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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드러낸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배우 이동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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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분들에게는 언제나 배역 그 자체로 보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게 제 간절한 소망이에요.

배우에게는 다양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데뷔 때부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린 배우가 아니라면 그 이미지는 배역을 통해 다채롭게 드러나고, 그때마다 대중들 입에 오르내리겠죠. 그리고 어느 순간 배우의 이름과 함께 하나로 연결되는데요. 배우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 그동안 흩어졌던 이미지가 퍼즐 맞추듯 모이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배우가 있죠? 바로 이동하 씨인데요. 드라마 <시그널> 이후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로 다시 무대를 찾은 그는 9월부터는 뮤지컬 <곤 투모로우>와 연극 <클로저>에 함께 출연하며 배우로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곤 투모로우>는 창작 초연에 김옥균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힘든 점이 많을 텐데요. 저녁 공연이지만 보완작업을 위해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은 이동하 씨를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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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것도 있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더 커요. 드라마를 하느라 1년 넘게 공연을 못해서 항상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훌륭한 스태프, 배우들과 작업하고 있으니까요.”

 

인지도나 출연료 등 배우에게 돌아오는 건 드라마가 훨씬 낫지 않나요(웃음)?


“두 장르는 전혀 다른 거죠. 그리고 사실 별로 차이도 없어요. 저는 방송에서도 신인이고, 공연계에서도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서(웃음).”

 

두 매체를 모두 경험해보니 어떤 차이와 매력이 있나요?


“공연은 살아 있잖아요. 기승전결이 쌓여가고, 상대 배우와 교감하고, 관객과 호흡하고, 그런 라이브의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흔히 메커니즘이라고 하죠. 7년 동안 공연만 하다 방송을 하니까 방법이나 기술이 많이 달라서 어렵더라고요. 카메라를 보고 연기한다는 게 적응이 안 돼서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물론 경험할수록 색다른 연기법이구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고요. 특히 TV에서는 미세한 표정변화나 떨림이 다 보이잖아요. 그래서 무대에서도 좀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경우 이동하 씨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릅니다. 김옥균이라는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준비과정도 달랐을 텐데요.

 
“맞아요. 시대극은 처음이라서 말투도 좀 다르고, 김옥균 선생님에 대해서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실존 인물을 나로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분의 신념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저는 김옥균이 열정과 불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갑신정변을 일으켰을 때가 서른 셋, 유배 갔을 때가 서른다섯, 딱 제 나이더라고요. 이 사람은 한창 젊었을 때 어떤 끓는 마음으로 이런 일들을 했을까, 내가 이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많이 생각했죠. 그래서 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신념에 미쳐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갑신정변을 이끌었지만 사흘 만에 무너졌을 때의 인간적인 모습, 다시 홍종우라는 사람을 만나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픽션이지만 잘 전달하고 싶었고요.”

 

그런데 갑신정변 이후 일본으로 망명했을 때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서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사건과 사연이 많은데 무대에서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쉽긴 하죠. 2막에서는 바로 죽고요. 그래서 남은 공연 기간에도 어떻게 하면 김옥균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완 작업이 이뤄질 것 같아요. 그게 제 숙제죠.”

 

매력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이 다 모여서 페어마다 챙겨 보고 싶다는 관객들이 많습니다. 멋진 배우들이 모여 있는 연습실과 분장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다들 친하니까 훈훈하고 재밌어요. 김옥균끼리도 많이 친해져서 저희 셋만 있는 톡방도 있을 정도예요(웃음). 그런데 작품 자체가 한 사람의 신념,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서 뭔가 경건한 느낌이 있죠. 일단 모이면 작품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요. 그런 관계가 보이니까 관객 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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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를 다룬 시대극의 경우 대부분 고종이나 명성황후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곤 투모로우>는 김옥균과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무대의 중심에 섭니다. 그만큼 가장 중요하게 호흡을 맞출 인물이 홍종우일 텐데, 홍종우를 맡은 김재범, 김무열, 이율 배우는 어떤가요?


