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망과 편견
『대중예술본색』, 『배고픔에 관하여』, 『아가씨 각본』
저자는 "대중예술 뿐만 아니라 예술의 궁극적인 주인은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다." 라고 생각하며 그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중예술본색
이영미 저 | 우리교육
이 책은 대중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망과 편견에 대해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영미 씨인데요. 『한국 대중 가요사』, 『흥남 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등의 저서로 만나본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읽은 이영미 씨의 저작에서 느껴지는 것은 대중예술을 수용자의 예술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보이고요.
저자는 "대중예술 뿐만 아니라 예술의 궁극적인 주인은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다." 라고 생각하며 그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너무 쉬우면 예술이 아닌가? 상업적이면 예술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스스로 던지며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예술적 가치나 예술성이라는 말들이 본격 예술의 기준과 취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영향받는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저자는 대중예술과 본격예술의 차이라든지, 대중 예술의 본질은 대중이라는 개념이라든지, 취향에 담긴 계급적이고 세대적인 특징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고픔에 관하여
샤먼 앱트 러셀 저/곽명단 역/손수미 감수 | 돌베개
이 책은 미국의 과학 저술가 샤먼 앱트 러셀의 저서 입니다. 저자는 "인간이란 배고픔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배고픔과 더불어서도 살 수 없는 존재다." 라고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인 책 제목을 보면 사회적이면서 전지구적인 불평등의 테마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자는 책의 초반에 문학과 현실에서 펼쳐진 기이한 풍경들을 묘사하고는 배고플 때 인체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4일간 단식한 경험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다이어트, 거식증, 종교적인 금식, 단식 투쟁 등에 대해 차례로 서술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세계 인구 절반을 짓누르고 있는 기근 문제에 대해서 파고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관심사가 굉장히 넓어서 철학, 문학, 심리학, 생물학, 의학, 역사학, 인류학 등등의 학문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배고픔이라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자각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행동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가씨 각본
정서경,박찬욱 공저 | 그책
제목이 굉장히 정직하죠. 지난 6월에 개봉해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던 <아가씨>의 시나리오 입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굉장히 뛰어난 시나리오이면서, 각색 대상이었던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라는 책과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시나리오를 글로 읽어본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영화 각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짐작하게 해주는 독서 체험을 제공할 것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갖고 싶었지만, 이 책 자체에 무엇보다 반하게 된 것은 책의 앞에 담겨 있는 두 작가의 서문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아가씨>를 함께 집필 했던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 두 사람의 작가의 말인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두 작가의 말을 연달아 읽고나면 이렇게 뛰어난 작가들이 함께 작업한 것이니 당연히 멋진 영화와 시나리오가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Closing Poem
185회 - 물푸레나무 by 김태정 / 186회 - 백색공간 by 안희연
BGMs
오프닝 : Carcass (by NarcissCreativeLab)
내가 산 책 : 아침 공원에서 (by 심동현)
책, 임자를 만나다 : 우리가 함께라면 (by 좋은친구)
에디터스 통신 BGM : 나의 목소리 너의 메아리 (by 스프링 필드)
로고송 : 요조(YOZOH) / 캐스커(융진)
소리나는 책 : 일곱 번째 여름 (by 스프링 필드)
세리가 만난 사람 : 벚꽃의 거리 (by 심태한)
클로징 BGM : first kiss in the rain (by 스프링 필드)
이달의 Book Trailer
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것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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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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