읽었던 시는 김종삼 시인의 「장편(掌篇)」입니다. 단어나 문장의 힘보다 그것이 어우러진 시 한 편의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어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산문도 무척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일반적인 산문을 좋아했다면, 요즘은 문학적이거나 시적인 산문을 좋아해요. 문장에도 깊이 빠질 수 있는 산문, 문장과 내용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산문이요. 소설 등 다른 장르들도 읽고 있습니다. 또 좋아하는 장르가 있는데 좋아하니 일단은 말을 아끼고 싶어요. 그리고 최근은 아니고 2018년 4월에 인상 깊게 읽었던 시집인데요. 니카노르 파라의『시와 반시』입니다. 지금 펼쳐 보니 ‘나무 보호’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왜 그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니 / 아몬드 모양의 눈을 한 꼬마야’

 

책을 주로 어떻게 선택하여 읽는 편이신가요?


트위터, 인스타그램,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 등 시나 문학 관련 내용이 있으면 조금씩 보는 편인데요. 그러다 어디선가 누군가 이 시집을 언급했을 텐데 어디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아요.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은 왜 소중할까요?

 

살면서 저는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여겨 왔습니다. 표현 방식이 저와 더 잘 맞는 것인데요. 즉흥적이지 않고, 느리므로 글자를 다독일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문장이나 글이 그 단어나 문장으로는 갈 수 없는 어떤 곳으로 가있기도 합니다. 층위가 뒤바뀌는 것이기도 하고 새 층위가 생겨버리는 것일 수도 있구요. 시를 쓰고 읽는 것은 가장 반했기 때문입니다. 시를 읽다 보면 놀라운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간혹 어떻게 놀라운지 설명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울 때도 있습니다. 매력적입니다.

 


 

 

시와 반시니카노르 파라 저/박대겸 역 | 읻다
“시인 짓거리”를 하는 시인 개인의 점잔 빼는 목소리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수 군중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다양한 주요 담론들이 온갖 형태를 통해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구어체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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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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