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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 창의 모든 것

일상의 작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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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만 예술을 하라는 법은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새롭게 생각해내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된다. 마음을 흔드는 예술과 일상을 새롭게 하는 예술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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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근교의 카페에 다녀왔다. 커피 맛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카페 안의 커다란 창 밖으로 펼쳐진 자작나무 숲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수동 작가의 자작나무숲 작품이 실제로 살아난 듯, 새하얗고 길쭉한 자작나무들이 창으로 수북이 쏟아져 들어왔다.


건물의 한 벽면을 차지하는 큰 창이 아니라, 화장실 구석에 뚫린 작은 창문으로 이 숲을 바라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불투명하게 코딩된 창문으로는 당연히 충분한 햇살이 들어오지 못했을 거고, 작은 창을 통해 한 눈에 숲 전체의 풍경을 조망하기엔 역부족이었을 거다. 똑같은 풍경도 풍경을 담는 창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그것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줄 창을 통하면, 밋밋했던 풍경이 그만의 분명한 색을 가진 예술 작품으로 뒤바뀐다.

 

이 책에는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세계 28개국을 답사하며 만난 창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시청사의 창문을 포함해 국가와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거장 26명의 작품부터,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중국 4대 정원 류위안 등의 세계 명소, 카페, 서점, 일반 주택 등 일상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관찰한 창은 무려 139개나 된다. 주로 유럽의 창이 많이 소개되고, 중국, 한국, 일본, 인도의 창문도 한 두 곳 등장한다.

 

빛이 모이는 창, 빛이 흩어지는 창, 그늘 속의 창, 일하는 창, 잠자는 창 등으로 분류되는 세계 곳곳의 창문들은 기후와 종교에 따라 그 형태가 결정되기도 하고, 반대로 창의 모습을 통해 그 지역의 삶의 모습과 도시의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단순히 건물의 부속물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창의 확장된 가능성에 집중한다. 한쪽에는 창의 사진이, 다른 한쪽에는 투시도를 그려 놓아 창이 어떤 형태로 설계되었는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창에서 저 창으로, 책장을 넘길수록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보통 창 하면 유리가 끼워져 있는 창을 떠올리는데, 온난한 지역에서는 유리가 없는 창이 대부분이다. 강한 햇빛을 차단하고 그늘을 만들어 시원함을 얻는 것이 그 용도인데, 창틀만 있고 뻥 뚫린 창에서부터 꽃 모양의 쇠 격자를 덧댄 것, 촘촘한 나무 창 등 평소 창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창들도 소개된다. 가장 갖고 싶었던 창은 창 바로 앞에 벤치나 소파를 두어 햇살을 한 몸에 받으며 책을 읽고, 거리를 구경하며 친구와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앉는 창’으로 분류된 창들이었다. 그리스 미코노스 섬에 있는 바 랩소디아는 정말 환상적이다. 이 바는 에게 해 쪽으로 바짝 붙어 있는데, 바다 방향으로 내닫이창이 설치되어 있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기분으로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꼭 한 번 가볼 계획이다.

 

감탄하며 밖으로 나가 본 카페 밖의 자작나무는 생각보다 앙상했고, 숲은 쓸쓸했다. 카페 안에서 본 자작나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창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본 자작나무들이 더 큰 감동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말한 대로 창은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을 연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는 액자처럼, 풍경에 꼭 맞는 창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진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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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저/이정환 역/이경훈 감수 | 푸른숲
《창을 순례하다》는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세계 28개국을 답사하며 만난 창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창과 창이 만드는 작은 공간에서의 드라마를 추적하는 이 책은 건물의 부속품이 아니라 자연, 사람, 삶을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로써, 창문의 가능성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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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

창을 순례하다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저/<이정환> 역/<이경훈> 감수20,700원(10% + 1%)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시청사부터 현대 건축 이론의 선구자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어머니의 집까지 일본의 MIT, 도쿄공업대 교수와 학생들이 28개 나라, 76개 도시, 139개 장소에서 발견한 창문의 가치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경계를 만들면서도 그 경계를 파괴하고, 환기와 채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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