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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저자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편집자 L
저자군의 특징이라면, 초창기에는 ‘첫 책 전문’ 출판사였다. 스윙밴드에서 나온 책이 모두 작가들의 데뷔작이었다. 현재는 ‘후속작 전문’ 출판사인 상태다.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나. (2018. 03. 15)
최근 프랑소와 엄은 지인에게 고백을 하나 했다. “요즘은 저자 이름이 아니라, 이 책을 만드는 사람 때문에 책을 고르게 된다”고.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를 집어 든 계기도 다르지 않다. 출판그룹 ‘스윙밴드’의 대표이자 편집자인 L의 폭소 만발 편집 후기(//ch.yes24.com/Article/View/33757) 를 읽은 후, 난 L의 팬이 되었다. L이 내는 책들은 눈 여겨 보게 되었고, 그가 책을 만드는 과정, 계기가 궁금해졌다.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는 『어쩌다 어른』 을 쓴 이영희 <중앙일보> 기자의 에세이다. 기자의 에세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코믹하면서 또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진심병 환자’라면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어쩌다’ 편집자 L은 이영희 기자의 두 번째 책까지 만들게 됐을까? 두 권 이상 함께 작업한 저자를 편집자는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궁금증을 갖고 편집자 L에게 물었다.
마감이 3년 걸렸다는 사실이 진실인가?
맞다. 3년 전에 이영희 기자와 계약했다. 스윙밴드의 전통인데, 마감 후 곧바로 다음 책 계약서를 쓴다. 혹시 이번 판이 망하더라도 다음 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쌓인 계약서가 수두룩하다. 이 자리를 빌려 스윙밴드와 계약한 작가님들께 부탁드린다. 원고 좀 주시라. 신문사의 기사 마감 스트레스에다 편집자의 마감 독촉까지 꿋꿋이 견뎌내며, 월 평균 1꼭지씩이나마 원고를 완성해준 이영희 기자가 새삼 고맙다.
책 제목의 느낌이 알쏭달쏭하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를 전혀 사랑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하고.
어느 날 불쑥 이영희 기자가 던진 한 문장이다. “저는 저를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나와도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무척 신선했다. 나는 사실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한 문장을 붙잡고 쓰기 시작한 책이다.
추천사를 쓴 김민식 MBC PD의 말처럼 저자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여자”인데 “스스로의 찌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이영희 기자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현실과 책 속의 저자의 싱크로율이 궁금하다.
이영희 기자는 책에서 자신의 단점을 여러 가지로 고백하고 있지만, 5년째 보아온 나에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싱크로율은 100% 같은 0%랄까. 저자 스스로는 단점이라고 주장하지만 타인이 보기엔 셀 수 없이 많은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솔직함, 집중력, 용기,끈기, 순발력 등. 그중에서도 가장 본받을 점은 이해심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아주고 잘 받아준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는 것 같다. 소통 능력도 보편 정서도 모자란 편집자인 내가 이렇게 인기 있는 에세이를 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이다. 가까이서 지켜본 스윙밴드의 다른 멤버들이 증언한다.
초고를 읽다가, 가장 깔깔대며 폭소한 장면 또는 문장이 있다면?
그런 문장 중 상당수가 삭제됐다. 너무 웃긴데, 아무래도 묻고 가야 것 같은 민망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그나마 살아남은 문장을 꼽으라면, 『설국』 을 읽던 작가가 무심코 내뱉는 진심 어린 감상평. "미친 건가. 이 여자." 여자치고 큰 키를 부담스러워하는 소개팅남에게 던지는 일갈. "말이라니요. 조랑말입니까 유니콘입니까 이 아저씨야."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감을 유머로 승화한 "로드리게스 씨로 새 삶을 찾아 보고픈 마음" 등등. 한 꼭지당 최소 한 번은 웃기고 간다. 보장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두고 ‘진심병 환자’라고 고백한다.(진심병 : 내가 마음을 열고 대하면 상대방도 그럴 거라 믿는 증세) 왠지, 편집자 L도 ‘진심병’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사실 프랑소와 엄은 진심병 말기 환자다.
언제나 진심만 말한다. 묘비명으로 써야 될 지경이다. 그래서 편집한 책의 소개글을 쓸 때가 가장 힘들다. 진심이 아닌 팩트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이것이 나에겐 언제나 난제다.
기자들은 왠지 자기계발서를 안 읽을 것 같은데, 이영희 기자는 의외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더라. 편집자인 당신은 어떤 책을 많이 읽나?
이영희 기자는 자기계발서뿐만 아니라 온갖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 출판 기자일 때는 일이라서 그랬다지만, 국제부 소속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책을 안 읽는다. 프랑소와 엄의 질문은 "일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책"이라는 취지일 텐데, 아쉽게도 그런 책은 없다. 지금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버나드 크릭 경의 『민주주의』인데, 이것도 일로 읽는 중이다. 모든 책은 어느 순간엔가 일로 바뀐다. 아주 사적인 독서라는 것은 출판사에 취직한 후로 끝장났다.
