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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페미니즘, 알아야 할 것 같긴 한데….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맨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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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언급하면 남자들은 걱정스레 묻는다. "그래서 내가 뭘 포기해야 되는데?"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남성들은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부터 걱정하게 마련이다. 이들에게 남녀평등은 반가운 선물과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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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 안녕하세요~


지혜 : 으악, 칼이군요! ㅎㅎ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말을 거시다니. 안녕하셨어요?


의정 : 감기가 오려나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네요. 퇴근 시간과 월급은 미적미적 오는데 감기만 이렇게 칼같이 오나 모르겠어요.


지혜 : 감기에 자주 걸리는군요. 평소에 따뜻한 물을 많이 드시고 목을 따뜻하게 하시길. 머플러 두르는 걸 자주 목격하긴 했습니다만.


의정 : 네, 아무래도 목이 제일 약해서... 콜록콜록. 이번 주 지혜 님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입니다. 저는 지금 콩닥콩닥합니다. 왜냐, 멋지고 재밌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의정 님 책은요?

 

의정 : 『맨박스』입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페미니즘 입문서를 발견했다는 마음에 콩닥콩닥합니다. (특히 남성들에게) 권유 지수 90점입니다.


지혜 : 으핫, 그렇군요. 저는 남성을 알 수 있는 책에 무척 관심이 많아요. 오늘 우리가 선택한 책은 공통점이 있군요. 『맨박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의정 : 아무래도 올해 총정리 키워드에 '페미니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 같은데요, 『맨박스』의 홍보 문구로 '남성의 언어로 된 페미니즘'이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서는 '남성들'에게 더 페미니즘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여, 선택했습니다. ㅎㅎ 지혜님은요?

 

지혜 : 저는 첫째, 신뢰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둘째, 표지가 귀여워서. 셋째, 저자가 일본 탤런트라서, 넷째, 우에노 치즈코 교수에게도 관심이 많아서. 이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페미니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음, 책보다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 너무 트렌디하게 흘러가니, 읽기 싫은 마음도 있었는데요. 이 책은 정말 좋더라고요. 우선 재밌어요. 충격은 일본에서는 2009년에 나왔던 책(『束大で上野千鶴子にケンカを學ぶ:동경대에서 치즈코에게 싸움을 배우다』이라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동경대에서 페미니즘을 배우다』라는 제목으로 2001년도에 나왔던 책인데,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 같아요.

 

의정 : 오늘은 둘 다 할말이 쉬지 않고 쏟아나올 예감이 드네요.


지혜 : (헥헥, 벌써 팔이 아파요. 헉헉)


의정 : 프롤로그에 있던 말이 참 '웃퍼서' 일단 공유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책 역시 여성 누군가가 골라서 남성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이 스스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구매했을 가능성은 훨씬 낮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 친구나 아들, 아버지, 오빠,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선물한 여성이라면 이렇게 책 소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한번 보세요. 그냥 휙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이거든요. 두껍지도 않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아요." -『맨박스』, 23쪽


이처럼 페미니즘은 남성과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은데요, 건장한 흑인 남성인 저자는 오히려 남성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혜 : 표지만 봐서는 책이 두꺼워 보였는데 아니었군요.


의정 : 얇고 쉽고 재밌고 편히 읽힙니다. 재미 지수는 낮게 줬지만 가독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지혜 : 가독성, 이거 정말 중요하죠.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은 사실, 제목은 보통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러스트를 활용했어요.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이렇게 표지를 만들어야 독자들이 선뜻 손에 쥐게 되거든요. 아,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당최 어디부터 소개해야 할지 어려운데요. 우선 간략히 어떤 책인지부터 말할게요.


의정 : 네 환영입니다. 저도 밑줄 때문에 표지보다 내지가 더 까매질 지경이에요.


지혜 : ㅋㅋㅋ 저는 펜만 세 개를 쓴 것 같은데요. 자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은 연예인 ‘하루카 요코’가 차별적 언사와 성희롱이 난무하는 연예계 현실에 맞서기 위해,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로 알려진 우에노 치즈코(도교대 교수, 페미니즘 사회학) 수업을 듣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전개가 마치 드라마 같아요. 의정 님은 우에노 치즈코 교수를 아시나요?


의정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명저였죠. 아이 참, 우에노 치즈코 교수 책도 영업해야 되는데, 한정된 화면이 원망스럽습니다.


지혜 : 네, 그 책이 2012년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올해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아요. 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학회 때문에 올해 내한한 걸로 아는데, 만나 뵙지 못해 아쉽더라고요. 자자, 그럼 다시 마이크를 의정 님께 돌릴게요. 그런데, 맨박스는 무슨 뜻이죠?


의정 : 맨박스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남성성의 규범'을 말합니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든가, 남자는 '자기 여자'를 지켜야 한다, 남자는 여자나 게이처럼 굴지 않는다, 같은 것들이죠. 저자는 이러한 잘못된 남성성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지혜 : 저자가 말하는 '바람직한 남성상'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의정 : 사실 지금 사람들이 공유하는 '남성상'이란, '여성스럽지 않은 것'이라는 모호함 뿐인 것 같아요. 저자는 이런 '여성 아님', '게이 아님'의 남성상이 아니라, 여성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매사에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남성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것을 주장합니다. 남자 아이들이 열 살 전까지 어떻게 '맨박스'를 강요당하는지 예시도 나오는데요, 이 부문이 백미입니다. 혹 관심 있으시다면 지혜 님도 읽어보시는 게 어떠실지.


