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아이슬란드 대표 뮤지션 12
신비함이 고스란히 내재된 아이슬란드의 음악
얼음과 불의 공존, 게다가 밤하늘의 오로라까지. 웬만한 판타지 소설의 설정 뺨치는 지역특성 때문인지 아이슬란드는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땅이 빙하로 구성된, 한랭한 기후의 섬나라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또한 정반대 불의 땅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크기의 반 밖에 안 되는 작은 섬에 위치한 활화산들이 종종 불을 뿜으며 폭발하고, 간헐천(열수와 수증기, 기타 가스를 분출하는 온천)이 곳곳에서 끓고 있어 대부분의 국민들은 난방 걱정 없이 생활한다고 한다.
얼음과 불의 공존, 게다가 밤하늘의 오로라까지. 웬만한 판타지 소설의 설정 뺨치는 지역특성 때문인지 아이슬란드는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신비함이 고스란히 내재된 아이슬란드의 음악, 그중 12명의 뮤지션을 꼽아 소개한다.
아우스게일(Asgeir)
아이슬란드 여행은 많은 이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아우스게일의 앨범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얼음 세계의 풍광이 녹아있다. 새벽 공기를 닮은 고요한 어쿠스틱부터, 겨울 산을 활강하는 듯한 록 넘버까지. 특히 힘 있게 달려 나가는 대곡들은 해가 뜨면 그 위용을 서서히 드러내는 하얀색 자연과도 닮았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 쓰인 'Nyfallio regn'은 위의 설명에 잘 부합하는 곡이다.
청년의 첫 음반은 입소문을 타고, 자국에서 가장 빠르게 판매된 데뷔작이 되었다. 이 기록 덕분에 시인 아버지가 써준 특별한 노랫말이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에 알려졌다. 2015년 현대카드 공연으로 내한한 뒤 신보를 기다리는 소소한 지지층도 생겼다. 투명한 보컬에는 어린 시절 생활한 시골마을의 평온함이 스며있다. 그에게 영향을 준 나라, 실재하지만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겨울왕국을 경험하고 싶다. (정유나)
비요크(Bjork)
만약 그가 영어가 아닌 모국어로 가사를 썼다면 서점에서 아이슬란드어 학습서를 발견하는 일이 지금보다는 쉬웠을 것이다. 신비한 사람 비요크는 20세기의 끝자락에 발음부터 난해한 이름으로 데뷔했다. 테크노를 가미한 비트와 함께 감정 기복이 심한 듯한 목소리로 이전까지의 전형을 갈기갈기 찢은 공식 첫 앨범 <Debut>부터 충격이었다. 뒤이어 명곡 'Army of me'가 수록된 <Post>, <Biophillia>의 미니멀한 타격감과 자전적인 비애감을 투하한 <Vulnicura>까지 아홉 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거치는 동안 그의 행보는 언제나 실험을 동반했다. 물론 거기에는 1집의 'Human Behavior'부터 함께한 뮤직비디오 감독 미셸 공드리의 기괴한 영상도 한몫했을 테다.
특이함으로만 승부를 걸지는 않았다. 재즈 스탠다드인 'Like someone in love'를 부를 때는 섬세하고도 황홀한 보컬 운용을 선보였고, 'It's oh so quiet'에서는 음폭과 음역의 극을 오가며 빅밴드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하다. 비요크에게 부여된 가장 대표적인 수식이 “아이 같기도 하고 마녀 같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 요상한 음악가가 대중을 홀리고, 지구 곳곳에는 그가 태어난 곳에 대한 동경 어린 호기심이 발아했다. (홍은솔)
에밀리아나 토리니(Emiliana Torrini)
아이슬란드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탄생한 그는 '에밀리아나 토리니'라는 이탈리아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차갑고 섬세한 그의 음성은 아이슬란드의 정서와 닮아있다. 아이슬란드 그룹인 거스거스(GusGus)의 멤버였던 그는 <반지의 제왕>의 두 번째 시리즈에 수록된 'Gollum's song'과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Slow'와 'Someday' 등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사랑에 빠져 두근거리는 가슴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Jungle drum'과 따스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매력적인 'Sunny road' 등 솔로 커리어도 매력적이다. 특히 5번째 앨범인 <Fisherman's Woman>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이 정점에 오른 수작, 강력 추천! (이택용)
거스거스(GusGus)
레이캬비크의 록 신 대표가 비요크와 슈가큐브스였다면 클럽 신 대표는 바로 거스 거스(Gus Gus)다. 영화 한 편을 만들고자 시작한 모임은 몸집을 불려 음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해 아이슬란드를 넘어 유럽 EDM 시장의 거물이 되었다. 활동을 시작한 95년부터 멤버 구성이 계속해서 바뀌어왔는데, 가장 최근 앨범인 <Mexico>엔 원년 멤버 다니엘 아우구스트 해럴드손(Daniel Agust Haraldsson), 비거 포래린슨(Birgir porarinsson), 테판 스테펜센(Stephan Stephensen)와 새 멤버 허그니 에일손(Hogni Egilsson)의 참여로 탄생했다.
