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덫을 설계한 자는 누구인가 – 연극 <데스트랩>
브로드웨이 최장수 반전 스릴러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위트 있는 스릴러’가 돌아왔다 (2017.07.21)
‘위트 있는 스릴러’의 귀환
연극 <데스트랩>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다. 2014년 국내 초연과 이듬해의 재연에 이은 세 번째 귀환이다. 1978년 극작가 아이라 레빈에 의해 탄생한 이 작품은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1982년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정교하게 짜여진 구조, 그 속에서 매끄럽게 교차하는 긴장과 이완의 순간, 거듭되는 반전으로 채워진 <데스트랩>은 ‘위트 있는 스릴러’로 평가받으며 브로드웨이 최장수 반전 스릴러의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 상연 당시에도 객석 점유율 85%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에게 희곡 ‘데스트랩’이 배달된다. 작품의 주인은 클리포드 앤더슨, 시드니의 강의를 듣던 작가 지망생이다. 오랫동안 흥행작을 만들지 못한 시드니는 “질투심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다. 더 없이 완벽한, 상품성까지 갖춘 이 희곡이 제 것이 아닌 까닭이다. ‘데스트랩이 나의 작품이라면’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데스트랩이 나의 작품이라면’ 다시 한 번 성공의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드니는 욕망 앞에 흔들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내 마이라 브륄은 미묘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행여 시드니가 작품을 훔치기라도 할까 봐 불안하다. 그녀는 시드니 안에서 자라나는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애쓴다. 어쩌면 클리포드와 함께 작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한다. 반신반의하며 이야기를 듣던 시드니는 클리포드에게 전화를 걸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 집으로 와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어떻겠나?’ 하지만 브륄 부부의 저택을 찾아온 클리포드는 단칼에 협업 제안을 거절한다. 이제, 시드니가 ‘데스트랩’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뺏어야 한다. 그러려면 클리포드가 사라져줘야 한다.
죽음의 덫을 설계한 자, 누구인가
시드니는 클리포드를 죽인다. 연극 <데스트랩>이 끝나는 지점이 아닌,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이다. 한 사람의 살인은 다른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야기는 요리조리 방향을 틀며 전개된다. 관객은 마치 처음 타는 롤러코스터 위에 앉아있는 듯하다. 그들을 태운 <데스트랩>은 서서히 낙하지점을 향해 올라가다가, 이제 곧 떨어질 거라고 예측하는 순간 돌연 속도를 낮춘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맹렬한 속도로 낙하한다. 그야말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막이 내릴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그 모든 순간은 강한 쾌감으로 남는다.
연극 <데스트랩>은 아주 영리한 작품이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대사와 유의미하게 배치된 소품을 활용해 서서히 긴장감을 쌓아간다. 관객은 ‘누가 죽음의 덫을 설계했는가’, ‘누가 죽음의 덫에 걸려들 것인가’를 추측하면서 범인과 희생자를 지명한다. 그러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간다. 진실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그럴수록 관객은 이야기에 집중하며 빨려 들어가는데, 작품은 중간 중간 위트를 드러내며 의도적으로 긴장을 이완시킨다.
결코 싱겁게 끝나지 않을, 이 흥미로운 수수께끼는 9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이어진다. 욕망에 사로잡힌 시드니 브륄은 배우 강성진, 김수현, 김도현이 맡아 열연한다. 사건의 진실만큼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 클리포드 앤더슨 역에는 이충주, 김찬호, 문성일이 트리플캐스팅됐다.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