지혜 : 당연히 읽어볼 작정입니다. 읽을 책이 산더미지만, 이 정도로 설득하시는데 안 읽으면 째려보실 것 같아요. ㅋㅋ 그나저나, 홈쇼핑에서 '책'을 판다면, 의정 님은 탑 쇼핑호스트가 될 것 같군요.


의정 : 자 골라 골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마세요! 맨 밑에 관련 상품을 클릭하시면 바로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찡긋)


지혜 : ㅎㅎㅎ 그렇다면 저도 질 수 없습니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역자의 글도 참 좋았는데요. 이 책을 정확히 표현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학문'과 관계 없는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이 '공부'를 하고자 결심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며, 다른 나하는 '페미니즘'의 언어를 획득하고자 하는 여성이 겪는 일이다" -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306쪽


지혜 : 역자의 말처럼, 이 과정이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이 책의 백미입니다. “헤매는 과정을 솔직하게 쓰는 것 자체가 '학문의 세계'와 일반 세계의 훌륭한 접점이 될 수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요즘 한국 사회학자들도 책을 참 재밌고 읽기 쉽게 쓰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성 사회학자 책들은 많이 본 것 같아요.

 

의정 : 정희진 선생님과 송제숙 선생님 추천합니다. 사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남성 학자가 한 말은 더 공신력과 신빙성을 얻는 반면에, 여성 학자는 묻히는 경향이 있죠. 이런 이야기도 『맨박스』에 나옵니다. 자 골라 골라.


지혜 : 골라 골라 ㅋㅋ . 이건 1980년대 표현이 아닌지요.


의정 : 하하. 어느 책이든, 페미니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맨박스』는 얇고, 쉽고, 권하기 좋은 책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퍼지면 좋겠네요. (홈쇼핑 관계자분 보고 계십니까 유망주가 여기 있습니다!)


지혜 : 후훗. 『맨박스』 저자 토니 포터는 테드 강연으로도 유명한 걸로 알아요. 미국에서는 언제 나온 책인가요?


의정 : 올해 나온 걸로 압니다. 따끈따끈한 책이죠. 그리고 남성들에게 ‘선물’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언급하면 남자들은 걱정스레 묻는다. "그래서 내가 뭘 포기해야 되는데?"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남성들은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부터 걱정하게 마련이다. 이들에게 남녀평등은 반가운 선물과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 『맨박스』, 167쪽


지혜 : 대학교 3학년때인가, 4학년때인가. 그러니까 10년도 더 전인가요?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짧은 발표를 한 적 있었어요. 자유 주제였는데 제가 선택한 게 페미니즘이었어요.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 제게 묻더군요. "그거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났다고 하는 말 아니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는데, 교수님이 “시간이 됐다”면서 제 말을 자르더군요. 제 눈엔 분노 이글이글.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책 보면서 그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우에노 치즈코 교수라면 이 상황에서 말을 잘랐을까? 싶기도 하고.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명언이 하나 있어요. "존재하는 한 이야기를 하라."


의정 : <왜 너는 이 책을?> 코너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존재하는 한, 계속, 쭈우욱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혜 : 정말 특히,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맨박스』 꼭 읽으면 좋을까요?


의정 : 영업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성폭행범이나 여성 혐오로 가득한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보면서 혀를 차는 '착한 남성'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이 책이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인지 싶은 사람들도요. 지혜 님은요?


지혜 : 페미니즘을 알아야 할 것 같긴 한데, 책을 읽기는 좀 귀찮고, 그래도 뭔가 기본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은 분이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것 같아요. 문예평론가 사이토 미나코는 "이 책은 하루카 요코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모험담, 진정한 의미의 교양소설”이라고 말했는데요. 교양만화로 나와도 좋을 것 같고,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이 되도 좋을 것 같아요. 자자, 국내 방송작가 님들 듣고 계신지요? 독립영화도 좋습니다.


의정 : 슬슬 마무리를 지을 시간입니다. 오늘 나온 책만 읽어도 올해 잘 보냈다 싶은 마음이 드네요.


지혜 : 그러게요. 요 며칠 ‘아, 책 좀 지겹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를 읽고는 다시 두근두근 콩닥콩닥 했습니다. 번역해주신 역자 님, 출판사에게도 감사합니다.


의정 : 묻어가서, 저도 감사합니다. 아울러 곧 이 책을 읽으실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지혜 : 아직 한 달이 남았는데, 벌써 올 해가 다 간 듯한 느낌이네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벌써 나왔더군요.

 

의정 : 캐롤을 들으니 좋더라고요. 귤 까먹으면서 이불에 파묻혀 지내는 행복한 연말 되시기를.


지혜 : 그럼 좋은 한 주 보내시고, 다음주에 또 만날까요?


의정 : 해피 뉴이어는 이르니, 해피 위켄~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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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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