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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와 천식이 뭔 관계?

알레르기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과민성’ 기관지가 과민하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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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이 뭔지, 왜 일어나는지 알았으니 치료는 이 과정을 되돌리면 됩니다. 기관지가 수축하고 염증이 생기는 게 문제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딩동댕!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염증을 없애면 됩니다. 참 쉽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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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봄이 왔다지만 하늘을 보면 답답해집니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맑은 하늘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요.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졌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숨 한번 쉴 때마다, 물 한잔 마실 때마다 걱정을 해야 한다면 도대체 뭐가 발전이라는 건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건강한 사람도 힘든데 천식이 있다면 어떨까요? 기침을 달고 살고, 숨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때로는 숨이 가빠 맘껏 뛰어 놀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알레르기 질환의 마지막 순서로 천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기 중에는 수많은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집안 공기 속에는 집먼지 진드기나 바퀴벌레, 곰팡이 등 생물학적 물질과 건축자재에서 나온 화학물질들이 있고, 밖에 나가면 나무나 풀에서 유래한 생물학적 물질과 황사, 먼지, 배기가스 등 화학물질들이 있습니다. 숨을 쉬는 한 이것들을 피할 도리는 없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런 물질이 기관지에 들어와도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장기적으로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만). 하지만 천식 환자는 기관지가 이런 물질에 과민합니다. 숨이 차고, 쌕쌕거리고 기침이 심해집니다.

 

복습을 해보죠. 알레르기가 뭐라고요?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과민성’입니다. 옆집 아이는 꽃가루가 날려도 아무렇지 않은데 우리 아이는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한다면 꽃가루에 과민성이 있는 알레르기 비염입니다. 뒷집 아이는 분유를 잘만 먹는데 우리 아이는 분유만 먹이면 피부가 벌개지고 가렵고, 진물이 나고 딱지가 앉는다면 우유 단백질에 과민성이 있는 아토피 피부염입니다. 결국 알레르기 질환은 과민성인데, 코가 과민하면 알레르기 비염, 피부가 과민하면 아토피 피부염, 기관지가 과민하면 천식이라고 하는 겁니다. 약간 단순화시키면 하나의 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관지가 과민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첫째, 기관지가 수축합니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기관지에 들어오면 기관지가 깜짝 놀란 듯 움츠러듭니다. 기관지는 일종의 파이프인데 이게 수축하면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좁아집니다. 좁은 통로로 숨을 쉬려니 어떻게 됩니까? 일단 숨쉬기가 힘들고 숨이 가빠집니다. 기관지가 더 좁아지면 숨쉴 때 쌕쌕 소리가 납니다. 휘파람 불 때 입술을 오므려 좁게 한 뒤에 공기를 통과시키면 소리가 나잖아요. 천식에서는 특징적으로 들이쉴 때가 아니라, 숨을 내쉴 때 소리가 납니다. 숨을 들이쉴 때는 폐가 팽창하면서 기관지도 약간 넓어지니 소리가 안 나지만, 숨을 내쉴 때는 폐가 수축하면서 기관지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기관지가 좁아지면 기침도 심해집니다. 기침이라는 건 이물질이 기관지 벽에 부딪히면 그걸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넓은 기관지에 부딪히기가 쉬울까요, 좁은 기관지에 부딪히기가 쉬울까요? 답을 알려드리는 건 독자에 대한 모욕이겠지요? 그러니까 기침도 심해지는 겁니다.

 

수축하는 것뿐이라면 기관지를 넓혀주면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기관지가 과민하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고 했지요? 두 번째는 바로 염증이 생긴다는 겁니다. 기관지 주변으로 염증 세포들이 모여든다는 뜻입니다. 보통 염증이란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을 지키려고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천식에서는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염증이 일어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숨만 쉬는데도 항상 기관지염에 걸려있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염증이 생기면 그렇지도 않아도 과민한 기관지가 더 과민해집니다. 기침을 달고 사는 아이가 되는 거죠.

 

천식이 뭔지, 왜 일어나는지 알았으니 치료는 이 과정을 되돌리면 됩니다. 기관지가 수축하고 염증이 생기는 게 문제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딩동댕!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염증을 없애면 됩니다. 참 쉽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약의 이름은 기관지 확장제입니다. 염증을 없애는 특효약은 바로 스테로이드입니다. 옛날에는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를 먹는 약으로 썼습니다. 약을 입으로 먹으면 장에서 흡수되어 피를 타고 온몸으로 퍼집니다. 그런데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관지 확장제는 기관지만 확장시키는 게 아니라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압을 올리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잠을 못 자게 합니다. 어린이들은 더 심하지요. 스테로이드가 좋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고요(사실 너무 잘 알려져서 문제입니다만).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이전 글에서도 몇 번씩 썼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염증을 해결하는 게 핵심입니다. 특효약은 바로 스테로이드입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는 독성이 심해서 한두 번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주사나 약으로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소치료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비염은 코에 뿌리고, 피부염은 피부에 바릅니다. 천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식은 기관지의 병이니 기관지로 들이마시면 됩니다. 바로 흡입치료입니다.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를 미세한 물방울이나 가루로 만들어 들이마시면 약이 기관지로 들어가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염증을 가라앉혀줍니다. 직접 기관지에 작용하니 효과가 빠르고, 몸속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하여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초기에는 어린이에게 스테로이드를 쓰면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수많은 연구를 통해 거의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무엇보다 천식은 치료해도 좋고 안 해도 되는 병이 아닙니다. 비염이나 아토피는 물론 매우 괴롭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병은 아닙니다.

 

천식은 문제가 좀 다릅니다. 심하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므로 생명이 위험합니다. 하지만 흡입제를 꾸준히 쓰면 증상을 거의 완전히 조절해줍니다. 왜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지는 알레르기 비염을 얘기하면서 자세히 썼으니 다시 한번 복습하시기 바랍니다.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할까요? 위에서 설명했듯이 천식의 증상은 모두 기관지가 좁아져서 생깁니다. 따라서 기관지 확장제를 쓰면 증상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염증이 남아있는 한 언제라도 다시 기관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염증을 가라앉히면 기관지가 수축하는 일도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 스테로이드가 훨씬 중요합니다. 스테로이드는 몸에 안 좋다니까 안 쓰고 기관지 확장제만 쓰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천식으로 위험한 상태까지 이르러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제대로 안 써서 염증이 장기화되면 기관지 주변이나 폐에 흉터 비슷한 것이 생겨 영구적으로 폐기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천식 치료는 흡입 치료가 원칙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스테로이드를 써서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관지 확장제는 주로 숨이 차고, 쌕쌕거리고, 기침을 하는 등 증상을 조절하여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예 천식을 유발하는 물질이 적은 환경에서 사는 것입니다. 물론 대기오염이 해결된다고 해서 집먼지 진드기나 바퀴벌레까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중금속이 섞인 황사나 미세먼지, 온갖 유독성 화학물질이 섞인 발전소나 공장의 분진과 배기가스가 천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그런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특정 기업이나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마음 놓고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하고, 마음 편하게 물을 마시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국소치료고, 기관지 확장제고 스테로이드고 다 무용지물입니다. 눈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건강에도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쪼록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서민,강병철 공저 | 알마
병원은 갈수록 번쩍번쩍한 장비로 채워지고, 건강 정보도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자꾸 아픈 걸까?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엄마들을 위해, 의학 대중서를 쉽고 흥미롭게 쓰기로 소문난 서민 교수와 약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을 챙기는 강병철 소아과 의사가 ‘똑똑한’ 소아과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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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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