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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 하는 드레이크, 새롭진 않다

드레이크 〈Mor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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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쓰기나 플로우 메이킹 등 실력과 역량이 아닌, 사운드, 음색, 트렌드와 같은 외양에 기대고 있는 음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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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도 아닌 것이 믹스테이프도 아니다. 20곡이 넘는 트랙들을 플레이리스트(Playlist)라는 새롭고 괴상한 포맷에 담아냈다. 상업성이 도드라졌던 전작 <Views>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결이 다르다. 쉴 새 없이 ‘열일’하는 드레이크는 <More Life>를 통해 더욱 많은 장르와 사운드를 시도한다.

 

드레이크식 힙합/알앤비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를 환기시킬 만큼 <More Life>는 새롭진 않다. <Take Care>나 <Nothing Was The Same>로부터 각인된 그의 음악색, 어두운 신시사이저와 잘게 쪼갠 드럼 사운드로 암울한 기조를 형성했던 전형을 재탕한다. 게다 「Hotline bling」과 「One dance」와 같은 발칙한 댄스 리듬 또한 다시 한 번 차용한다.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 근간한 음반임에도 전작과의 차이점은 뚜렷하다. <Views>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트랙 간의 유기성을 고려한 장치들이 음반의 호흡을 유지시킨다. 「Blem」과 「4422」 같은, 상반된 분위기의 두 트랙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길고 일정한 호흡의 음반은 산뜻한 비트의 「Passionfruit」와 아프로비트(Afrobeat)를 하우스 음악으로 재해석한 「Get it together」과 같은 이색적인 트랙으로 변주를 꾀한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구성을 마련한 OVO 사운드 소속 프로듀서진의 공이 크다. 드레이크에게 히트곡을 선물했던 노아 ‘40’ 셰빕(Noah ‘40’ Shebib)과 나인틴85(Nineteen85)은 다시금 래퍼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만한 좋은 사운드를 선사한다. 뚜렷한 선율이 두드러지는 「Madiba riddim」과 트랩 힙합에 리코더 소리를 얹어 신선함을 더한 「Portland」, 댄스홀과 레게, 힙합에 뿌리를 두고 있는 UK 그라임(UK Grime)을 시도한 「Skepta Interlude」 등 보다 더욱 넓은 스펙트럼을 음반에 녹여낸다.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불필요한 트랙들이 감상을 저해하지만, 다수를 실망시킨 <Views>보단 뚜렷한 방향성을 띠는 음반이다. 래퍼를 넘어 싱어,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가 부각된 <More life>는 충분히 좋은 ‘플레이리스트’다. 그러나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와 관련된 대필 논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해소되지 못한다. <More Life> 또한 가사 쓰기나 플로우 메이킹 등 실력과 역량이 아닌, 사운드, 음색, 트렌드와 같은 외양에 기대고 있는 음반이기 때문.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춘 드레이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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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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