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 같다', 방어 심리가 만들어낸 말?
어정쩡한 표현 말고 똑 부러지게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듯하다’ ‘듯싶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2018. 06. 28)
“이 집 음식 맛 어때?”
“맛있는 것 같아요. 근데 좀 짠 것 같아요.”
가족들과 모처럼 외식하는 자리에서 오간 대화다. 아들 녀석의 대답은 ‘좀 짜긴 하지만 맛은 있다’는 정도일 터. 맛있으면 맛있다고, 짜면 짜다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맛있는 것 같다’ ‘짠 것 같다’고 할까. 필자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녀석은 ‘∼것 같다’를 ‘∼하다’ ‘그렇다’는 의미로 쓰는 친구가 꽤 많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것 같다’는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관용구가 되어 버렸다. ‘좋아요’ 대신 ‘좋은 것 같아요’를 쓰는 것까지는 봐줄 만한데 ‘배고파요’ 대신 ‘배고픈 것 같아요’라고 하는 건 뭔지. 심지어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 모른다는 건지, 알긴 아는데 확실하지 않다는 뜻인지 헷갈린다. 이것도 그냥 ‘알쏭달쏭해요’라고 하면 될 것을. ‘∼것 같다’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에서 공격을 피하려는 무의식적 방어 심리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 ‘듯하다’ ‘듯싶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부터 우리말에서는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어 ‘그런 듯하다’처럼 써왔다. ‘듯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사건이나 상태를 추측할 때 쓴다. 즉 ‘배고픈 것 같아요’는 ‘배고픈 듯해요’로 쓰면 된다.
아 참, ‘∼같아요’를 ‘∼같애요’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이다. ‘같애’는 ‘같(어간) 애(어미)’로 나눌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키가 작아’에서 보듯 어떤 사실을 서술하는 어미는 ‘∼애’가 아니라 ‘∼아’이다.
신조어로 많이 쓰인 낱말 가운데 ‘아몰랑’을 기억하시는지. ‘아, 몰라’에 ‘ㅇ’을 붙인 것이다. 어떤 사안을 놓고 논쟁하다 더 이상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때 ‘아몰랑’ 하고 물러서면 논쟁은 끝난다. 이 낱말 역시 자신이 없어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것 같다’와 닮았다. 선택의 고민은 끝이 없다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지 말지를 인터넷에 묻는 사람도 있다 하니 ‘∼것 같다’는 약과(藥果)일지도 모르겠다.
‘∼것 같다’ 같은 어정쩡한 표현 말고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말은 곧 얼이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