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이야기 – 뮤지컬 <17세>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 스토리
관객들은 무경의 17세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의 청춘을 떠올리게 되고,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17살의 나를 떠올려 보면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좀 더 어른에 가까워 진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어깨가 으쓱거렸던 그때.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매 순간 순간이 행복했고 설렜던 그 때. 내게 17살이라는 나이는 그런 기억으로 남아 진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누구에게나 17살은 조금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철 없고 어설펐지만 그래서 더 빛나고 반짝거렸던 그 어린 나이. 뮤지컬 <17세>역시 바로 그 시절을 그려나간다.
<17세>는 엄마 무경의 17세 이야기와 딸 다혜의 17세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무경과 다혜에게 17살은 마냥 설레고 따뜻하지 않다. 오히려 기억하기 싫을 만큼 아프고, 잔인하다. 17살 다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와 살다가,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엄마 무경과 살게 된다. 하지만 10여년 만에 만난 모녀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부모님의 이혼, 아빠의 죽음, 엄마와의 갈등을 겪은 다혜는 세상에 자기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가출을 감행한다. 다혜가 무경에게 남기고 간 건 이메일 주소 뿐. 무경은 고민 끝에 다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17살의 무경 역시 다혜처럼 세상을 원망했다. 공부를 곧잘 했지만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무경은 무작정 집을 나와 공장에 취직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따듯하고 정 많은 동료들을 만나고 첫사랑도 하게 되지만, 짧은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첫사랑이 사고를 당하고, 동료들도 해고되면서 무경 역시 회사를 떠나게 된다. 17살 다혜처럼 말 없이 집을 나갔던 무경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무경을 기다리는 건 단 한 사람, 무경의 어머니. 무경의 어머니는 너무 일찍 세상의 쓴 맛을 알게 된 어린 딸을 말 없이 안아주고, 무경은 어머니의 품 안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17살의 청춘을 시작한다.
무경와 무경의 어머니의 관계는 곧 다혜와 무경의 관계로 연결된다. 무경은 다혜에게 자신의 17살도 아프고 힘들었다고, 그랬기에 누구보다 너를 더 이해한다고, 무경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이 너를 안아주고 싶다고 진솔한 마음을 고백한다. 다혜의 17살을 밝게 채워주고 싶은 무경의 진심은 다혜에게도 전달 되고, 같은 상처를 가진 두 모녀는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와 딸
뮤지컬 <17세>는 원작 소설을 토대로 담백하고 담담하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거기에 적당한 웃음을 버무려 능숙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어색한 부분도 몇 있다. 메일을 통해 무경이 다혜에게 자신의 17살 얘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은 사실 조금 작위적이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됐을 법한 불필요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이야기가 조금은 단편적이고 상투적이라 루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무경의 17세 이야기를 통해 부모님의 청춘을 떠올리게 되고,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나가버린 그들의 청춘에 가슴 먹먹함을 느끼고, 현재의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울고 웃으며 추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뮤지컬 <17세>는 이렇듯 부모와 자식 사이 진심 어린 소통을 이끌어 낸다.
작품 속에서 무경이 수줍게 부르던 노래 한 소절은, 뮤지컬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추억으로 남은 청춘에 대한 찬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당신만 아세요. 열일곱 살이예요.”
모녀가 함께 보면 더 좋은 뮤지컬 <17세>는 오는 7월 31일까지 한성 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