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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어른을 위한 동시 필사

『내가 아주 작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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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치유 라이팅북이라는 시리즈명이 붙은 『내가 아주 작았을 때』는 김용택 선생님이 뽑은 시를 엮어 독자가 직접 책에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필사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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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왜 /보도블록 틈 사이에 끼여 /피어날 때가 많을까
 나는 왜 /아파트 뒷길 /보도블록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날이 많을까“

 

안녕하세요. 김용택의 어른을 위한 동시 필사책 『내가 아주 작았을 때』를 편집한 위즈덤하우스 조현주입니다. 앞서 읽어드린 시는 이 책에 실린 정호승 시인의 ‘민들레’라는 동시입니다. 단 두 문장의 짧은 글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이 책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인 것 같아 골라보았습니다.

 

감성치유 라이팅북이라는 시리즈명이 붙은 『내가 아주 작았을 때』는 김용택 선생님이 뽑은 시를 엮어 독자가 직접 책에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필사 시집입니다. 작년에 출간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필사 열풍을 이끌며 여러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내가 아주 작았을 때』는 그 후속작으로, 김용택 선생님이 38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고 쓰며 독자들에게 꼭 한번 소개하고 싶은 동시를 엮은 책입니다. 책은 본래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독자 여러분이 시를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새기는 과정을 통해 책을 완성시키는 능동적인 형태의 워크북이기도 합니다.

 

김용택 선생님과 감성치유 라이팅북 시리즈를 만들며 가장 좋았던 점은 일하면서 좋아하는 시를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접하기 힘들었던 동시를 다시 만난 건, 제게 있어서 작년 한 해의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어린이 문학이라고만 생각했던 동시가 다른 문학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순수한 설렘을 주었거든요. 꼭 필사를 하지 않더라도 동시를 읽고 있노라면 머릿속의 상념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김용택 선생님이 어른들에게 동시를 소개하고자 했던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동시를 읽고 쓰는 동안 생각을 버리고,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보다 좀 더 단순한 삶을 바라보는 것, 우리네 삶의 군더더기와 슬픔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합니다.

 

『내가 아주 작았을 때』에는 아동문학가나 기성 시인의 동시 외에도 실제 김용택 선생님의 제자인 초등학생이 쓴 작품도 숨어 있습니다. 우연하게도 형제의 시가 나란히 실렸는데요, 묘하게 닮은 듯한 형제의 작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사랑_서동수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 그냥 좋다“

 

“여름_서창우
 이제 눈이 / 안 온다. / 여름이니까.“

 

솔직함이 돋보이는 이 시의 주인공들은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20대 청년이 되었습니다. 시 사용을 허락받기 위해 연락을 했다가 더 이상 어리지 않은 형제의 주민등록번호를 받아보고서 잠시 어리둥절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김용택 선생님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나 눈물 한 말 한숨 한 짐씩 짊어지고 밤하늘의 별들 사이를 헤매며 산다. 시인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시가 헤매는 우리 마음을 잡아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밤하늘의 저 별들이 내 슬픔을 가져갈지도 모른다.’

 

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시를 읽고 필사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른이 되어 날마다 책임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힘내라는 위로나 응원보다는 잠깐의 휴식이 더 필요하니까요. 여러분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시와 친구가 되어보세요. 김용택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치고 힘겨운 시간에 읽은 시 한 편이 언젠가 우리의 슬픔을 가져갈 날들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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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레식 후 줄스는 시내로 산책을 나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상점 진열창을 들여다보며 바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이 투명한 존재가 되어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열여섯 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열여섯 살이라.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는 아버지의 묵직한 무게를 벗어버렸다. 대신 그 자신의 무게가 가스처럼 그의 내부를 점점 채우고 있었다. 죽은 사람의 몸속에 가스가 생긴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몽롱했다. 발이 아픈데도. 머리가 둥둥 떠가는 것 같았다. 더러운 길거리와 다른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다른 방향을 향해 힘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마음속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 있었지만, 그는 여기에 있었다. 차갑게 식은 채 흐트러지고 어지러운 머리로 그랜드서커스 공원을 향해 길을 건너는 중이었다. 살아 있는 그는 질 좋은 검은색 양복을 부자연스럽게 차려입었는데, 아버지는 죽어서 땅속에 있었다.

 

아버지는 정확히 어떤 사람이었을까?

 

-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은행나무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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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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