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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날아가는 집세를 보며

차라리 외계인의 음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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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재테크의 마지막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작아도 좋으니 안정적이고 편안한, ‘즐거운 나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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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매주 신간을 소개하다 보니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책 제목을 많이 본다. 대개 숫자를 강조하는 형식(나도 000채 부자가 될 수 있다, 갭투자로 00억 만들기)과 부동산 종류를 강조하는 제목(소형 빌딩이 뜬다, 아니다 상가다, 무엇보다 아파트다, 건물보다 땅을 사라), 그 밖에 공포 마케팅을 활용해 노후는 비참하고 자식의 미래는 소중하니 하루빨리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제목 등이 눈에 띈다. 다가오는 우주 시대를 맞아 '대세는 달 하우스다', '가장 핫한 화성 상가를 잡아라', '블루 오션을 넘어 블랙 오션으로 - 명왕성 매물 완벽 정리' 같은 제목이 기대된다.


워낙 심성이 못돼서 비꼬아 놓았지만, 경제서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내가 사용하는 금융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살피는 데 책만한 게 없다. 문과생 출신이 가지는 '기술'에 대한 환상도 어느 정도 충족한다. 재테크는 이름부터 재'테크'다. 돈 기술이라니, 어떤 기술보다 좋아 보인다.


부정하지 않고, 나는 돈 모으는 데 관심이 많다. 할 수만 있다면 보고 싶은 책은 다 사보고도 책을 놓을 공간을 걱정하지 않을 넓은 집에 살면서 이자만으로 생활비를 쓰고도 남아돌아 온갖 단체에 후원할 정도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인 재테크의 마지막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작아도 좋으니 안정적이고 편안한, ‘즐거운 나의 집’이다.


직장에 몇 년을 다녀야 어느 정도 집에 사는지 감을 잡기 위해 부동산 중개 앱도 가끔 본다. 이럴 바에는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화장실에 가벽을 만들어 변기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에 장판을 깔아 방을 하나 더 만든다거나, 복층이라고 선전하면서 방 천장에 침대를 매달아 놓고 사다리를 놓은 방, 냉장고 놓을 자리가 없어 싱크대 위에 냉장고를 놓은 부엌도 있다. 남들 따라가지 말고 자기 분수에 맞게 소비하라는 조언을 귀가 따갑게 듣지만, 집 안에서 곡예를 부려야 먹고 잘 수 있는 집이 분수에 맞는 집이라니. 도대체 내 분수는 어디까지 낮아져야 하나 한탄을 하게 된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 실린 단편 「서랍 속의 집」에서 30대인 주인공은 전셋값을 올리겠다는 주인의 문자를 받는다. 고민하다 추가로 대출을 받아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온 아파트를 사기로 한다. 입주 전날 찾아간 자기 집에서 주인공은 끝없이 실려 나오는 쓰레기와 쫓겨난 세입자를 마주친다. 주인공은 애써 눈길을 피하며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은행을 등에 업고 허덕이며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 희생자 아닌 사람이 없다. 집주인의 횡포에 시달리던 사람들도 치솟는 주거 비용을 감당할 방법을 찾다 부동산을 산다.

 

『확률가족』은 1960년대 이후 세대들이 어떻게 10년 주기 경제 호황을 토대로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를 이용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가 어떤 식으로 아파트를 체험해왔고 현재 겪는 주거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추적한다. 필자 중 하나는 물이 잘 안 내려가는 변기와 씨름하다 집을 나가기로 결정하지만, 집주인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집주인은 결국 자신이 살던 3층을 세주고, 내가 살던 반지하로 내려오면서 보증금을 반환했다. 치사하게도 미납한 기억이 없는 공과금 조로 '5만 원'을 공제한 금액이었다. 기가 막혔지만 이렇게라도 받은 것이 어디냐며 따지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이들은 가구도 모두 들어가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세 식구가 죽어라고 변기에 '뚫어뻥'을 꽂아대며 살아가겠지. 얄궂긴 하지만 내가 동정할 일은 아니었다. 사람이 못 살 집을 세를 줬었다는 걸 이제는 느끼겠지?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시원찮은 벌이의 소사장들은 공간을 쪼개고 쪼개 푼돈을 벌고, 그들이 겨우 대학에 보낸 자녀들은 다시 그런 셋집에 들어가 서로를 겨누는 정글 같은 공간, 그것이 다가구주택의 반지하였다. - 『확률가족』, 85쪽

 

집주인과 세 든 사람,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를 겨누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쫓아내는 동안 변기와 부엌이 합체한 집들이 나타났다. 간절히 생생하게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데, 누구 꿈에서 나왔는지 모를 악몽 같은 집을 보고 있자니 그놈의 집이 뭐고 돈이 뭐길래 한탄이 나온다. 재테크는 기술일 뿐이다. 하지만 사다리를 오르며 잠을 자는 사람과 부엌에 서서 밥을 먹고 뒤로 돌아 변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뺏은 돈이면 그건 기술이 아니라 사기 아닌가.


재테크 카페에는 오늘도 자신의 월수입과 지출 내용을 공개하면서 너무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최저시급에 아슬아슬한 수입으로 적금에 보험을 붓고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는 가계부를 보면 ‘여기서 더 아끼면 죽어요….’ 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다들 즐거운 나의 집 하나 가져 보겠다고 아등바등 열심히 산다. 부동산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어딘가는 있겠지. 누군지는 몰라도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방 분할 기술로 월세 두 배 받기’ 같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한지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과 임차료가 올랐다고 난리다. 국경을 넘어 매일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 생기더니, 최근에는 트럭에서 사는 사람, 보트에서 사는 사람 등이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곧 화성 피난민도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내 집 마련이 힘들다니, 알고 보면 외계인 작전 세력이 지구에 붙어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닐지? 외계인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서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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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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