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행당시장 골목
Hidden Alley Trip
허름한 노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회사원,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동네 주민을 볼 수 있는 평범한 듯 다정한 골목. 수많은 이야기가 지나가는 왕십리 행당시장 뒷골목의 특별한 공간에서 놀다.
볼 곳
① 소월아트홀
행당동 한복판에 자리한 520석 규모의 소월아트홀은 매달 성동구민을 위한 다채로운 기획 공연을 준비한다. 현재 상영 중인 어린이 뮤지컬 <엉뚱발랄 콩순이>가 끝나면 8월 중순 신진 연출가 4명이 무대를 꾸미는 연극 시리즈 <2016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이 열릴 예정. 그뿐 아니라 요가, 캘리그래피, 바리스타, 어쿠스틱 기타 강습 등 1년여간 총 250여 개의 다양한 강좌가 성동구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녹음이 우거진 공원 앞마당은 동네 주민이 쉬어가는 여유로운 곳이다. <2016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 2만 원(성동구민 50퍼센트 할인), 8월 11~21일, 소월아트홀 ㆍ 성수아트홀, sowol.sdfac.or.kr
강좌
② 그 아저씨 공방
상왕십리역 근방에 자리한 김학영 도예가의 공방이다. 안에 들어가면 물레를 돌리거나 도자기 페인팅 작업에 열중하는 수강생 사이로 활기찬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흙을 빚고 건조한 후 구워내 유약을 발라 도자를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주. 도예 기술이 손에 익는 기간은 1년 정도라고 한다. 작업에 집중하며 잡념을 버릴 수 있는 덕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 수강생이 많다. 핸드 빌딩과 물레 성형 2개 작업을 병행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고, 7종류의 흙과 15종류의 유약, 2개의 가마를 갖췄다. 일일 체험 핸드 페인팅 2만5,000원, 핸드 빌딩 3만 원, 월 ㆍ 수 ㆍ금요일 10am~10pm, 토 ㆍ 일요일 7pm까지, @theuncleclay
③ 가죽공방 담담
행당시장 골목의 밝은 분위기가 좋아 신설동 가죽도매시장에서 왕십리로 이전한 가죽공방 담담. 소소한 삶을 추구하는 정연경 디자이너의 바람대로 간판을 달지 않았고, 커다란 통유리창 사이로 햇볕이 쏟아지는 환한 실내는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그녀는 가죽공예를 배운 뒤, 혼자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공방을 차렸다고. 지갑, 다이어리 커버, 여행 가방 등 매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물품을 직접 디자인한다.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작업물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일체험 5만 원부터, 11am~7pm, 월 ㆍ 화요일 휴무, @thirdeyefish
먹을 곳
④ 삼맛호오떡
음악과 미술을 각각 전공한 남매는 3년 전부터 행당시장 안에서 리어카를 끌고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젊은 패기 하나로 시작해 1달 만에 점포를 얻고 시장 안에 터전을 잡은 것. 남다른 감각으로 꾸민 빈티지한 가게 안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사장님이 만든 발랄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직접 만든 그림엽서도 눈에 띈다. 입소문을 타고 시장의 분위기를 밝힌 이곳은 동네 어르신의 쉼터 역할까지 한다. 씨앗을 가득 담아 노랗게 익힌 씨월드호오떡, 피자 치즈를 넣은 이태리호오떡, 아이스크림을 넣어 여름에도 시원한 아이스호오떡 등 참신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떡볶이, 빙수도 함께 판다. 씨월드호오떡 1,000원, 이태리호오떡 2,000원, 1pm~10pm, 월요일 휴무, @_sammat_
LOCAL’S TIP
삼맛호오떡의 이종만 ㆍ 이은영 대표
