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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하여

『강아지 천국』 『고양이 천국』 신시아 라일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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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행복했다면 강아지 천국이 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거에요.” “고양이와 함께 행복했다면 고양이 천국이 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거에요.” 이렇게 시작하는 너무 예쁜 그림책 ‘강아지 천국’ ‘고양이 천국’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신시아 라일런트는 우리 곁을 떠난 강아지와 고양이가 천국에서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지를 들려주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고 어린이의 등을 토닥인다.

2000년대에 막 들어섰을 무렵, 우리나라 청담동쯤에 해당하는 일본의 고급 주택가 아자부주반(麻布十番)을 걸으며 가장 눈에 띈 것은 몇 걸음 안가면 또 하나가 나오는 반려견용품숍이었다. 그 중 한 곳은 계절마다, 새로운 주인과 강아지 커플 패션을 선보였는데, 빨간색에 황금빛 띠가 들어간 화려한 커플 옷을 입고 다정하게 쇼윈도우 뒤에 서 있던 주인-강아지 마네킹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때도 일본에선 고령화와 가족붕괴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던 터라 다정하게 쳐다보고 있는 주인-강아지 마네킹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외로움과 고독 그 언저리였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그때 일본에서 먹던 크레페와 와플은 한국에서 유행했고, 점심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과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한국의 풍경이 됐으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만 해도 편의점보다 동물병원 반려동물 용품숍이 더 많아졌다.

실제로 한국 애견 인구는 100만 명,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다섯 명중 한명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통계 숫자에 기댈 것도 없이 주변 친구나 동료들 중 상당수는 퇴근한 자신을 가장 반기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강아지라며 강아지와 사랑중이며 고등학생 딸은 줄기차게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고 애원하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됐고, 특히 아이들에겐 사랑과 책임감을 가르쳐주고, 생명의 숭고함도 느끼게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떠나보내는 아픔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에겐 죽음 자체를 설명하기 어려워 상황이 더 힘들다고 한다. 이럴 때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의 『강아지 천국』 『고양이 천국』 은 완벽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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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행복했다면 강아지 천국이 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거에요.”
“고양이와 함께 행복했다면 고양이 천국이 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알거에요.”


칼데콧, 뉴베리 상 수상작가인 라일런트의 『강아지 천국』『고양이 천국』 은 이렇게 시작한다. 책은 우리 곁을 떠난 강아지와 고양이가 천국에서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고 눈물 뚝뚝 흘리는 어린 독자의 등을 토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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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런트가 들려주는 강아지 천국은 강아지가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넓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서 강아지들은 행복하게 뛰어다니면서 논다.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아이 천사들도 많아, 강아지들과 함께 놀고, 천국은 온통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모양의 과자들로 가득하다. 강아지 천국의 할아버지는 푹신한 구름 침대를 만들어 주고, 다정한 눈빛으로 잠자는 강아지 한 마리, 한 마리를 지켜본다. 그래서 강아지 천국에서는 강아지들이 무서운 꿈을 꾸지 않는다.


1995년에 출간된 『강아지 천국』 은 실제로 반려동물 4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라일런트의 첫 그림책이고, 『고양이 천국』 은 2년 뒤에 나온 책이다.『고양이 천국』『강아지 천국』 처럼 고양이 천국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그곳에서 고양이가 주인이 자신을 만나러 올 때까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단순하고, 서툰 일러스트는 오히려 다정한 느낌을 주고, 초록색, 보라색 풀밭에 분홍색 주황색 하늘처럼 보색 대비의 그림, 그 위에 소금을 뿌린 듯 피어있는 꽃과 하늘 가득 떠있는 하얀 별이 아이들 마음처럼 예쁘다. 보라색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초록 풀밭 위를 뛰어다니는 강아지 모습은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예쁘고 아늑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땅에 살던 가족들이 그리워지면 가끔 천사와 함께 아무도 모르게 땅에 내려와 창문 너머 가족들이 잘 지내는지 보고, 그러면 안심이 돼 다시 천국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강아지를, 고양이를 떠나보낸 아이들에게 많은 위로를 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책공장더불어는 동물관련 책만 내는 전문출판사인데 출판사 대표는 재작년 19살 나이로 떠난 반려 강아지를 잃고 너무 힘들 때 이 그림책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이미 증명된 처방이라는 이이기이다. 그는 2006년 당시에도 반려동물을 보내고 아플 때 국내에는 관련 책이 없어, 외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전문출판사를 차렸다고 했다.

그러니 『강아지 천국』 『고양이 천국』 은 당연히 아이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어른 가족들,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내놓고 슬퍼하기 조금 어려운 어른들도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위안을 받을 것이다.


같이 보면 좋은 그림책 & 책

『우리 누나 우리 구름이』 정호선 글, 그림 | 창비
하얗고 작은 강아지 구름이를 키우려다 이웃의 반대로 다른 집으로 보내야하는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애틋하게 담은 그림책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읽어주면 좋겠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뿐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강아지의 마음을 담아냈다.

『또또』 조은 저 | 로도스
시인 조은과 강아지 또또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 17년간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둘도 없는 친구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살아가다 시인 곁에서 숨을 거둔 또또에게 보내는 시인의 작별인사이다.


[관련 기사]

-‘강아지 엄마’ 윤승아 씨, 무슨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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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일상에 힘이 되어준 길고양이, 그 10년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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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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