워낙 많은 장르를 시도하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밴드라고 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모르겠지만 주로 하우스, 테크노 기반의 전자 음악 중심으로 앨범을 채운다. 아이슬란드 특유의 차가운 감성을 비트가 아닌 무겁게 가라앉는 전자음으로 표현하는 밴드. 트랜스의 어원처럼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Over'부터 누 재즈('Very important people', 'Polyesterday'), 글램 록('Ladyshave')까지 스펙트럼이 무지막지하다. 특히 'Very important human'은 2001년도에 발매된 곡이지만 요즘 라운지에서 틀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 밴드의 정규 1집 <Polydistortion>은 평단에서 극찬한 앨범이니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한다. 진입 장벽이 높다면 'Why'부터! (정연경)
칼레오(Kaleo)
아일랜드 호지어(Hozier)가 말해주듯 블루스 음악이 주류시장에서 돌기(突起)를 거듭해도 대체로 성공적인 싱글의 경우는 'Take me to church'처럼 팝이라는 이름의 당분을 입힌다. 하지만 힙합과 EDM 판에서 블루스를 전문으로 내거는 바로 그 '위험성' 때문에 역으로 돋보일 수 있다. 거기에다 아이슬란드 출신이라는 태그가 붙으면 화제 수확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블루스는 또한 대중음악과 록의 출발, 기본 아닌가.
'Way down we go', 'No good'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영미에 알려준 'All the pretty girls' 등 울림통을 사용한 각별한 사운드로 블루스 정통에 닿아간다. 'All the pretty girls'과 고국 아이슬란드의 2013년 데뷔 싱글로 마치 'Before the dawn'을 듣는 듯 처연함의 극으로 솟는 'Vor i vaglaskogi'는 그들이 국적 정체성을 버리지 않음을 말해준다. 2016년 7-8월에 이들을 듣는 기쁨으로 잔혹했던 폭염을 견뎠다. (임진모)
뭄(mum)
뭄의 디스코그래피는 글리치(컴퓨터 등의 전자기기의 오류로부터 얻은 소리들을 활용하는 기법)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 < Yesterday Was Dramatic - Today Is OK >와 < Finally We Are No One > 등, 일렉트로니카로 점철할 수 있는 초기작들과 기타 중심의 밴드 구성으로의 변신을 선보인 <Sing Along to Songs You Don't Know>과 같은 후기작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부유하는 보컬 멜로디와 전위적인 구성은 이들의 실험성을 대표한다. 낯선 차가움과 모호한 포근함이 공존하는 뭄의 음악엔 저 멀리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서정이 깊게 배어있다. (이택용)
오브 몬스터즈 앤드 멘(Of Monsters And Men)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으로부터 '새로운 아케이드 파이어'라는 칭호를 받은 이 아이슬란드 5인조 밴드는 스스로를 '포크 팝송을 만드는 몽상가들'이라 자처하며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2010년도 아이슬란드 밴드 경연 대회 <Musiktilraunir>에서 우승을 거머쥔 이들은 2011년 데뷔작인 <My Head Is An Animal>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곡인 'Little talks'를 살펴보면 이 밴드의 매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브라스가 이끌어나가는 사운드, 남녀 보컬이 제창하는 노랫말은 북유럽 특유의 향취를 한껏 뿜어낸다. 더불어 뮤직비디오 속 동서양 문화의 소구를 접목시킨 아트워크는 보고 듣는 재미를 배가한다. (현민형)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
차갑고 황량하다.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그의 음악은 재생과 동시에 주변 공기를 서늘하게 바꿔 놓는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그린 밑바탕에 앰비언스와 일렉트로닉 소스를 자연스럽게 흩뿌리는 작법이 그의 특기.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오가는 음악으로 빠르게 마니아를 모았고, 2008년에는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밴드 시규어 로스와 함께 투어를 진행할 정도로 실력과 개성을 인정받았다.
