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쯤은 음악에 몸을 맡겨봐! - 뮤지컬 <오! 캐롤>
전미 흥행 히트 팝 뮤지컬
악역 하나 없는 착한 스토리에 흥겨운 음악, 베테랑 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화려한 쇼, 쇼, 쇼!
전주가 시작 될 때 마다 “어? 이 노래 어디서 들어 봤는데…”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가사는 다 알지 못해도,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배우들과 함께 리듬을 맞추고,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 새 그 분위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뮤지컬 <오! 캐롤>은 2시간여의 긴 러닝 타임 동안,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자 가장 큰 무기인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오! 캐롤>은 미국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음악들로 이루어진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사실 닐 세다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의 노래들은 보다 친숙하다. 수 많은 영화, CF, 방송 등에 삽입되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고, 우리 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 캐롤>은 닐 세다카의 주옥 같은 노래들을 아주 똑똑하고 조화롭게 배치했다. 때론 흥겹고 신나다가도 때론 잔잔하고 감성적으로, 또 때론 달달하고 로맨틱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마지와 로이스는 결혼식 날 신랑에게 바람 맞은 마지를 위로하기 위해, 플로리다 파라다이스 리조트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로이스는 마지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려 고군분투하고, 그곳에서 파라다이스 리조트 사장 에스더, 간판 MC 허비, 전속가수 델, 리조트 직원 게이브를 만나게 된다. 매주 화려한 쇼가 열리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에 머물며 두 사람은 코러스로 나서기도 하고, 유명 가수 델과 데이트를 하기도 하며 예측 불가능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 캐롤>에는 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면에서 <오! 캐롤>은 <올슉업>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20년동안 에스더만을 짝사랑해온 하비와 그런 하비의 마음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하는 에스더의 관계는 애틋하고 아련한 느낌을 준다.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게이브와 로이스의 관계는 설렘과 풋풋함을 선사한다. 이렇듯 각기 다른 관계 속에서 각기 다른 다양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사실 그 감정의 무게가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인물들이 지닌 감정의 깊이는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되지 않고 무대 위에서만 떠다닌다는 느낌을 준다.
한 커플의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또 다른 한 커플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또 다른 커플의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그 어떤 인물의 마음에도 깊게 공감할 수가 없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다소 매끄럽지 않다 보니, 각 커플들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였고 캐릭터의 매력 또한 100%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중간부분부터 부각되다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게이브의 캐릭터가 그렇다. 전체적인 작품의 무게중심이 그에게 옮겨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작품을 이끌어 가기엔 심히 버거워 보인달까. 어딘가 버거워 보이는 그와, 그의 옆에 있던 다른 이들이 급하게 마무리 지어 버린 결말은 두고 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오! 캐롤>은 공연장 자체를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쇼 장면으로 설정하여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한다. 거기에 진짜 쇼를 보는 듯한 화려한 무대와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그 생생하고 흥겨운 에너지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앞서 말했듯 <오! 캐롤>은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악한 사람이 없다. 능글맞고 허세 가득한 델 역시 단지 철 없는 허당일 뿐, 악역은 아니다. 악역 하나 없는 착한 스토리에 흥겨운 음악, 베테랑 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스토리와 캐릭터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오! 캐롤>은 요즘 같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에 아무 걱정 고민 없이 웃고 즐기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하루쯤은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과 유쾌한 웃음을 만나고 싶다면 <오! 캐롤>을 추천한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어깨를 들썩이며 닐 세다카의 노래를 검색하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