이영희 기자의 첫 책 『어쩌다 어른』 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이 나온 게 2015년 2월, tvN <어쩌다 어른>이 첫 방송을 시작한 날이 2015년 9월이다. 나는 당연히 출판사에게 제목 사용 허가를 받았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방송사는 동명의 제목으로 책까지 냈다. 좀 많이 놀랐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문구는 다시 봐도 역대급이다. 방송 프로그램명뿐 아니라 술집, 카페, 팬시용품점 이름도 있다. 제목이나 카피에 유사한 표현을 넣은 경우는 부지기수고. 어른이 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우리 문화가 나이, 경험, 위계 등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생기는 반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tvN 덕분에 저작권법에 점점 해박해진 건 별로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이번 신간 직전에 낸 책이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아닌가? 이 책 역시 일간지 여기자의 책이다. 기자들의 책을 연이어 출간하게 된 건 시기적 우연인지? 아니면 기자들의 글을 평소 좋아하는지, 남기자의 책은 나올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전적으로 우연이다. 우리와 계약한 다른 작가들이 원고를 안 주셔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계약서를 쓴 남자 기자도 물론 있지만, 아마 못 나올 듯싶다.
스윙밴드의 모토는 “유쾌한 작가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듯 즐겁게 책을 만드는 출판사”다. 유쾌하지 못하면 스윙밴드의 저자들이 될 수 없는 것인지?
편집자가 위트가 없다 보니 작가들이나마 유쾌했으면 좋겠다. 콤플렉스의 발로랄까. 즐겁지도 않은 일을 꾸역꾸역 오래 하기란 어려우니까 가급적 장점만 생각하려고 애쓴다. 저자군의 특징이라면, 초창기에는 ‘첫 책 전문’ 출판사였다. 스윙밴드에서 나온 책이 모두 작가들의 데뷔작이었다. 현재는 ‘후속작 전문’ 출판사인 상태다.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나.
사실 프랑소와 엄은 작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 계약한 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심장이 타들어간다. 매주 ‘나는 왜 계약서를 썼나’ 참회하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조언을 구하고 싶다. 에세이는 어떻게 써야 하나? 또 궁금한 것은 편집자가 좋아하는 저자의 태도다.
앗. 에세이라면 스윙밴드가 잘 만든다고 소문났는데, 아까운 저자를 놓친 건가. 책 나오면 구매 후 서평을 남기도록 하겠다. 에세이는 어떻게 써야 좋을까, 다음에 이영희 작가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답변이 오면 꼭 프랑소와 엄에게 전하도록 하겠다. 편집자에게 가장 좋은 저자의 태도란?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여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급히 둘러대자면, 마감 잘 지키는 저자? 근데 마감만 잘 지킬 뿐 글이 별로면 그것이야말로 난감한 노릇이고. 자신의 원고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자? 여러 번 고치더라도 더 좋은 원고를 만들어내는? 하지만 그러면 편집자는 언제 퇴근을 한단 말인가. 아 잘 모르겠다! 이러든 저러든 저자는 저자일 뿐 방심하면 안 된다.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는 특히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이 책은 자존감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남이 나를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얻어지거나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부족하지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자주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저자는 "나와 같은 고민을 지고 가는 이들에게 용기가 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슈퍼히어로 중에 스파이더맨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여러 영웅 중 나이도 제일 어리고 타고난 초능력자도 아니고 엄청난 갑부도 아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며 신나게 줄타기를 연습하는 장면. 이영희 저자는 줄타기를 연습하는 소년 같다. 아직은 서툴고 자주 허둥대지만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해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뉴욕의 스카이라인 사이로 멋지게 날아오른다. 그런 자세를 배우고 싶다. "여러분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응원하고 있다.
이영희 기자, 그리고 <채널예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영희 작가는 한 달만 쉬시고 다음 책 집필에 매진하시기를. 다음 책 담당 편집자에게는 건투를. 책 읽기를 즐거워하는 모든 독자에겐 축복을!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이영희 저 | 스윙밴드
성인으로, 회사원으로, 싱글인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는 많이 고민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데 마무리는 언제나 뜻밖에 긍정적이라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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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
<이영희> 저11,700원(10% + 5%)
2015년 2월 첫 책 『어쩌다 어른』을 펴내고 “기자가 쓴 책 같지 않다”는 애매한 호평(?) 속에 에세이스트로 데뷔.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독자들에게 꾸준한 지지를 받으며 입소문난 작가 이영희의 두번째 에세이. 무려 3년 만이다. 이유는? 오늘 써야 할 기사가 내일로 미뤄지는 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