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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뮤지컬 <위키드>, 다시 만난 초록마녀 박혜나

뮤지컬 <위키드>가 5월 대구를 시작으로 7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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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바로 총 144회 무대에 오르며 국내 최다 엘파바 공연 기록을 갖고 있는 그녀가 이번 시즌에도 초록 의상을 입는다는 소식에 연습실이 있는 남산 인근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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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가 5월 대구를 시작으로 7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2003년 미국에서 초연된 <위키드>는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에 이어 브로드웨이 사상 박스오피스 총 매출 1조 원(40억 달러)을 최단 기간에 돌파한 뮤지컬인데요. 국내에서는 2012년 호주 팀의 내한공연에 이어 2013년 한국어 버전으로 1년 가까이 공연되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죠. 그리고 초록마녀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며 하늘로 솟아오르듯 뮤지컬 <위키드>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박혜나 씨입니다. 엘파바로 총 144회 무대에 오르며 국내 최다 엘파바 공연 기록을 갖고 있는 그녀가 이번 시즌에도 초록 의상을 입는다는 소식에 연습실이 있는 남산 인근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허리 나가고, 목 디스크 오고, 승모근 올라가고, 피부 착색과 이마 마이크 침투?”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뮤지컬 <위키드>가 단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무대 연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은 그만큼 고생스럽겠죠. 엘파바의 분장과 의상은 딱 봐도 힘들어 보이지 않나요?


“초록색 분장을 하잖아요. 피부에 초록색이 스며들어요. 아이&립 리무버로 닦아야 그나마 없어지더라고요. 1년간 방법을 찾았다니까요. 그리고 제 이마가 좀 튀어나온 편인데 마이크를 달고 그 위에 모자를 쓰니까 이마에 아예 마이크 홈이 생겼어요. 의상도 무겁거든요. 천이 한 장이면 덜 무거운데 360겹이 덧대져서 15kg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허리랑 목이 좀 안 좋아서 걱정이에요. 그런 것 외엔 재밌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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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부터 한 달간 대구에서 먼저 공연됩니다.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그렇죠, 지방에서 장기공연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는 몸이 악기인데 악기 보관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잠자는 것, 먹는 것, 병원은 어디로 가고 운동은 어디에서 해야 하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밌을 것 같아요. 팀원들과 어딘가로 떠나서 공연을 한다는 게.”

 

거의 2년 만에 다시 엘파바로 무대에 섭니다. 달라진 게 있겠죠? 엘파바를 만나기 전 2년과 만난 후 2년은 많은 차이가 있잖아요.


“차이는 어마어마하죠. 저는 오디션을 봤을 때 떨어지는 횟수가 더 많았던 배우거든요. 그런데 엘파바를 통해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고, 관객들도 많이 알아봐주시고, 그간 바쁘게 작품들을 만나왔어요. 사실 뮤지컬 <위키드>는 10년 넘게 공연된 작품이라서 이미 노하우가 탄탄하게 쌓인 작품이에요. 작품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 작품을 표현하는 제가 달라지지 않았나. 그동안 다른 작품들을 했고 나이도 먹었고, 그래서 다르게 표현될 것 같은데 그건 관객들의 말씀을 들어봐야겠죠? 저는 걱정만 있어요. 그 사이 발전했을까? 다른 느낌이 전해질까? 제가 느끼는 다른 점이라면 그전보다 극 안에서 좀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나태해졌다는 게 아니라  다른 호흡까지 쓸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박혜나 씨를 다른 공연에서 보면 엘파바와는 다르게 좀 수다스럽기도 하고 호탕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엘파바와는 비슷한가요?


“초연 때는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어떤 캐릭터나 그 누구와도 공통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극대화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엘파바를 하면 할수록 그런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용기나 정의, 신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제는 타협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래서 닮은 점을 얘기하자니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그래서 닮고 싶은 워너비로 생각하려고요(웃음).”

 

그렇다면 2년 전 박혜나 씨가 보여준 엘파바가 더 나은 거 아닌가요(웃음)?


