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의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역사를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나아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르고 살면 그만큼 손해 보고 사는 게 아닐까.

1.jpg

출처_imagetoday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어수선한 시국 때문이기도 할 테고, 말 많고 탈 많은 국정 역사 교과서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칭 ‘에듀테이너’라 말하는 전국민의 역사 선생님 설민석이 TV 속 명강의와 더불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의 인기 역시 우리 사회의 역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지 않을까?


대학 시절, 나의 전공은 ‘사학’이었다. 보통 ‘전공이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사학과에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우와!’였다. 이것은 ‘그런 엄청난 전공을 하다니!’가 아니라 ‘너는 뭘 그런 걸 하니?’, 혹은 ‘그런 전공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얘는 역사에 엄청난 관심이 있나?’하는 반응이었달까? 사실 내가 사학과에 가게 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그저 고3 담임 선생님이 시켜서였을 뿐. 당시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쓰고 싶은 학교 딱 두 군데만 골라라. 그 대신 이 학교 사학과는 꼭 쓰고.”


그렇게 순진했던 나는 정말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 그 전공 그대로 썼다가 엄청난 경쟁률에 치여 낙방했고, 담임 선생님이 딱 짚어준 그 학교 그 과만 합격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은 놀라운 전략가다.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드렸을 때도 그는 이렇게 말했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영혼 없는 사학과 학생이 하나 탄생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내내 국사책을 달달 외우며 살았지만, 태정태세문단세… 말고는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없었고, 역사가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며 접한 역사 공부의 의미는 조금 남달랐다. 특히, 교수님을 통해 해외에서 얼마나 역사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들으며 우리나라 역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대학 시절 당시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창 이슈화가 되던 시기였다. 일본의 역사 왜곡도 심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심각한 건 중국이다. 일본은 일어난 일들을 숨기거나 아닌 척 모르는 척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은 다르다. 그들은 모든 역사적 사실을 중국화하려고 드는데, 예를 들면 고구려, 발해 등의 한반도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고구려 민족이 중국의 소수 민족 국가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역사를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당장 내 삶이 나아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르고 살면 그만큼 손해 보고 사는 게 아닐까. 중국의 동북공정은 결국 우리와 북한이 통일됐을 때를 대비해 조선족과 그 영토가 흡수될 것을 우려하는 숨은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일본이 지독하게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도 인정했을 때 피해자에 대한 수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며, 한국 이외에 수많은 국가의 위안부 피해자들도 보상해줘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손해’ 보지 않겠다는 그들의 역사의식으로 모르고 사는 이 시대의 우리가 손해 보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가 이처럼 역사에 관심 두는 이유도 어찌 보면 몰라서 손해 보지 말아야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현 정권에 들어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꽤 있었다. 거금을 들인 고 박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과 함께 국정 교과서라는 화룡점정, 이를 통해 과거 군부독재를 미화하려 했던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 그 뿐인가, 감히 ‘위안부 합의’라는 것을 하다니. 우리의 귀한 세금을 손해 봤고, 귀한 알 권리를 손해 봤고, 수많은 위안부와 그 가족들도 손해 보게 만들었다.


이제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게, 조금 더 관심 갖고 조금 더 제대로 역사를 알고 사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한반도, 이 작은 땅에서 무려 반만년이란 역사를 갖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 지금의 한국과 우리를 있게 해준 지난 오 천년 동안의 인생 선배들이 걸어온 길과 그 흐름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더 넓고 정신없는 세상을 살아갈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나쁜 것은 왜 나빴는지, 앞으로 나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손해 보고 살 일은 없지 않을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유승연

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 저19,800원(10% + 5%)

대한민국 대표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27명의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 모아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을 풀어썼다.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함과 재치 있는 말투를 그대로 책에 녹여냈고, 책 중간중간의 질의응답 구성을 통해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