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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김의 외로움과 무기력, 방황과 극복

샘김 『Sun An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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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익힌 기타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며 천재 소년 타이틀을 얻은 그는 이제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감성과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201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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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 것이 없던 10대가 20대로 넘어갈 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공존하는 앨범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3>로 대중과 인사를 나눈 1998년생 재미교포 샘김은 데뷔 EP 이후 2년 반 만에 첫 정규 음반을 발매했다.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한 자격을 두루 갖췄으나 어딘가 아쉬운 표현력을 두르고 있던 그가 10대 시절에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외로움과 무기력, 방황과 극복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전작 <I AM SAM>은 오디션에서 보여줬던 펑키한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샘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음반이었다. 반면 갓 스무 살을 넘긴 그가 무기력의 터널을 뚫고 보여준 이번 앨범에는 주목할 요소들이 존재한다. 특히 현 소속사인 안테나 뮤지션의 참여보다 새로운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력파 기타리스트 적재와 크러쉬의 「어떻게 지내」를 비롯한 다수의 곡을 작업하며 서정적인 편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소진 그리고 샘김까지. 이 세 사람이 주요 제작진이 되어 음반을 매만졌다.

 

참여진이 달라졌다는 건 음악 제작 방향에 변화를 줬다는 의미다. 샘김이 아이유의 「이런 엔딩」 작곡가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는 편안하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를 잘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뮤지션들을 섭외, 듣기에 부담 없는 매끈한 8곡을 만들어냈다. 지코와 크러쉬가 각각 참여한 「It’s you」나 「Make up」에서는 대중적인 접근이 돋보이고, 「Would you believe」에서는 네오 소울을 샘김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존 메이어의 2집과 3집 스타일이 연상되는 「Sun and moon」과 반전 매력을 품고 있는 「The one」은 이번 음반에서 그의 음악적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특히 「The one」은 도입부만 들으면 평범한 알앤비 같지만, 갈수록 재즈 힙합을 짙게 깔면서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까지 들려준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비슷한 장르와 창법으로 활동 중인 가수들 사이에서 샘김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감정 표현이 더욱 섬세해졌음을 느낄 수 있는 「무기력」에서는 그가 느낀 생각을 담담하게 한 글자씩 불러낸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나 그만큼 감당해야 할 감정이 더 많아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세상을 마주한 청춘들은 두려움과 외로움, 무기력과 마주하며 자신을 뛰어넘을 준비를 한다. 그 시간을 지나온 샘김은 이곳에 그와 같은 이들을 다독이는 언어를 가지런히 펼쳐놓았다. 독학으로 익힌 기타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며 천재 소년 타이틀을 얻은 그는 이제 대중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감성과 실력까지 갖추게 됐다. 성장 가능성으로 빛나는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첫 정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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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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