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덕후스러운 것이 있어요!
내가 중문과를 전공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자부심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는 N포세대에게, 하나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덕질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 ‘마니아’, 요즘 말로 하면 ‘덕후’다. 엑소가 좋아죽겠다는 친구라든가, 피겨 수집을 위해 일본 여행을 간다든가, SNS에 고양이 사진만 있는 ‘냥덕(고양이 덕후)’인 사람 등등. 한 분야를 위해 제 새끼처럼 돈, 시간,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친구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덕후가 된다는 것은 자부심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잡덕(여러 가지 분야에 덕질하는 사람)’인 친구는 자신의 묘비명에 ‘성공한 덕후 배OO 잠들다’ 라고 써달라고 했을까.
물론 마니아 전성시대인 요즘에서야 그들을 부러워한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부터 부러웠다. 덕후들과 얘기를 나누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나 또한 덕질할 대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도 찾아보고, 아이돌 커뮤니티도 들어가 보고, 친구 따라 콘서트 장도 가봤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영부영 수능을 치르고, 인문학부에 덜컥 합격했다. 미팅을 하다 신입생 시절이 지나갔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중문과를 선택했다. 중문과로 소속된 후에는 선배들을 따라 북경 교환학생을 신청했다. 여기까지는 우리 학교 중문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절차였다.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2012년 여름, 북경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그저 더웠고 냄새가 났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중국어의 성조, 북경 방언의 얼화 등 중국어의 음악미에 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 음식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살은 포동포동 찌기 시작했고 얼마 안 돼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기도 했다.
두 달쯤 지났을까. 중국어 실력은 분명 예전보다 나아졌으나, 무엇인가 부족했고 언어를 교환할 친구를 찾아야 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수학했던 학교가 명문대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지역의 대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던 점이다. 마음먹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한국어과(조선어과)에 재학 중인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으며 이방인을 무시하지 않았다. 초등학생 수준으로 한어를 구사했던 나에게 기꺼이 선생이 되어주고, 응원해줬으며 자신의 나라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언어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느낀 고마움은 끝내 중국이라는 나라마저 사랑하게 하였다.
내가 중문과를 전공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자부심이다. 이 자부심은 우습게도 ‘나는 중국 덕후야!’로 연결됐고,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신간 미팅을 할 때 중국을 다룬 책이라면 더 귀가 커지기도 하고, 퇴근 후에는 중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본다. (그럴 일은 매우 희소하지만) 월급이 남으면 중국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올해 여름엔 북경도 다녀왔다. 덕후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 내가 중국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덕심’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덕밍아웃’의 시대. 어찌 보면 생활이 팍팍해 취미를 가질 시간도 없자 ‘나도 사실은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있고, 좋아할 수 있어!’ 라고 외치는 것 같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는 N포세대에게, 하나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덕질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취미를 가지고 활기찬 일상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덕후가 되자! 자부심을 가지고 덕심을 발휘해보자!
네이티브는 쉬운 중국어로 말한다 1000문장 편 김소희 저 | 길벗이지톡
한중 합작 드라마영화 번역가이자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차라’가 수년간 중국 드라마와 영화, SNS, 인터넷에서 찾은 진짜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1000마디를 골라 상황별로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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