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에피소드로 시작됩니다
『Holy Shit』, 『사탄탱고』
실제 비속어는 죽음이라든지 암이라든지 하는 강렬한 단어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피부 전도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신체적인 고통을 경감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하죠. (2018. 06. 25)
HOLY SHIT
멀리사 모어 저/서정아 역 | 글항아리
영문학자 멀리사 모어의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 낸 세계."라고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 원제에서의 부제를 번역을 해보면 "욕설의 간략한 역사"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비속어, 그리고 욕설의 역사를 진지하게 다룬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저자에게는 정제된 말을 주로 쓰시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알츠하이머에 걸린 뒤에는 할머니가 "Shit"이라는 강렬한 비속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것이죠.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보들레르의 이야기 입니다. 그가 뇌졸증으로 쓰러졌을 때, 말하는 능력을 전부 상실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오직 "제기랄"이라는 비속어는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했다는 것이죠. 이런 증상의 이유는 뇌과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언어 능력은 상위 영역인 대뇌피질에서 담당을 하는데 비속어는 하위 뇌라고 할 수 있는 변형계에서 담당한다는 것이죠. 이곳은 좀 더 원초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욕설이 다른 언어와 완전히 다른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비속어는 죽음이라든지 암이라든지 하는 강렬한 단어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피부 전도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신체적인 고통을 경감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하죠.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그런 욕설과 비속어를 정밀하고 흥미롭게 설명하며 서술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의 상황과 말, 그리고 맥락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조원규 역 | 알마
이 책은 라슬로의 장편 소설입니다. 그는 맨부커상을 받을 때 수상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 인 것 같다." 인상적인 연설의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에 나온 이 책 <사탄 탱고>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을 헝가리 감독 벨라타르가 1994년에 만들었던 걸작 영화 <사탄탱고>의 원작영화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려 7시간 18분이나 됩니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3번에 나누어서 상영을 했고 그래서 거의 하루 종일 보았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죠. 작품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헝가리 남동부의 집단 농장 마을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부패와 불신과 타락 때문에 실패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1년 반전에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이 사람은 소문에 따르면 소의 배설물로 성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고, 일종의 메시아같이 보이는 인물이었죠. 그가 도착한 이후의 과정과 여정을 지독히도 어두운 부조리극이자 뒤틀린 신화처럼 펼쳐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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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