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2017년에도 여전히 아이돌 레드오션을 항해하는 수많은 그룹이 존재한다. 폭풍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굳건히 전진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표류하다 여정을 포기하는 팀도 있었다. 음악계의 여타 분야들보다 치열하다 보니 어지간한 경쟁력으로는 닻 내릴 곳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밝고 선명한(Prismatic) 결점 없는 힘(Elastin)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리스틴(PRISTIN)은 치밀한 기획이 뒷받침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인턴 생활을 거친 범상치 않은 신예다. 결성 초기부터 곡 커버 영상이나 피처링 참여 등으로 인지도를 쌓고 ‘플레디스 걸즈(Pledis Girlz)’ 활동과 소극장 공연으로 팀워크를 강화했다.
댄스, 어쿠스틱, 트랩 등 첫 앨범치곤 많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자칫 퀄리티의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뒤따를 수 있었지만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을 뽐내며 고르게 넘어간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표현력은 프리스틴이 가진 최대 무기다. 타이틀곡 「Wee woo」가 가진 키치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가사는 장점과 맞물려 그들만의 정체성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가사와 퍼포먼스와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곡의 백미로 살려 뇌리에 꽂히는 요소들이 산재해있다. 특정 파트가 코러스보다 큰 인기를 얻었던 최근 성공 사례 의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0명의 개성을 고르게 살리기 위해 전체적으로 특출난 곳 없이 다소 평이한 결과물이 나온 건 아쉽다. 조금 더 과감하게 어필할 수 있는 훅을 내세워도 좋지 않았을까.
데뷔 작품에 담긴 트랙들은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콘셉트 방향에 대한 예고편이다. 애프터스쿨이 보여줬던 하모니를 떠올리게 하는 「Over n over」, 격렬한 퍼포먼스가 예상되는 「Black widow」 등 「Wee woo」 외에도 공통으로 가진 발랄한 에너지와 역동성은 유지되고 있다. 첫 등장에 존재감을 내비치기 모자람 없는 짜임새다. 10명이 탄 방주가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흰 천과 바람은 이미 갖춰져 있다. 면밀히 예의주시 해야 할 건 아이돌 대홍수 속의 기상 상황이다. 순풍에 돛을 단 듯 나아가기 위한 지도, 나침반 그리고 망원경으로 대두하는 일신우일신의 의미를 되새겨 무탈한 순항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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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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