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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촉망받는 보컬리스트의 산뜻한 출발
정승환〈목소리〉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장르적 위험성을 딛고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정통 발라드 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샛별.
정승환의 이력은 지난해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4>에서 거둔 준우승이 전부지만 존재감은 이미 기성 가수 못지않다. 경연 중 발표한 김조한 원곡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가 차트에서 순항한데 이어, 올해 <또! 오해영>의 사운드트랙 「너였다면」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덕이다. 본격적인 디스코그래피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를 발라드 유망주로 격상시킨 것은 21살의 나이가 무색한 감수성과 뛰어난 곡 해석력. 탄탄한 기본기와 개성을 겸비한 가창이 그를 주목케 했다.
기대 속에 내놓은 첫 EP <목소리>는 타이틀처럼 그의 목소리에 신경을 집중한다. 그는 화려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채 호흡과 감정의 조절만으로 자신의 장기를 풀어 놓았다. 전형적인 발라드 작법의 음악은 다소 상투적이나, 완성도만큼은 견고하다. 밀도 높은 재료와 갈고닦은 보컬 퍼포먼스가 만나 상승효과를 거뒀다. 적당한 무게감의 센 소리와 공기를 다량 섞은 여린 소리가 고루 매력적이다.
음반은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포함, 6곡의 단출한 구성임에도 기승전결을 갖췄다. 피아노와 스트링 세션 위주로 감정선을 그리는 「숲으로 걷는다」와 「목소리」, 잘 들리는 선율로 대중을 지향하는 「이 바보야」, 「그 겨울」이 대칭을 이룬다. 보컬의 질감을 다루는 솜씨도 탁월하다. 고운 소리로 선형적 멜로디를 따라가는 '숲으로 걷는다'와, 보다 탁한 윗소리를 중심으로 청자를 끌어당기는 '이 바보야'는 그가 지닌 잠재력을 증명한다. 여기에 유희열이 써 내려간 「이 바보야」의 구어적 가사는 소구력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너였다면'을 비롯, 드라마 음악 분야에서 활약 중인 작곡 팀 1601이 선사한 「그 겨울」은 음반의 하이라이트다. 유려한 전개와 단번에 기억에 남는 메인 테마, 넓은 음역을 탄력 있게 오가는 보컬이 흡인력을 견인했다. 가수가 가진 매력을 최대로 끌어낸 작곡, 프로듀싱의 승리다. 창작을 도맡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한 「목소리」 역시 인상적이다. 피아노와 현악의 밑바탕, 섬세한 가창에 유난히 강조된 숨소리까지, 독립적 요소들이 각각의 악기로 기능하며 기분 좋은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정통 발라드 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샛별이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장르적 위험성을 딛고,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가수가 가진 준수한 역량과 이를 제대로 발휘시킨 제작진의 근사한 콤비 플레이다. 촉망받는 보컬리스트의 산뜻한 출발!
정민재(minjaej92@gmail.com)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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