“그게 걱정이에요. 2년 전 저는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뭔가 큰 기회를 갈구하던 때였거든요. 다행히 엘파바라는 정말 큰 역할이 왔고, 나름 죽을힘을 다해 매회 막공처럼 최선을 다했는데,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연습을 할수록 그런 느낌과 싸우게 돼요. 사실 그때 얻은 것이 많지만 잃은 것도 있거든요. 즐거움보다는 두려움을 느꼈고, 책임감에 대한 압박, 무대라는 공간에 대한 무서움. 그만큼 성장했고 행복했지만 너무나도 힘들었던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연출님이 ‘<위키드> 공연할 때 힘들었죠? <위키드>를 두 번째 만난 건 배우에게 선물이라 생각하세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세계 엘파바들이 저와 같은 마음을 모두 겪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생각이 좀 정리가 됐고, 이번에는 <위키드>를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요.”

 

엘파바로 함께 캐스팅된 차지연 씨는 임신 소식이 있던데요. 글린다 역에는 초연에 이어 정선아 씨, 그리고 아이비 씨가 새롭게 캐스팅됐던데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연습이 쉽지 않아요, 할 것이 많고. 그래서 다른 감정싸움 할 겨를이 없어요. 지연 언니의 공연을 몇 번 봤어요. 차지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정서가 있잖아요. 엘파바 역시 언니만의 색깔이 묻어날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가 자기는 뿜어내는 에너지를 쓴다면 저는 안에 더 머금어서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말 같아서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저는 언니보다 조금 더 귀여운 엘파바가 아닐까(웃음). 아이비는 저와 동갑인데 낯도 안 가리고 가진 색깔도 글린다와 비슷해서 공연 때 궁금해요. 선아는 두말 할 필요 없이 그냥 글린다라서 저는 잘 따라가면서 느끼고 반응하면 돼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서 행복하고, 이 항해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어요.”

 

이번에 글린다에 도전해 보시면 어땠을까요?


“저도 그 생각을 했는데 살이 너무 쪄서요(웃음). <드림걸즈> 할 때 맘 놓고 10kg을 찌웠거든요, 에피는 살이 좀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저는 배에만 살이 찌더라고요. 그다지 캐릭터와 어울리지도 않고. 이제는 만성이 됐고, 남편을 그 전에 만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웃음). 글린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영역이 다른 것 같아요, 발성도 다르고. 저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신다면 도전해 볼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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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바 하면 박혜나 씨를 떠올리게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후 많은 작품에서 캐릭터 변신을 하셨지만 엘파바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엘파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요.


“비중이 작은 역할을 하거나 기대와 다른 행보를 걷는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에게 기대를 하셨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도 표현하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게는 모든 작품들이 신기하고 운명 같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했고요. 예를 들어 <드림걸즈>는 초연 때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이후 에피를 하게 됐고, <데스노트>에서는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연출님을 만났고, <오케피>는 팬이었던 황정민 배우와 함께 작업했고요. 엘파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작품을 만났죠. 엘파바 이미지가 너무 강한 건 제가 넘어야 할 산인데, 그만큼 엘파바를 좋게 봐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후 워낙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서 털어낼 수 있었고요.”

 

득도하신 느낌이에요(웃음).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웃음). 엘파바로서 득도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큰 역할이 와서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제가 하게 된 작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은 것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가해요. 오디션에 떨어져도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기회가 되겠네?’라고 생각해요(웃음). 물론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예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에게 과분하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을 다할 거예요. 엘파바도 제가 전에 해서 힘든 거예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잖아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치지 않으려고요.”

 

그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부끄럽지 않아야겠죠. 믿을 건 연습밖에 없어요.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도 연습이고, 자신감도 연습에서 얻는 것이고.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해도 제 안에 없으면 또 어떻게 나오겠어요. 캐릭터는 결국 제 안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안에 어떤 것을 담을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좋은 기운을 담아드리고 싶어요. 평상시 삶이 중요하겠죠.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데 좋은 배우들과 무대에 함께 설 수 있고, 관객들과 감정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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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게재될 무렵이면 박혜나 씨는 이미 대구에 있겠군요. 한 달 이상 머물 숙소는 마음에 드는지, 허리와 목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치료 받을 병원은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올해 ‘공연세상’을 통해 만난 첫 여성 인터뷰이더군요. 객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 그래서인지 남자 배우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이 많은 공연시장. 그 안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자 배우들을 조금 더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뭐, 언젠가는 여자 2인극도 나오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 투톱을 내세운 뮤지컬 <위키드>! 박혜나 씨를 비롯해 차지연, 정선아, 아이비 씨 모두 대구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까지 네 마녀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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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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