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리듬 앤 블루스를 넘어, 마이클 키와누카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 <Love & Hat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자신이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함과 함께 더욱 많은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아티스트라는 점 또한 널리 알린다.

크기변환_1.jpg


이 앨범으로 마이클 키와누카는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데뷔작이자 전작인 <Home Again>을 통해서는 옛 리듬 앤 블루스, 소울 사운드를 잘 활용해냈다는 정도의 의미를 획득했다면, 이번 <Love & Hate>을 거쳐서는 스펙트럼을 다각도로 넓혔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지점에 위치한 의미를 가져온다.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작품 전반에 깔아 놓으면서 통일감을 배태시키기도 하고, 기존의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 뿐 아니라 펑크(funk), 사이키델릭 록, 심지어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요소까지 끼워 넣으며 장르 운용의 폭을 넓혔으며, 여러 악기와 장치들을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며 곡마다가 가진 서로 다른 컬러들을 잘 구현해냈다. 스타일링에서의 성과가 이번 앨범에서 특히나 두드러진다.


데인저 마우스와 인플로의 프로듀싱은 마이클 키와누카가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큰 힘을 보탠다. 2010년대 메인스트림에서의 사이키델리아를 얘기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데인저 마우스와 큼지막한 사운드를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인플로는 마이클 키와누카의 레트로 리듬 앤 블루스에 입체적인 텍스처를 멋지게 덧입힌다. 널찍하게 펼쳐놓은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오르간, 마이클 키와누카를 둘러싸는 보컬 코러스, 배경 저 너머로 아득하게 퍼져나가는 스트링을 주요한 장치로 활용하며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는 앨범에 거대한 규모의 리듬 앤 블루스를 그려넣는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Cold little heart」에 그러한 움직임이 집약돼있다. 수많은 목소리와 현악기를 여러 겹 덧대 만든 소리의 벽과 먼 곳으로 퍼져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운드가 10분이 조금 못 되는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이 대곡에 우주적인 컬러를 더한다.


음반 전반에 밴 어두운 색채와 무거운 공기, 몽롱한 사운드, 큰 스케일 속에서 다양한 레트로 알앤비, 소울, 펑크 음악이 새롭게 빛을 발한다. 「Grinnin’ in your face」의 손 하우스처럼 단출하게 박수 소리로 곡을 시작해 배킹 보컬과 기타, 퍼커션, 현악기를 차례로 쌓아가는 「Black man in a white world」에서는 점층의 미학이 보이며, 뿌연 톤의 오르간과 리버브 기타가 소울 선율에 어지러운 효과를 얹는 「Falling」과 「I’ll never love」에서는 훌륭한 연출력이 잡힌다. 펑카델릭처럼 느릿하게 밀고 가는 펑크 사운드의 사이사이에 스트링을 멋스럽게 배치한 「Place I belong」과 러닝 타임안에서 여러 차례 악기 편성을 바꿔가며 흐름에 굴곡을 주는 「Father’s child」, 빈티지한 소울과 개러지 록을 결합한 「One more night」 또한 주목해야 할 트랙. 지난 <Home Again>에서의 차분한 소울이 역동적인 사이키델리아로 변모하는 중요한 모먼트들이다.


갖은 장치들로 구현한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로 인해 <Love & Hate>는 얼핏 예술적 성격만이 다분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이클 키와누카의 송라이팅은 음반을 단순히 수준 높은 사운드 디자이닝의 산물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Love & hate」의 부드러운 멜로디, 「One more night」의 캐치한 멜로디에서 대중적인 작곡가로서의 좋은 면모 또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훌륭한 장르 앨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팝 앨범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는 디스코그래피의 두 번째 장을 수작으로 기록한다. 그 자신이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함과 함께 더욱 많은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아티스트라는 점 또한 널리 알린다. 여러모로 좋은 의의만을 남기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등단 40주년 맞은 도종환 시인의 역작

『접시꽃 당신』 등의 작품으로 한국 서정시의 거장이라 불리는 도종환 시인의 신작. 가장 밝고 환한 시간 정오에서 멀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시들을 골라 실었다. 우리 안의 가장 어두운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묵직한 울림을 지닌 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클래식 레코드 라이프

하루키의 클래식 컬렉션 두 번째 이야기. 1권보다 다채로운 곡과 레코드를 소개하며 고유한 음악적 감각과 취향을 책에 담았다. 제멋대로인 호불호가 있기에 음악에서 저마다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만의 취향을 만드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하루키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나보자.

재미를 잊으면 모든 걸 잃는다

삶은 완결이 아니라 과정이다. 과정을 충만하게 채우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30년 넘게 3만 명을 상담해온 이서원 박사는 재미를 잊어버려 삶이 공허해지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이 책은 즐겁게 사는 데 도움주는 통찰로 가득하다. 어렵지 않다. 당장, 읽고 활용하자.

당당하게! 단호하게!

스테디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이 10년 만에 출간한 대화법 신간. 무례하고 부당한 상황을 참기보다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당당하고 단호한 대화법을 제시한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28가지 대화 사례로 모두가 기분 좋은 대화의 기술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