“세 사람이 너무 달라요. 무열이는 저와 성향이 비슷해요. 불같은 느낌. 저를 압박하기도 하지만, 저에게 매료되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재범이 형은 얼음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냉정하게 보이는데 그 안에 신비로움도 있고 꿈틀대는 것도 보여요. 저한테 드러내지는 않지만요. 율이는 무척 순수해 보여요. 왕의 명령으로 어느 순간 상황에 휘말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결국 원치 않는 결말을 겪게 되는 안타까운 사람처럼 보이죠.”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봤습니다. 굉장히 쾌활하셔서 김옥균 역이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많이 차분하시네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모습이 의외인 건가요(웃음)?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흥은 많아요. 김옥균도 흥이 많죠(웃음). 사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홍종우 역할이 끌렸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제 성향에도 맞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상견례 때 보니 ‘김옥균-이동하’라고 돼 있더라고요.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이 넘치고 신념이 확실한 건 비슷해요. 그런데 김옥균은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지도자 같은 큰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홍종우처럼 스스로 노력하고, 누군가의 모습을 동경하고 이끌려서 가는 편이에요.”

 

같은 기간 <곤 투모로우>와 함께 <클로저>에도 참여하시잖아요. 김옥균과 댄도 참 다르네요(웃음).


“<클로저>는 2013년에 했던 작품인데, 그때도 <쓰릴 미>와 공연 시기가 겹쳐서 많이들 놀라셨어요. 리처드를 연기했거든요. 댄은 세상 한없이 나쁘고 찌질한 남자죠. 역시 저와는 많이 달라요. 그런데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사랑에, 사람에 집착하면서 혼란에 빠지고. 그런 마음을 극대화해보고 싶었어요.”

 

이동하 씨의 사랑관은 어떤데요?


“해바라기 같은, 한 여자만 사랑하는 게 멋진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 경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만나기 쉬운데요(웃음).


“그런 적 있었죠(웃음). 그래서 많이 상처도 받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사람은 안 변하니까요. 아침 일일드라마를 했는데 그때 한 여자만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착한 남자를 연기했어요. 제 성향에 맞았죠. 그 뒤에 맡은 역할이 <시그널>의 한세규였지만(웃음).”

 

그러고 보면 평온한 이미지인데 전혀 다른 캐릭터의 배역을 많이 맡았네요.


“그래 보이죠? 그런데 저도 삶의 굴곡이 많았어요. 대학 가느라 사수도 하고, 원래 연기 전공도 아니고, 부모님과 마찰도 많았고, 방황도 많았고. 배우생활 하면서 그런 경험이 감성적인 면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센 역할도 많이 했죠. 그래서 더 많이 좋아해주셨고. 특히 <시그널>에서는 사람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악질 캐릭터라서 촬영할 때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저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반대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방영되기 전에는 너무 떨렸어요. 제 본연의 성향 때문에 나쁜 놈처럼 안 보이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영된 뒤에 욕을 너무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웃음). 처음 저를 보면 부드럽고 착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연기할 때는 많이 달라 보이나 봐요.”

 

평소와 배역의 모습이 많이 달라 보여서 일까요? 솔직히 굉장히 낯이 익은데 바로 떠오르는 무대는 없고, 이동하라는 이름은 잘 모르는데 맡았던 배역을 얘기하면 많이들 아시더라고요.

 
“스스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에 대한 욕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동하보다는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원래 기획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경험하다 여기까지 왔고, 지금은 정말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어느 배역이든 다른 사람을 연기할 수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짜릿하고 황홀하고.”

 

이미 배우인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시네요(웃음). 관객들에게 이동하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세요?


“제 기준에서는 아직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한참 모자란 것 같아요. 하지만 평생 연기할 거니까 채워나가야죠. 관객 분들에게는 언제나 배역 그 자체로 보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게 제 간절한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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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씨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조금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지 편안한 미소도 보였지만요. 그 모습이 꼭 무대 위 김옥균과 닮았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그널>의 한세규나 <클로저>의 댄과는 너무도 달라 새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놀라게 되더군요. 이동하 씨의 미간에 있는 1cm 정도의 상처는  <트루웨스트 리턴즈> 공연 중에 생겼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상처와 그때의 관객들만 당시의 이동하 씨를 알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 이동하 씨가 궁금하다면 이번 가을에는   <곤 투모로우>의 김옥균, <클로저>의 댄을 놓치지 않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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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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