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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디씨(AC/DC) < Rock Or Bust >
어느 시점서부터 전설 급 아티스트들의 신보 소식은 고만고만하게 다가온다. 잘 내주면 물론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히 그 결과가 '고만고만한' 기록이 많은 경우라면 실망이라고는 부르기 싫은 공허함이 감상을 뒤덮기 때문이다. 이 때 붙는 영예도 음반이 아닌 이름에서 오는 경외이리라. 창작자들에게는 실로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새 앨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아도 될 사례들도 있다. 에이씨디씨가 그 중 하나다.
21세기에도 에이씨디씨는 건재하다. 이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에만 한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단위에서도 밴드는 준수한 결과물을 선사해왔다. 8비트 하드 록에 기초한 특유의 작법은 늘 여전했으나 남다른 활력이 그 안에서 매번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냈다. 흥겨운 로큰롤이 몰아치는 2000년의 < Stiff Upper Lip >은 수작이었고 탄탄함이 돋보였던 < Black Ice >도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제 2014년의 < Rock Or Bust >를 보자. 작품은 앞선 두 앨범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출사표를 던지기에는 에이씨디씨의 컬러가 그대로 담긴 육중한 타이틀 곡 「Rock or bust」만한 것이 없겠으나 진짜 재미는 이후의 「Play ball」에서부터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기타 리프들 사이에서 잡히는 재미가 상당하다. 「Miss adventure」와 「Baptism by fire」를 장식하는 그루비한 연주 라인, 「Play ball」에 긴장을 부여하는 기타 릭, 「Got some rock & roll thunder」의 블루스 멜로디가 그 예들이다.
밴드 고유의 특징들도 잘 맞물려있다. 필 루드의 드럼으로 시작하는 명료한 리듬 라인부터 두터운 기타 배킹, 청각을 자극하는 보컬 코러스, 더 없이 캐치한 훅 라인이 분명 예와 동일하나, 구미를 잘 자극할 방향으로 제 역할을 수행한다. 각기 다른 색 아래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놓인 모양새. 덕분에 트랙 리스트 말미에 이르러서도 동력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고전적인 「Rock or bust」를 필두로, 직선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Hard times」, 댄서블한 「Miss adventure」, 「Baptism by fire」 등 놓치기 힘든 곡들이 산재해있다.
이 맥락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지루함도 보였던 전작 < Black Ice >보다도 나은 지점에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음반이다. 단순하나 단조롭지 않고 정형은 있으나 획일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 지점에서 밴드는 확실하게 본능을 건드린다. 쉼 없이 내달리는 이 열한 트랙도 좀처럼 일시정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직관성에 승부를 걸어온 이들과 결과물이 잘 어울린다.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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