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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크롤, 포근한 재즈를 듣고 싶다면

다이애나 크롤 'Turn Up The 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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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과거의 유산으로 귓가를 편안하게 적시는 금빛 머리의 재즈 여제. 나긋한 음색이 옛 음악을 만나면 이렇게나 포근한 작품이 탄생한다.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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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게 속삭이고 읊조린다. 매혹적인 목소리로 재즈계를 넘어 팝계를 사로잡은 다이애나 크롤이 정규 13집 <Turn Up The Quiet>에서는 다시 고전 재즈로 돌아왔다. 13집이라는 사실이 알려주듯 길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전작 <Wallflower>에서 이글스의 「Desperado」, 길버트 오 설리번(Gilbert O`Sullivan)의 「Alone again」 등 여러 명곡을 커버하며 팝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20세기 초중반의 미국 스탠더드 넘버를 되살려 현대의 것으로 만들었다.

 

피아니스트이면서 동시에 가수인 그의 재즈 피아노 중심의 편곡은 특히 이 음반에서 빛을 발한다. 재해석된 주인공은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The Great American Songbook), 즉 ‘미국 명곡집’에 포함된 곡들로 이곳에는 피아노보다는 부피가 큰 악기 위주 및 클래식의 느낌이 강한 초기 대중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틴 팬 앨리 작곡가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Blue skies」와 콜 포터(Cole Porter)의 「Night and day」에 이어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디나 쇼어(Dinah Shore)가 부른 「Like someone in love」 등이 수록돼있다.

 

또한 다이애나 크롤의 음악은 경쾌하고 밝은 느낌보다는 우아하고 로맨틱한 느낌이 강하지만, 이번에는 그 두 가지의 분위기를 적절히 배치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활기찬 전자의 경우는 작곡가 아이샴 존스(Isham Jones)의 「I’ll see you in my dreams」로 클래식한 브라스 중심의 원곡을 피아노와 현악 위주로 바꾸고, 리듬감을 위해 스타카토를 강조했다. 차분한 후자의 경우는 재즈 애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냇 킹 콜의 「L-O-V-E」로 재즈 피아노와 기타가 주는 감미로움으로 재구성했다.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은 음악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여성으로서는 가장 낮은 ‘콘트랄토’ 음역으로, 후배인 노라 존스(Norah Jones)나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 같은 흑인이 아닌 재즈 싱어들과 비교해 봐도 확실한 저음역이다. 물론 이들은 부드러운 창법과 더불어 스캣이 적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흑인 보컬리스트를 연상시키는 그윽함과 허스키함을 보유한 뮤지션은 다이애나 크롤이 독보적이다. 찬란한 과거의 유산으로 귓가를 편안하게 적시는 금빛 머리의 재즈 여제! 나긋한 음색이 옛 음악을 만나면 이렇게나 포근한 작품이 탄생한다.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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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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