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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도 다케루 식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 미스터리 소설의 귀환
『아리아드네의 탄환』
완벽하게 짜인 위장 살인의 알리바이 트릭에 도전하는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의 활약과 진범이 펼치는 논리에 맞선 시라토리의 치열한 대결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발표한 첫 작품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제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가이도 다케루 작가의 신작이 국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작품마다 기발하면서도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 제목으로 주목받았던 작가의 이번 작품은 『아리아드네의 탄환』입니다. 제목의 ‘아리아드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크로타의 미노스 왕과 파시파에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그녀는 첫눈에 반한 테세우스를 위해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갇혀 있던 미로궁전에 실타래를 풀어주어 괴물을 죽이고 테세우스가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 신화 속 인물인데요, 이 작품의 제목인 ‘아리아드네의 탄환’은 미로를 탈출하게 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비유한 표현으로 범인의 트릭을 빠져나오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 탄환을 뜻합니다.
가이도 다케루 박사는 전직 외과 의사에서 현재는 병리의로 전환, 작가 활동과 병행중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게다가 첫 소설 이후 발표한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 판매가 일본에서는 누계 850만부를 돌파하며 국민작가가 되었는데요, 출간하는 작품마다 의료계의 폐해와 정부의 부조리한 정책 등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문제를 제기해 사회적 이슈와 파장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사인 불명 사회’인 일본의 불명예스러운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부검과 사후검시 체계에 따른 사회적 제도에 대한 전직 의사로서의 자기 신념과 체제 개선의 의지가 굳게 새겨져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부검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며, 불합리한 검시 체계로 인해 권력을 지닌 사법 기관과 경찰 세력의 부패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의료계가 그에 맞서 사인 규명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사인을 공표하는 거점이 된다면 경찰과 사법 기관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해봅니다. 다구치와 다카시나 원장이 있는 도조대학병원 내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단 72시간뿐. 그 시간 안에 범인이 설치한 트릭을 밝혀내야만 합니다. 완벽하게 짜인 위장 살인의 알리바이 트릭에 도전하는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의 활약과 진범이 펼치는 논리에 맞선 시라토리의 치열한 대결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사인 불명’ 이슈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2015년 11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317일 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세상을 떠난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여부를 두고 검찰 측과 가족, 시민들 간의 첨예한 대치 상황을 보더라도 한국의 상황 또한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사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거나 또는 진실한 사인을 밝히지 못한 채 억울하게 삶을 끝맺지 않기 위해서는 부검 집행의 주체인 사법 기관과 그 지휘를 받아 진행하는 경찰조직에 더불어 부검에 감사 기능을 갖춘 독립된 전문가 투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소설 속 세계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또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책 속 문장을 소개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지 않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한 사람의 죽음을 소홀히 여기면 거기 깃드는 악의가 증폭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악의는 은밀하게 증식하지만 그 모양새나 움직임은 얼핏 보기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썩은 냄새를 경계해야 한다.
작은 도시들을 통과했다. 광고판에 휘갈겨쓴 메시지들이 사람들에게 떠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간판에는 하얀 페인트를 엷게 칠해놓은것이 보였다. 위에 뭘 쓰려는 것이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상품의 광고 페인트 밑에 비쳐 보였다. 그들은 길가에 앉아 마지막 남은 사과를 먹었다.
"왜그래?"
남자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먹을 걸 찾을 거야. 언제나 찾았잖아."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소년을 지켜보았다.
"그것 때문이 아니구나. 그렇지?"
"됐어요."
"말해봐."
소년은 눈길을 돌려서 길 아래쪽을 보았다.
"말해봐. 괜찮아."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날 봐."
남자가 말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운 것 같았다.
"말해보라니까.
"우린 아무도 안잡아 먹을거죠? 그죠?
"그래. 당연히 안잡아먹지."
"우리가 굶더라도요."
"지금 굶고 있잖아."
"안 굶는다고 했잖아요."
"안 죽는다고 했지. 안 굶는다고 하진 않았어."
"어쨌든 안잡아먹을거죠?"
"그래. 안 잡아먹어."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좋은 사람들 이니까요."
"그래."
"그리고 우리는 불을 운반 하니까요."
"우리는 불을 운반 하니까. 맞아."
"알았어요."
- 『로드』 (코맥 매카시/문학동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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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