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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을 냉대하는 케이팝

‘K 팝과 J 팝’ 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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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 가요에도 좋은 노랫말이 많지만 케이팝만 한정해서 본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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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슥슥 넘기다 우연히 이규탁 교수님의 기사('K팝과 J팝', 조선일보 [일사일언], 2016년 11월 3일)를 보았다. 평소 그 식견에 감탄하며 재미있게 봐오던 칼럼이었는데, 오늘따라 내 의식에서 튕겨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폭넓게 사랑받는 지역 문화(regional culture)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요지였는데, 그 전개과정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었다. 물론 동아시아 문화의 구심점 중 하나가 한류라는 사실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 비교 대상으로 '과거의 영광을 잃은 제이팝'을 거론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다가 괜히 뒤통수를 얻어맞은 제이팝이 억울해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제이팝과 케이팝이란 명칭의 생성 배경이다. 제이팝이 1980년대 후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스미디어 지향의 음악을 일컫던 것을 시작으로 그 외연을 넓혀간 용어라면, 케이팝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카라 이후 기획사에 의해 주도된 수출 상품을 상징하는 말에 가깝다. 이처럼 의미 자체가 다르기에 동일선상에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본음악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붐을 일으켰던 것은 부수적인 결과였을 뿐 거기엔 어떤 큰 의도가 없었다. 반면 케이팝은 해외에 큰 비중을 두고 진행되는 상품이다. 글에서 언급되는 케이팝 붐이 '일본의 음악이 전보다 세련되지 않아서' 라던가 '한국의 음악이 발전해서' 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누가 더 국경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케이팝이 물론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케이팝이 보여주는 자국민에 대한 냉대이다. <誰も?えてくれなかった本?のポップミュ?ジック論(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진짜 팝 뮤직 론)>의 저서 이치카와 테츠시(市川 哲史)는 최근 한국의 음악과 일본의 음악의 가장 큰 차이가 가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인 즉, 일본시장의 기반은 내수이기에 노랫말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원체 책을 많이 읽고 표현 또한 풍부한 나라다. 어느 콘서트에 가 저 아티스트가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열에 일곱은 '독특한 가사의 세계관이 좋아서' 라거나 '노랫말로 힘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음악 자체가 삶에 맞닿아 있기에 이를 대하는 에너지 또한 굉장하다.


물론 우리나라 가요에도 좋은 노랫말이 많지만 케이팝만 한정해서 본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애초에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의미는 중요치 않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쉽게 반응할 수 있는 발음과 액센트를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둔다.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 샤이니의 'Ring ding dong' 등이 나온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그런 흐름에서 정작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은 조금씩 배제되어 간다.


이러한 감상의 측면 외에도, 케이팝은 그 문화로부터 최우선으로 여겨져야 할 자국민에게 점점 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의 방탄소년단과 같이 국외에 집중된 활동 패턴으로 국내 인지도에 비해 해외에서 훨씬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이 생겨나고 있는가 하면, 빅뱅은 해외 활동을 하느라 우리나라에서 통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 탓에 국내에서 콘서트라도 열라치면 '빅뱅이 내한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것과 별개로 케이팝 이외의 다양한 장르들이 활발히 움직여 시장을 형성한다면 굳이 이런 현상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90% 이상의 자본이 한류 시스템에 투자되는 형국이다. 일방향적인 흐름에 대중들의 선택권 또한 한정되어질 수밖에 없다. 자국의 대중들이 소외되는 음악을 과연 케이팝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냥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 하는 일종의 팝이지 않을까. 그래서 케이팝이라 부르는 지도.


고스로리와 메탈의 독특한 조합으로 로컬문화의 특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베비메탈(BABYMETAL)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공연을 포함한 월드투어를 성공리에 끝마쳤고, 지난 9월 도쿄돔 2DAYS로 1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멋지게 귀환했다. 국악과 메탈의 크로스오버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는 잠비나이가 해외 투어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국내에서 과연 그 10분의 1만큼이라도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한류를 통한 국위선양도 좋지만, 우선적으로 우리가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노랫말, 나라의 특색을 알릴 수 있는 음악의 존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의 케이팝은 가까이서 보면 전세계의 팬을 사로잡은 멋진 콘텐츠다. 하지만 멀리서 봤을 땐 그저 잘 가공된 무국적 트렌디 상품에 가깝다. 그 상업논리엔 10대의 꿈과 노력이 필수 공물이라는 사실 또한 반갑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자국을 기반으로 대중문화가 발전해 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순siri가 개입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평창올림픽과 도쿄올림픽 홍보영상의 퀄리티 차이가 이미 말해준 바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폐막식은 싱어송라이터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가 총연출과 음악을, 퍼퓸(Perfume)의 댄스를 담당하는 미키코가 안무를 도맡았다. 모두 제이팝 신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문화의 기수에 서있는,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케이팝의 정체성은 평창올림픽 홍보영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는가. 그리고 과연 어느 누가, 한류라는 트렌드가 지나간 자리에 어떤 가치 있는 것이 남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케이팝이라는 모래성의 공허함, 의외로 빨리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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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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