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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더 많은 가운뎃손가락이 필요하다

엑스엑스엑스(XXX)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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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와 대중음악 씬을 난도질하는 XXX의 문법은 어둠 속 번뜩이는 붉은 두 눈처럼 차갑고 섬뜩하며 끝내 무채색 니힐리즘의 한 송이 꽃을 피워낸다.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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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분노, 긴장과 왜곡. <Moonshine>의 황량한 디스토피아를 설계한 언어는 숭고한 폭력의 미학으로 날카롭다. 극한의 극한을 넘어 또 다른 극한으로 질주하는 랩과 비트로 행하는 혼돈의 칼춤이다. 대한민국 사회와 대중음악 씬을 난도질하는 XXX의 문법은 어둠 속 번뜩이는 붉은 두 눈처럼 차갑고 섬뜩하며 끝내 무채색 니힐리즘의 한 송이 꽃을 피워낸다.

 

김심야와 프랭크를 이토록 악 받치게 만든 건 <KYOMI>의 글로벌 도발을 철저히 무관심으로 응대한 사회다. 비츠원 라디오(Beat 1 Radio), 하입트랙(Hypetrack) 등 해외 다수 매체의 주목 이후에야 음악 아닌 가십 정도만을 다뤄준 고국이다. ‘문화의 씨앗 자체를 심을 수 없는 땅’ ‘건물 올리기 좋은, 양분 없는 땅’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내뱉게 한 문화 세태를 논하기 위해선 더 독한 비트, 더 허무한 단어가 필요하다.

 

<KYOMI>의 립스틱을 그대로 도려낸 극단의 <Language>는 ‘한국은 안돼’로부터 ‘한국은 왜 안되는가’의 담론을 기괴하게 도출한다. 힙합 성공 신화의 도상 - 차, 효도, 성공 -을 한데 묶어 전복하는 「18거 1517」를 보자. 피치 다운된 제2의 목소리와 함께 숱한 래퍼들의 성공 다짐을 나열하는 전반부가 지난하게 지나가면 긴박한 베이스 리듬의 반전과 함께 독기 어린 김심야의 메시지가 본색을 드러낸다. ‘내가 성공하면 꼭 저 쇳덩어리에 우리 가족을 다 태울 걸 말이야’란 다짐이 ‘최고의 래퍼가 되면 부자가 될 거란 터무니없는 생각 개꿈이라네’로 이어지는 광경은 철저히 현실과 맞닿아 있다.

 

<Language>는 <Moonshine>보다 먼저 완성됐다. 2017년 상반기 모든 작업이 끝났고 공개 순서만 비틀었다. 파티 이면의 욕망을 묘사한 데뷔작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세상을 공격하는 김심야의 독살스러운 가사는 왜 ‘문샤인의 그’가 고독한 패배자로 존재했는지를 이해시킨다.

 

창작과 빈곤 사이의 분노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Bad for you」의 문장은 김심야 고유의 스타일로 자리한 모습이다. 「수작」에서는 ‘도대체 쓰는 가사마다 반이 꼬부랑이냐 / 그럼 외국으로 뜰까?’라며 한영혼용에 대한 비판을 냉소적으로 받아치기도 한다. 괴상한 한국 힙합 씬 속 이질감을 가감 없이 풀어내는 「S_it」은 <Moonshine>의 수려한 메시지가 이미 예고되었음을 증명한다.

 

프로듀서 프랭크는 이런 곡의 테마를 사운드로 옮겨 놓는 탁월함을 과시한다. 예술과 현실을 저울질하며 ‘뜨는 음악’을 하지 않는 본인을 분리하는 「Ugly」에서 그는 건조한 드럼 비트 위 신경을 긁고 지나가는 샘플 배치로 이방인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양 끝을 오가는 변주와 이펙트 활용은 물론, 보컬 샘플의 왜곡으로 평범을 거부하는 「수작」, 테크노와 파괴적인 워블 베이스를 섞어 환멸을 그리는 「Trust us」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날뛰는 피치의 오프닝부터 페이드아웃 - 페이드인, BPM 변주로 씬 전체를 갈가리 찢어 놓는 「S_it」의 한 구절대로, ‘왜 비트는 못 베끼냐’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기괴하고 공격적인 첫인상과 달리 극도로 치밀하고 정교한 설계도를 그린 셈이다. 미니멀 비트 위 하나하나 소리를 쌓아가면서 ‘돈 얘긴 그만’을 외치는 「뭐 어쩔까 그럼」과 몸부림치는 베이스 리듬의 목을 잡고 제압하며 허무한 질문을 던지는 「Arranged」, 마지막 「Bad for you」와 「Told you」의 마무리까지 톤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까지 비범하다. 소피(SOPHIE)와 데스 그립스(Death Grips) 같은 얼터너티브 혁신가들의 이름 옆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간주곡」은 이 듀오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비범한 곡이다. 제목과 달리 앨범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노래는 가스펠의 코러스와 강이채의 오케스트라, 짤막한 앰비언트와 인더스트리얼 테크노를 거쳐 도달한 마지막 1분에서 김심야의 촌철살인 메시지로 강렬한 충격을 새긴다. ‘옛날이 더 대단했음 혼자 옛날해’ 처럼 기성의 굴레를 공격하고, ‘차트 못 올라가면 끝’으로 창작에 족쇄를 매는 시스템을 조롱한다.

 

친절하지 않다. <Language>의 화법은 모순된 시스템과 이를 묵인하는 망각의 집단 의식을 똑바로 마주하라며, 머리채를 쥐어 잡고 얼굴 앞에 독기 어린 질문을 쏟아내는 편에 가깝다. 가식적인 호의나 낙관, 배려는 없다. 쇠퇴의 시대 속 젊은 창작가의 울분을 폭로하는 그들의 언어는 앨범 커버처럼 거대한 퍽 유(Fuck You)다. 그리고 이 퇴폐와 향락을 끝장내기 위해 우리 사회엔 더 많은 가운뎃손가락이 필요하다.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젊은 듀오 XXX는 고독한 언어의 탑을 쌓아 올렸다. 사회가 욕망을 거세해 나갈수록 더욱 단단히 솟아오를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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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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