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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홀로, 당신의 반려( )

반려 동물은 같은 집단에서도 고립되어있다는 점에서도 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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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언가를 기를 때는 ‘반려’라는 표현보다 ‘애완’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반려’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 단어를 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반려 동물을 키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반려동물은 혼자다. 물고기 정도가 아니라면, 반려동물을 여럿 키우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과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둘 이상을 기를 때도 대부분의 동물들―특히 포유류―은 중성화를 한다. (...) 이러한 의미에서의 ‘홀로’만이 아니라, 반려 동물은 같은 집단에서도 고립되어있다는 점에서도 홀로이다.”

 

개, 고양이, 햄스터, 토끼, 거북이, 물고기, 뱀, 이구아나, 새, 병아리, 장수풍뎅이…. 개인적으로 인간이 무언가를 기를 때는 ‘반려’라는 표현보다 ‘애완’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반려’이길 바라는 마음에 이 단어를 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반려 동물을 키운다. 그리고 이런 동물들은 대개, 평생 홀로다.

 

사례 하나.
아홉 살짜리 남자애가 장수풍뎅이를 키웠다. 암컷 하나, 수컷 하나. 짝꿍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남자애가 열심히 막대기로 장수풍뎅이가 들어있는 수조 속을 휘젓는 것을 보았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하는 말.


“아니 얘네가 자꾸 싸우잖아.”
남자애는 막대기로 암컷 위에 올라탄 수컷을 툭툭 쳐서 떨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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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아아…그거 아니야…그러지 마…걔네한테 왜 구래…안돼 돌아가…(크흡)

 

사례 둘.
친구네 집에서 열 살이 넘은 슈나우저를 한 마리 키운다고 했다. 얼

마 전에 또 발정기가 와서 난리라길래 무심코 물었다.


“중성화 안 했어?”
그러자 친구가 조금 씁쓸하게 말했다.


“안 했어. 사람으로 치면 70살인데 한 번도 못해봤어.”

 

사례 셋.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언니의 친구는 늘 눈이 까맣고 하얀 햄스터 한 마리를 조그만 상자에 담아 데리고 다녔다. 언니는 그 햄스터를 몹시 부러워했고, 부모님을 졸라 암수 햄스터 한 마리를 구입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단 두 마리였던 햄스터는 자고 일어나면 그림자 분신술이라도 펼친 듯…22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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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키시모토 마사시, <나루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반려동물은 혼자다. 물고기 정도가 아니라면, 반려 동물을 여럿 키우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과 경제적 뒷받침이 없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둘 이상을 기를 때도 대부분의 동물들―특히 포유류―은 중성화를 한다. 이 중성화에 대한 의견은 워낙 제각각이지만, 기르는 입장에서는 때마다 짝을 찾아 짝짓기를 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물의 건강을 위해서 겸사겸사 중성화를 택한다. 햄스터의 사례에서처럼, 새끼를 쳤을 때 책임을 질 수 없게 되면 그 역시 곤란하고. 


이러한 의미에서의 ‘홀로’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은 같은 집단에서도 고립되어있다는 점에서도 홀로이다. 개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강아지는 젖을 뗀 직후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 개 집단으로부터 분리된다. 그때가 정말 살 떨리게 귀엽기 때문에 ‘출하 시기’를 맞추어 분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개들이 ‘개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배울 기회를 빼앗긴다는 것이다. 많은 개들이 자신이 개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 다른 개들을 만났을 때 당황하거나 얼어붙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둘 사이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에게는 주인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사실 기르는 사람들이 ‘반려’라는 표현에 합당한 지위와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반려동물은 철저히 인간의 세계에 들어와서 산다. 물 그릇에 물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물 한 모금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는 일부 고양이가 아니라면) 인간의 협조 없이는 나가지도 못하며 특히 1인 가구가 키우는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이 그 세계의 전부다. EBS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외로움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말, 그들은 그저 그 시간을 견딜 뿐이라는 말과 하루 종일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개의 쓸쓸한 모습을. 단순히 자신이 외롭다는 이유로 반려 동물을 들인다면, 그 고통을 또 다른 홀로에게 전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20대의 연애, 결혼 적령기의 인구가 반려 동물을 들일 때는 결혼과 같이 자신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변수에도 굴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최근 이웃집에서 개를 기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개는 낮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짖는다. 계속 짖는다. 함께 있던 사람이 말했다. “저 개,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있으면 저렇게까지 오래 짖을 리가 없다.” 요즘에는 이런 것을 겨냥해서 도그TV라든가 다른 곳에서도 반려동물을 볼 수 있는 카메라 같은 것이 나오기도 했지만, 글쎄―. 어쨌든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시간 반려 동물은 혼자고, 심지어 혼자인 채로 버려지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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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나는 이사를 두 번했다. 두 번 다, 집 앞에 있는 가게에서 유기견을 발견해서 보호하는 것을 목격했다. 동물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나 흔하다. 오로지 인간에게 유리하게 맞춰진 환경에서, 인간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동물들이 버려지는 것은 작은 세계가 폭삭 무너지는 일이다.


<GQ>였던 걸로 기억한다. 늙은 개를 기르는 입장에서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 동영상과 사진이 넘쳐나는데 왜 그렇게 나이 든 개는 보기 힘든 걸까, 나이 든 개들은 더 이상 귀엽지 않아 주인들이 SNS에 올리지 않은 걸까, 아니면 나이 든 개는 더 이상 기르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제기하며 각종 잔병치레로 속을 끓이는 자신의 늙은 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글이었다. 그것을 읽으며, 미용실에서 파마 롤을 만 채로 나는 울었다. 그야말로 질질 울었다. 중학생 때, 멋도 모르고 들여서 키우다가 집안 사정 때문에 3개월 만에 다른 데로 보낸 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버렸다. 길에 버리지 않았을 뿐이지, 내가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개를 정서적으로 버린 것이다.


정말이지 반려 동물은, 자신이 그에게 자신의 생활을 반으로 쪼개 나누어줄 각오 없이는 들여서는 안 된다. 내가 선택한 동물이 내 기대만큼 순하고 귀여우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코카스패니얼은 감당하기 힘든 운동량 때문에 소위 ‘악마의 개’로 불린다. 그러나 그 귀여운 외모 때문에 한 동물 관련 프로그램 출연 뒤 일시적으로 인기가 치솟았고, 얼마 후 코카스패니얼 유기견이 대량으로 발생했다. 그만큼 그 개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고 저질렀다는 뜻이다. 내 생활에 들였다면, 그 존재가 내 양말을 물어뜯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싸고 쓰레기통을 뒤엎는다고 해도 견뎌야 한다. 그 개가 자신의 의지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인간의 집에서 사는 것을 견디듯이.


한편으로는 동물의 수명만큼 자신이 책임지고 함께할 수 있는지, 경제적으로는 얼마나 동물에게 할애할 수 있는지 계획하고 생각하고, 안되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아무 이유도 모르는 채로 버려지는 동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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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동일 집단에서 번식하고 소통하며 본능에 따라 살 자유가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에 합당한 사랑과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홀로의 처지에 놓이고, 끝내 홀로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들은 엄연히 살아있는 생명이지, 맘대로 사고팔고 버릴 수 있는 애착 인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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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진송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 발행인. 문충이(文蟲)가 되고 싶은 그냥 식충이. 뭐든지 재미 있어야 하지만 재미의 기준은 내 마음. 읽고 쓰고 덕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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