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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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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렛 증후군, 파킨슨병, 위치감각상실 등 신경장애의 임상사례들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투병 과정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1. 오프닝

 

이거 좀 들어봐요.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말이 없고, 수화기에서는 낯선 음들이 흘러나옵니다.
음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숨소리를 낮추고 귀를 기울입니다.
그 사람도 저쪽에서 그렇게 숨죽이고 있겠지요.
전화기를 스피커에 대고 몇 분을 그렇게요. 
 
그런 통화를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이 너무 좋아서, 
내가 듣고 있는 걸 그 사람도 같이 들었으면.. 하고 전화를 걸어본 기억. 

 

이건 단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리 내서 읽어주고 싶은 시를 알게 됐을 때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듣고 싶은 노래를 만났을 때
또는 가슴을 뛰게 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을 때...
그게 너무 좋아서 한밤중에 자는 친구를 깨워본 적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삶은 빛나는 게 아닐까요.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좋겠죠. 
용건 없이도 그냥, 벚꽃이 너무 환해서,
팔월의 구름이 너무 근사해서 사진을 첨부하는 일…
아름다운 것들은 나누고 싶어지지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것을, 같이 느낀다는 것.
이 삶에서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는 즐거움입니다.
이것 좀 들어보실래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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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뇌신경이 손상되어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전해드립니다. 투렛 증후군, 파킨슨병, 위치감각상실 등 신경장애의 임상사례들에 관한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투병 과정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이 저서를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1) 책 소개


2005년 출간되어 화제를 모은 『화성의 인류학자』의 지은이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뇌신경의 일부가 손상되어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투렛 증후군, 파킨슨병, 위치감각상실 등 신경장애의 임상사례들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투병 과정을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에 등장하는 신경장애 사례들은 대개 인간의 의식, 감각과 조절, 기억 등을 관장하는 두뇌 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완전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장애'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재 기반 자체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다른 병과의 차별점을 갖는다. 인식 감각을 잃어버려 보이되 보지 못하고 들리되 듣지 못하며, 스무살 이후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다거나, 항생제를 투여받은 다음 날 갑자기 온몸의 감각을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

 

작가는 각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그들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혼란에 빠진 이들을 치료의 과정으로 이끌어 나간다. 한편으로는 환자들이 신경장애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꿇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모습을 묘사하여 그들의 강인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각 에피소드 중간마다 '뒷이야기' 코너를 삽입, 저자가 만난 같은 증상의 다른 환자에 대한 경험들을 들려준다. 또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출간된 이래 30여년동안 책에 등장하는 임상사례들이 희곡,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각색되거나 차용되기도 했다.


2) 저자 : 올리버 색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대학을 거쳐 2007년 가을부터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고, 그 책을 통해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처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오악사카 저널』 『목소리를 보았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깨어남』 『뮤지코필리아』 『편두통』을 비롯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화성의 인류학자』 『엉클 텅스텐』 등 지금까지 모두 10여 권의 책을 발표했다. 최근작으로는 『환각Hallucinations』(한국어판 근간)이 있다.


음악 애호가로서 평소 바흐와 모차르트를 즐겨 듣는다는 그는 『뮤지코필리아』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과 우리의 뇌,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밝히고자 연구 중이다. 2002년 록펠러대학은 과학에 관한 탁월한 저술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그에게 주었고, 모교인 옥스퍼드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 137-13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백년의 고독 1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조구호 역 | 민음사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을 다룹니다. 이 작품은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과 고통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전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읽는 즐거움과 마술보다 더 믿기지 않는 그들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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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올리버 색스 저/조석현 역 | 이마고
시각인식 불능증, 음색인식 불능증, 역행성 기억상실증, 신경매독, 위치감각 상실, 투렛증후군, 자폐증 등 기이한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기적과도 같은 감동적인 삶을 신경학자의 전문적 식견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해낸 책.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 대부분은 신경장애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책의 진정한 영웅은 의사 자신이나 의학 자체가 아닌, 바로 그의 환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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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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