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한국 남성은 어떻게 다른 남성이 될 수 있을까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이 책은 첨예한 이슈를 역사와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큰 시야 속에 넣고 상황을 정돈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동시에 아직 정돈되지 않은 어떤 고민을, 다행히도 시작하게 만든다. (2017.09.18)
제한된 수의 일자리를 차등화해서 제공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혼자 벌어 가족을 건사하는 ‘가장’은 판타지에 가깝다. 국가는 더 이상 ‘국가 경제의 주역’으로 남성을 추켜 세우지 않는다. 남성의 호주머니는 가벼워졌고, 나중에 “왕년에 내가 어쩌고” 핏대세울 명예도 없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늘어나고 권리의식도 신장된 시대에 남성은 지위 추락을 체감한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에는 한국의 남성 문화를 분석하는 글 여섯 편이 실렸다. 수록된 순서는 어떤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겠지만, 네 번째에 자리한 엄기호의 글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 남성이 놓인 상황을 거시적으로 살펴보면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엄기호는 남성이 능력과 남성성 규범 사이에서 허덕이는 현실을 이렇게 짚어보면서, “우리는 기득권이 아니다”라는 격렬한 항변에 ‘나름의’ 진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한다. 동시에 새로운 환경과 여성성 규범 속에서 더 큰 힘겨움을 더 오래 전부터 겪고 있는 여성의 삶은 보지 못한 채, 자신의 힘겨움에만 연민을 느끼고 있는 남성을 비판한다. 서로의 힘겨움을 바탕으로 교류할 가능성이 열렸음에도, 여성과 일대 전쟁을 치르려 하는 남성의 대응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남성이 겪는 힘겨움이 여성과의 적대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남성 일반을 ‘미달한 자’로 상정하고 모멸주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면, 어떤 길로 걸어야 할까. 질문에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어떤 문제의식 아래서 답을 찾아봐야 할지는 나머지 다섯 글에서 도움 받을 수 있다.
남성성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아니 아예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으로 이분화 되지 않는 정체성은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이어가는 게 지금 필요한 것 아닐까. 이 책은 첨예한 이슈를 역사와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큰 시야 속에 넣고 상황을 정돈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동시에 아직 정돈되지 않은 어떤 고민을, 다행히도 시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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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
<권김현영>,<루인>,<엄기호>,<정희진>,<준우>,<한채윤> 공저/<권김현영> 편14,400원(10% + 5%)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에 쫓기며 여성 혐오로 불안을 달래는 한국적 남성성에 대한 전방위적 탐구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보편’이자 유일한 ‘인간’이다. 남성성은 여성성을 비하함으로써 성립된다. “계집애 같다” “너 게이냐?” 같은 말이 남자들 사이에서 욕으로 쓰이는 것은 여성이나 퀴어가 남성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