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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그림을 읽으면 철학이 보인다

인문 권하는 사회 - 『생각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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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이다. 인문 교양 MD는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으로 말한다. 브리핑은 거들 뿐.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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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크기로 잘라 떠먹여 주는 정보와 지식에 익숙해지면서, ‘나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론을 내는 일련의 과정이 무척 힘겹다. 오늘 뭐 먹지와 뭐 입지를 결정한 후에는 생각의 셔터를 내리고, 예쁘게 포장되어 진열된 각종 컨텐츠를 어떤 검열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다가 생각, 또는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이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나?” 굳게 믿고 있던 가치가, 신뢰했던 사람이, 반복했던 삶의 방법이 와르르 무너지고 부서지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터넷 창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정보와 남들이 좋다고 떠들어대는 이야기로는 흔들리는 나의 삶을 지킬 수가 없다. 그때가 ‘나의 철학’이 절실해 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어렵고 복잡해 보이기만 한 철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통념을 넘어 의문을 제기하고, 나아가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미술이 그 과정의 훌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전작 『미술관 옆 인문학』,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에서 미술 작품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철학적, 역사적 영역으로 그 내용을 확장시켜, 인문학과 역사에 대한 보다 쉬운 접근법을 알려줬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선택했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가장 빈번하게 철학적 관심을 받아왔다. 창작 의도 자체가 철학적 고민을 전제로 하는 작품을 주로 그렸으니 당연하다. 이미지를 사물의 본질 혹은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특히 그림 속에 드러나는 이미지의 역설을 통해 사고의 역설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많다.” - 69~70쪽


저자는 마그리트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철학적 사고를 위한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골콘다」는 이미 익숙한 그림인데도,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 보니 전혀 다른 그림처럼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이 그냥 그려진 것이 없고, 제목에도 작품에 깔린 메시지가 있다. 인간의 의식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언어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생각이 서구 철학의 뿌리 깊은 전통이었는데, 마그리트는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통해 생각은 언어의 감옥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폭로한다. 파이프 ? 다다 ? 소설 『1984』로, 마그리트의 작품 속 철학에서 시작해 다른 화가의 작품, 고전 소설, 현대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생각의 영역을 넓혀가는 저자를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자의 사고도 여기에서 저기로 연결되어 점차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용하는 단어 하나의 차이로, ‘외상카드’가 ‘신용카드’가 되고, ‘대량 해고’는 ‘정리 해고’가 되어 우리의 생각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생각이 언어의 감옥 안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언어를 통해 사고가 조작 당하고 있을 때조차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진짜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 세뇌되고, 조작되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버린다.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고정관념들이 도처에 있다. 여러 문제의식을 정지된 화면에 집약적으로 담아 낸 현대 미술 작품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철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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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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