“호떡 장사는 작곡과 디자인을 전공한 저희 남매가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에요. 작업실 앞에 리어카를 세워놓고 호떡 장사를 한 거죠. 친구들과 함께 아지트 삼아 즐겁게 하다 보니 가게를 얻고, 분점까지 냈어요. ‘브라운팟’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홍대 앞에서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호떡 장사를 시작하면서 ‘호오떡’이라는 제목의 노래도 만들었어요. 왕십리는 어릴 적부터 살아 익숙한 동네예요. 그래서 저희가 시장 안에 터를 잡은 게 어색한 일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아이들 장난처럼 생각해 흘겨보시던 동네 어르신도 시간이 흐르고 점점 자리를 잡자 마음을 열고 먼저 찾아주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봐온 저희가 어엿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기특해하는 분도 계시고요. 왕십리역사가 들어서기 전에는 행당시장 골목이 왕십리의 중심이었어요. 왕십리가 전체적으로 재개발되고 있는데, 행당동은 소박한 분위기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맛집, 방앗간, 양복점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이곳에 오래 살아온 주민이 동네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⑤ 무스키친
그냥 밥집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한식 다이닝 카페다. 집에서 먹는 밥상을 그대로 옮겨온 듯 정갈한 한식을 한 상으로 내오는데, 카페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된 분위기다. 매일 아침 행당시장에서 장을 봐 조리한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에 맥주와 와인, 커피까지 곁들일 수 있다. 뒷골목에 자리한 탓에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물어물어 건강한 밥상을 찾아오는 이들이 줄곧 단골이 된다고. 기본 상차림 외에 묵은지갈비조림, 고등어구이 등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소량으로 준비해 점심시간이면 동이 난다. 조용한 분위기와 건강한 한식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정식 7,000원부터, 9:30am~11pm, 일요일 휴무, @kara2ho
마실 곳
⑥ 키친 히마와리
떠들썩한 술집 골목 사이에 자리한 조용한 선술집으로, 오사카에서 건너온 이노우에 겐타(井上健太) 씨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오픈 키친을 앞에 둔 바 형태의 좁은 실내가 주방의 열기로 후끈하고, 종이학을 접어 젓가락 받침으로 쓰는 섬세함이 엿보인다. “8년 전 한국에 온 후 배우로 일하면서 계속 왕십리에서 살았어요. 동네에는 이런 요릿집이 없어서 직접 시작했죠.” 주인장의 본업은 사실 배우. 최근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에 참여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식당의 문을 과감히 닫는다. 닭튀김에 간장과 타르타르소스를 더한 치킨난반(チキン南蠻)과 돼지고기를 넣은 고기 소바가 인기 메뉴. 카라탄바(辛丹波), 산토리 위스키 등의 일본 술을 갖추고 있다. 치킨난반 1만8,000원, 카라탄바 2만5,000원, 점심 월~금요일 11:30am~2pm, 저녁 매일 6pm~12am, 010 4935 1351(전화 확인 후 방문할 것).
⑦ 리사르커피로스터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난 이곳은 독특한 분위기와 맛있는 커피를 선보이는 스페셜티 커피 공방이다. 주택가 한구석 허름한 건물 안에 철제 사무실 책장, 자개장, 골동품 TV 등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품들이 한데 모여 이곳만의 향취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스페셜티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뽑아낸 커피를 마일드, 스트롱 두 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스페셜티 생두를 취급하는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플랫 화이트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우유의 냄새를 최소화해 원두의 씁쓸하고 깊은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로스팅한 원두의 배송 작업 때문에 저녁 6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플랫 화이트 3,500원, 블렌딩 원두 227g 1만2,000원부터, 9am~6:30pm, 일요일 ㆍ 공휴일 휴무, @leesarcoffee
OWNER’S PICK
리사르커피로스터스의 이민섭 대표
“커피 생두 수입원 기준 8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생두를 사용한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해요. 균형 잡힌 에스프레소 맛을 위해 생두를 혼합해 블렌딩하는 과정이 로스터의 특징을 가르죠.”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8월 [2016]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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