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디션> 꿈꿔왔던 어른이 되어 있나요?
뮤지컬 <오디션>
뮤지컬 <오디션>은 청춘의 뜨거웠던 순간 속으로 관객들을 소환한다. 꿈과 열정만으로도 모든 것이 괜찮았던 그 시절은 언제부터 멀어져간 걸까.
초조해 하지 마. 더 재미있어질 거야!
뮤지컬 <오디션>은 청춘의 시간을 노래한다. 사무엘 울만의 말을 빌리자면, 그 시간들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리고 “이상”과 동의어다. <오디션>이라는 노래가 뜨겁게 꿈틀대는 기운으로 가득 채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록 음악은 순수하고도 거친 젊음을 담아내고, 그에 동화된 관객들은 공연장의 열기를 더해간다. 함께 노래하고 몸을 들썩이는 동안 이곳이 대학로인지 홍대인지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런데 만약, 이 열정적인 이야기에 ‘청춘 잔혹사’라는 부제를 단다면 어떨까. 아마도 제작진과 배우들과 이미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디에 그런 암울한 기운이 드리우고 있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디션>의 인물들은 순수했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따뜻했다. 다만 불친절했던 청춘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그 시절, 우리는 왜 그렇게 넘어져야 했을까. 뒤늦은 원망이 슬그머니 일었을 뿐이다.
뮤지컬 <오디션>은 6인조 밴드 ‘복스팝’이 꿈을 좇는 과정을 따라간다.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 열정, 꿈이 전부지만 (굳이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월세 밀린 지하 연습실 정도가 있겠다) 그들의 일상에는 좌절이나 절망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같은 꿈을 향해 걸어가는 친구가 있고,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다. 때때로 찾아오는 흐릿한 불안감으로 “우리도 음악만 해서 먹고 살게 될까” 묻게 되지만 “난 내일을 생각해. 초조해 하지 마. 더 재미있어 질 거야”라는 한 소절의 노래로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무대공포증 때문에 오디션을 말아먹은 전적이 있는 ‘병태’ 밑도 끝도 없는 긍정의 힘으로 괜찮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사는 ‘준철’ 걸핏하면 드러누워 버리는 ‘찬희’ 매력적인 음색을 가졌지만 밴드 경험은 전혀 없는 ‘선아’ 열정만 앞선 매니저 ‘초롱’ 어물쩍 넘어가기의 달인 ‘다복’. 멤버들의 면면을 들여다봐도 누구 하나 믿음직한 인물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유쾌한 그들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현실은 그들만큼 유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낮에는 밴드 연습으로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피곤한 일상을 견뎌내야 하고, 연습실 월세가 밀린 탓에 건물주와는 절대 마주치는 일 없도록 피해 다녀야 한다. 가뭄의 단비처럼 찾아온 클럽 오디션의 기회도 실수로 물 건너가기 일쑤다.
상상속의 미래가 당신의 오늘인가요?
청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봄날이 ‘복스팝’에게도 찾아올까. 천 번은 넘어져야 걸음마를 뗄 수 있다지만, 얼마나 더 넘어져야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걸까. 실패와 좌절 사이를 오가는 동안 그만큼 꿈과는 멀어지는 것 같은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누구의 청춘인들 그와 같지 않았을까. 꿈이 현실이 될 거라 믿었던 날들도, 그 곁에 친구가 있었던 순간도, 풍선껌처럼 희망이 부풀던 때도, 절망을 만난 순간 그것이 터져버렸던 기억도, 누구에게나 있지 않았나. 그래서 청춘은 따뜻하기보다는 혹독하게, 친절하기보다는 냉정하게 남아있는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스팝’은 여전히 꿈을 이야기한다.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식어 버리기 전에” 이제는 다른 내일을 만나고 싶다고 소리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 앞에서도 스스로를 믿는 그들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관객들을 향해 묻는다. “지난 어린 시절 꿈꿔왔던 그런 멋진 어른이 되어 있나요” “유치하고 진지한 그 상상속의 그린 미래가 지금 당신의 오늘인가요”
짐작컨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복스팝’이 걸어갈 길을 앞서 간 사람일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 청춘은 잔혹한 시절이 아닌 찬란한 시절로 기억되지 않을까. 뮤지컬 <오디션>의 관객들을 향해 묻고 싶다. 당신의 청춘은 어떤 온도로 남아있는지. 만약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답한다면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는 사무엘 울만의 말을 덧붙여둔다. 이상과 희망과 용기를 놓지 않는 한 당신도 여전히 청춘이라는 말과 함께.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