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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애교 많고 귀여운, 뮤지컬 <리틀잭>의 배우 정민
뮤지컬 <리틀잭> 재연을 앞둔 정민 씨
“가끔 ‘저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이 작품 못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 이해가 가요. 그래서 저도 힘들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참여하는 것 같아요.”
토크쇼로 진행되는 TV 예능프로그램의 묘미 중 하나는 유명인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로만 만나던 배우들의 개인적인 생각과 뜻밖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때면 그 재미는 더욱 커지는데요. 인터뷰도 그런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의 본래 성격이 묻어나는 면도 있지만, 무대 위와 밖의 모습이 매우 다른 배우들도 많거든요. 오늘의 주인공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무대 위에서는 이른바 상남자에 온갖 멋진 모습은 다 보여주는데,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컵받침이 귀엽다며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애교와 귀여움을 가득 품고 있는 배우 정민 씨 얘기인데요. 뮤지컬 <리틀잭> 재연을 앞둔 정민 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가끔 ‘저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이 작품 못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 이해가 가요. 그래서 저도 힘들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참여하는 것 같아요.”
정민 씨는 2년 전쯤 만났는데, 인터뷰를 위해 최근 근황을 검색하다 보니 쉬지 않고, 참 열심히 무대에 섰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봤습니다. 공연은 라이브인 만큼 참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일정이 명확하게 겹치는 공연이 가장 큰 고민이에요. 어떤 걸 할지 선택해야 하잖아요. 제 첫 번째 기준은 ‘함께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모두 좋을 경우 또 고민이죠(웃음). 솔직히 작품은 잘 안 봐요. 그건 만들어가는 거라서 정말 안 좋은 대본으로 좋은 공연을 올린 경험도 있고, 사람이 좋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공연이 잘 나온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그런 건 제작비도 필요 없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뮤지컬 <리틀잭>은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시는데, 잭으로 캐스팅된 네 명의 배우 가운데 가장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다른 배우들과는 이미지가 좀 다르잖아요. 보통 무대에서 남성스러움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고요.
“왜요, 제 공연 재밌어요(웃음)! <리틀잭>은 잭이 혼자 끌어가는 작품이라서 배우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져요. 공연 보면 배우들 실제 성격이 딱 나오더라고요. 저는 사실 평소에는 이른바 상남자가 아닌데, 무대에서는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아니까 연기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면이 있어요. 원래는 애교 있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거 좋아해요.”
실제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좀 더 편한가요?
“자기 성격을 토대로 표현하는 게 가장 편하기는 하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허세를 부릴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재밌기는 해요. 무대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허락된 거니까.”
그럼 김경수, 유승현, 김지철 잭은 각각 어떤 느낌인가요?
“제가 줄리라면 승현 잭은 어느 집 막내와 연애하는 기분이 들 것 같고, 경수 잭은 첫째? 뭔가 책임감, 무게감을 갖는 그런 인물과 연애하는 기분일 거예요. 저는... 둘째(웃음)? 형이 없을 때는 첫째처럼 굴고, 막내가 없을 때는 애교 떠는 그런 잭이요. 김지철 씨는 아직 성격을 모르겠어요.”
솔직히 좀 올드하고 뻔한 내용인데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라이브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거죠. 라이브 밴드는 과거에도 지금도 항상 사랑 받잖아요. 그 매력이 99%라고 생각해요. 잭의 넘버가 10곡 정도 되는데도 신나고 재밌으니까 공연 때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음악 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겠어요. 밴드 공연은 나름의 힘이 있어서 웬만해서는 평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관객들을 극장까지 오게 하는 게 힘들지만, 일단 오면 성공이라고 봐요.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굵직한 배경들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고 힘들어하고 재기에 성공하는 과정은 일상적이니까 공감도 가고, 마지막에는 눈물도 좀 있는 공연이고요.”
초연 때부터 참여했으니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잘 아실 텐데, 달리지는 면이 있나요?
“잭과 줄리의 이야기가 많이 보완됐어요. 함께 무대에 서는 장면이 늘어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보다 기타를 잘 치지 않을까(웃음). 작년에 승현이랑 무척 고생했어요. 경수는 실용음악 전공해서 원래 잘 쳤는데, 저희는 군대에서 몇 번 만져본 정도였거든요. 열심히 연습했더니 기타는 어느 정도 되는데, 노래랑 같이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공연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서 하차하려고 했는데, 개막 딱 2주 전에 됐어요. 그 뒤로 따로 기타를 배우지는 않았는데, 연주를 하게 되니까 집에서도 항상 기타를 꺼내놓고 자꾸 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작품이 다시 공연될 줄 몰랐는데, 넘버들은 계속 연주를 해온 거죠. 문제는 지철 씨가 연주를 굉장히 잘한다는 거예요. 비교되잖아요. 너무 잘 하면 ‘거기서 그렇게까지 잘 하면 안 되지. 정해진 대로 하자!’고 할 거예요. 제가 형이니까(웃음).”
이 작품이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했는데,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
“명확하게 있어요. 첫사랑의 이미지, 그때 공기 온도와 냄새까지 기억해요.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 기분이 좋아서 뛰어갔거든요. <리틀잭>에서 ‘나올래요’라는 넘버가 있는데, 이 노래 부르기 직전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딱 사랑이에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거든요.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서 작품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돼요. 뭔가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느낌은 명확히 알고 있으니까.”
객석에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에 말씀도 많은 편이잖아요. 문득 무대 위에서 작품에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웃음).
“저도 신기해요. 제가 좀 산만하거든요. 한꺼번에 단어가 너무 많이 떠올라서 버퍼링이 많이 걸려요. 번쩍하고 떠오른 것들을 빨리 다 전해주려고 하니까. 그래서 대본이 좋아요. 말 할 순서를 정리해서 정해준 거니까요(웃음).”
<리틀잭>은 잭에게 애드리브가 꽤 허용되는 작품인데, 삼천포로 빠지거나 공연시간이 길어진 적은 없나요?
“맞아요, 제가 수다를 좋아해서 연습하면서 무척 신경 썼던 부분이에요. 그래서 ‘나 어디까지 했죠?’를 많이 내뱉었죠(웃음). 마지막에 눈물이 있다 보니까 해피엔딩인데 자칫 잘못 넘어가면 새드엔딩이 돼 버리거든요. 대본에서 주요한 부분은 놓치면 안 되니까 쓸데없는 애드리브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철들지 않는 비결이 뭐예요?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나이 까먹고 있었는데... 어릴 때는 오히려 많이 소심하고 뭐든 조심스러워 했는데, 달라지려고 노력하면서 성격도 바뀌었어요.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긍정적이고, 제 별명이 ‘예스맨’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철들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네요(웃음).”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느껴지시나요? 정민 씨를 작품으로만 만났던 관객이라면 무대 위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텐데요. 장난기 많고, 산만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작품이나 캐릭터 분석은 명확한 모습이 배우로서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아마도 잭을 통해 배우 정민 씨의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고요. 정민 씨는 7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리틀잭> 외에도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사의 찬미> 등으로 하반기에도 이미 빼곡하게 들어찬 일정을 알렸습니다. 때로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게 배우의 즐거움 아니겠느냐면서요!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