매혹적인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2012)과 연극 <렛 미 인>은 그의 음악을 극 중에 삽입했고, 영국의 TV 드라마 <브로드처치 (2015)는 아예 첫 번째 시즌을 위한 사운드트랙 전량을 그에게 의뢰했다. 지난해에는 일본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와 함께 쇼팽의 작품을 재해석한 <The Chopin Project>를 발매하는 등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세 차례나 내한 공연을 가졌을 만큼 국내 청취자들의 지지도 적지 않다. 청각만으로 신비의 땅 아이슬란드를 간접 체험하기에 올라퍼 아르날즈는 안성맞춤이다. (정민재)
시규어 로스(Sigur Ros)
포스트 록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이슬란드 하면 떠오르는 아티스트 1순위'의 수식어는 비요크에서 시규어 로스로 넘어갔다. 팝과 록의 여러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갖은 아트 록, 드림 팝, 포스트 록의 사운드를 들려준 이들은 2000년대, 2010년대의 음악 신 속에서 가장 실험적인 밴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서사를 품고 자유자재로 횡행하는 사운드에 감탄한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정규 앨범 <Agaetis byrjun>부터의 모든 시규어 로스 정규음반들을 작금을 대표하는 명반의 지위에 올렸다. 곡 명명이나 앨범 커버 이미지 제작, 공연 등에 자국의 이미지를 꾸준하게 담는 것으로도 밴드는 잘 알려져 있다. (이수호)
솔스타피어(Solstafir)
아이슬란드에는 수만년 동안 간헐적으로 물을 뿜어내는 '게이시르'라는 곳이 있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물줄기, 위대한 자연의 신비에 물이 튀어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곤 한다. 그들의 음악은 이 '게이시르'가 떠오른다. 초현실적인 사운드에 곧고 시원한 파괴력을 갖췄다. 이들은 1995년에 결성된 중견밴드로 메탈이나 포스터록, 프로그래시브 등 한가지로만 장르를 한정짓기에는 사운드 스케이프가 매우 광활하다. 연주만큼 좋은 멜로디는 난해함을 희석시킨다. 서사적인 구조가 뛰어난 'Fjara'부터 최근 이들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otta'까지.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역량을 솟아내고 있다. (김반야)
슈가큐브스(The Sugarcubes)
아이슬란드의 초창기 밴드 슈가큐브스를 설명하기엔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비요크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3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해체되었지만 비요크의 명성으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지는 펑크에 푹 빠져있던 밴드는 1986년 발매한 첫 앨범 <Life's Too Good>으로 데뷔해 아이슬란드 출신 밴드로는 최초로 전례 없는 국제적인 명성을 이루었다. 특히 꽤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록곡 'Birthday'는 둥둥거리는 베이스 사운드와 함께 비요크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음색이 더해져 당시 아이슬란드표 음악의 대표곡으로 꼽히며 새로운 전환점을 선사했다. (박지현)
빈티지 캐러반(Vintage Caravan)
2006년 결성해 유럽에 빈티지함을 흩날리고 있는 전통파 3인조 밴드. 1년 내내 추운 얼음의 땅에도 이렇게 뜨거운 음악이 있다. 클래식한 하드록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레시브, 사이키델릭 풍의 세련된 멜로디를 곳곳에 산재시키는 재주를 뽐낸다. 어딘가 들어본 양 익숙하고 단순 명료해 뇌리에 남는 기타 리프도 딥 퍼플, 러쉬를 연상시키며 편히 듣기에 돋보인다. 국내에도 정식 발매된 2011년 작 3집 <Arrival>가 밴드 종합선물세트 격. 'Babylon', 'Carousel' 곡명에서부터 짜릿함이 느껴지는 곡들로 입문하면 좋겠다. (이기찬)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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